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샤오미에 '가성비 갑' 수식어를 붙였나

머니투데이 이코노미스트실 2016.04.1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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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칼럼]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최근 국내 밥솥시장에 중국의 샤오미가 도전장을 던졌다. 첫 출시 제품이 프리미엄급 IH압력밥솥으로 중국내 판매가격은 999위안(약18만원)이다. 이번에도 언론과 인터넷 게시판 등에는 ‘가성비의 샤오미’ 라는 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중국산은 싸구려라고 무시하면서 유독 샤오미에 대해선 ‘가성비 갑’이라고 치켜 세우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의아하기 짝이 없다.



국내에 널리 알려진 샤오미 제품은 저가의 휴대폰 보조배터리가 고작이다. 인터넷 쇼핑몰이나 소셜커머스 뿐만 아니라 지하철 잡상인 아저씨들의 주요 취급품목이다.

게다가 인터넷에 소개된 샤오미 관련 내용 중 상당수는 실제 사용후기가 아니다. 최근까지 국내 공식 유통망이 없어 병행수입이나 해외직구로 구입한 것이 전부여서 소비자들로부터 제대로 된 품질 검증이 이뤄지지 못했다.



이번 출시된 밥솥 제품도 상당히 낮은 가격에 판매될 예정인데 스마트폰 앱을 통해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접목된 기술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국내산 IH압력밥솥 저가모델도 인터넷에서 15만원대 정도로 구입할 수 있다. 또한 밥솥은 가격경쟁력 이외에 밥맛이 좋아야 하고 내구성과 편의성도 검증돼야 하는데 이 모든 것들에 물음표가 붙어 있는 상태다.

현재 샤오미는 자체 모바일 플랫폼을 가진 스마트폰과 TV를 주력상품으로 하면서 샤오미 생태계라 불리는 협력사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생활가전제품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중국시장에서는 저가제품에 대한 수요가 많아 한국과 일본에 비해 기술력은 떨어지지만 낮은 가격대로 공략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스마트폰은 낮은 가격대에도 중국 시장의 경쟁 심화와 성장세 둔화로 주춤거리는 모습이다. 2015년 샤오미의 스마트폰 출시대수는 7000만대에 그쳐 1위 화웨이(1억800만대)에 역전당했다.


또한 샤오미의 주력제품인 스마트폰과 TV는 특허권 침해 문제로 해외진출이 쉽지 않다. 우리나라에 들여오는 제품도 스마트폰과 TV를 제외한 샤오미 생태계라 불리는 협력사들이 만든 제품들이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스마트폰과 TV 외에 다양한 전자제품으로 관심을 돌려 수익모델을 찾는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에 샤오미는 공식 총판을 통해 IH압력밥솥을 비롯해 공기청정기, 스피커 등 생활가전용품을 국내에 정식 유통할 예정이다. 그러나 중국에서와 달리 국내 시장에서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지가 의문이며 사후 서비스가 중요한 전자제품의 특성상 AS센터의 부족 문제로 발목이 잡힐 우려도 있다.

만일 어정쩡한 가격대의 부실한 품질을 가진 제품이라면 '미펀’이라 불리는 샤오미 팬들의 바이럴 마케팅도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지금 샤오미가 거대한 중국 내수시장에서 급격히 성장했다는 이유로 ‘대륙의 실수’ 라던가 ‘가성비의 샤오미’ 라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샤오미의 바이럴 마케팅에 놀아나는 꼴이다.

전자제품은 5년 이상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역사가 짧은 샤오미 제품에 정확한 소비자 평가가 나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싸구려 중국산 제품인 샤오미에 ‘가성비 갑’이라는 수식어를 섣부르게 붙여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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