패밀리오피스-전문직PB…증권사 '전문화' 바람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2016.05.06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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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은행(IB)·자산관리(WM)·부동산금융 등 '명가' 내세워

패밀리오피스-전문직PB…증권사 '전문화' 바람


대형사들의 굵직한 인수합병(M&A)이 마무리되면서 증권업계가 좀더 세분화, 전문화되는 추세로 움직이고 있다.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3~4년전만해도 증권사들이 대부분 주식매매 중개수수료 수입이 근간이 되는 브로커리지에 치중했다면 지금은 증권사마다 투자은행(IB), 자산관리(WM), 부동산금융 등으로 강점을 찾아 전문화하는 분위기다.

IB 강화에 적극 나선 곳은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이다. IB의 명가였던 대우증권 (7,430원 ▲20 +0.27%)을 인수해 명실상부 국내 1위 증권사로 올라선 미래에셋대우는 일찌감치 글로벌 IB로 도약한다고 선언했다. 한국투자증권도 조직개편을 통해 IB부문을 강화했다. 기존 기업금융본부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본부, 퇴직연금본부를 IB그룹으로 묶어 IB그룹을 신설한 것.



이 두 회사는 오너가 있는 증권 기반 대형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좀더 위험자산 투자에 공격적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양사는 모두 2020년까지 아시아 최고 투자은행으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반면 최근 현대증권 인수에 성공한 KB투자증권은 자산관리(WM)와 기업투자금융(CIB) 부문을 강화할 계획이다. 오너가 없는 은행기반의 대형사라 보다 안전하게 장기적으로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평가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국민의 자산을 불려주고 기업들의 성장을 도와줄 수 있는 WM과 CIB를 중심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큰손'들의 자산을 관리해주는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를 강화하는 증권사도 늘어나는 추세다.

증권업계에서 일찌감치 자산관리 사업에 특화된 곳은 신영증권 (68,000원 ▲700 +1.04%)이다. 일반 증권사와는 달리 장기간 일정한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10여년 실적을 바탕으로 고객과의 신뢰가 두터워졌다. 신영밸류고배당펀드의 운용규모가 꾸준히 3조 원에 육박하는 게 단적인 사례다. 또 이를 바탕으로 4년전부터는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를 시작해 400여 가문의 총자산 1조원을 관리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삼성증권 (37,500원 0.00%)도 자산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대표적인 증권사다. 삼성증권은 리테일 본부에 있던 SNI사업부를 지난해말 CEO 직속으로 격상하며 한층 색깔을 분명히 했다. SNI는 프리미엄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삼성증권의 PB브랜드로 최정예 PB들이 14조원에 달하는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대신증권 (15,450원 0.00%)도 올해 변호사, 세무사, 회계사 등 전문직 프라이빗뱅커 10명을 채용하며 자산관리 특화에 나섰다. 일반 영업점의 PB 담당자로 전문직을 채용한 것은 업계 최초다. 이들이 PB로서 제대로 성과를 낼 경우 대신증권은 계속 전문직을 채용할 계획이다. 대신증권은 직원들의 WM부문 역량강화를 위해 '금융주치의 MBA'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 (6,100원 ▼200 -3.17%)은 지난해 부동산금융에 힘입어 역대 최대의 실적을 기록하며, 부동산금융 강자로 우뚝 섰다. 지난해 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을 제시하며 수백명의 영업직원을 끌어모은 메리츠종금증권은 올해도 경력직을 계속 채용하며 부동산금융으로 차별화해나갈 계획이다. 하이투자증권 역시 부동산금융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미래에셋대우증권, KB투자증권과 함께 증권업계 신흥 빅3로 꼽히는 NH투자증권 (12,430원 ▲30 +0.24%)은 특정 사업부문을 강화하기 보다는 균형잡힌 사업포트폴리오로 차별화한다는 전략이다. 브로커리지, IB, 트레이딩, 자산관리 등 각 사업부문에서 골고루 수익이 나는 것을 지향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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