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는 직장에서 창업 노하우를 대놓고 훔칩니다"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16.04.08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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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직방' 매물관리팀 김재완 매니저

"다니는 직장에서 창업 노하우를 대놓고 훔칩니다"


회사 대표에게서 공개적으로 창업 노하우를 훔치는 당찬 직장인이 있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 업체인 '직방' 매물관리팀의 김재완(27) 매니저(사진)가 그 주인공이다.

김 매니저는 직방이 채널브리즈라는 이름으로 영업을 시작한 지난 2012년 초 인턴으로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고민이 많던 시절이었다. 친구들처럼 일반 회사에 취직을 할까 아니면 큰 맘 먹고 창업 전선에 뛰어들까 결단이 서지 않았다.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휴학도 했다. 그러던 차에 몸담고 있던 창업 동아리를 통해 직방의 안성우 대표와 연이 닿았다. "고민만 하지 말고 일단 한번 해보자."



당시는 직방과 같은 부동산 중개 서비스 모델이 매우 생소하던 시기. 인턴직원이 할 일은 몸으로는 뛰는 것이었다. 서비스를 알리기 위해 지하철역에서 홍보물품을 나눠주는 일부터 상담고객을 공인중개소로 안내하는 일까지 무작정 뛰어다녔다. 열심히 하다 보니 저절로 재미도 생겼다. 3개월 인턴기간이 끝나면 복학하려던 처음 마음을 접고 1년 반 넘게 함께 일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 길이 진짜 내가 가고 싶은 길인가' 하는 의문이 다시 자라났다. 만류하는 회사 동료들을 뿌리치고 학교로 돌아갔다. 고민이 다시 시작됐다.



"복학하면서 직방을 그만 두게 됐고 그 사이 잠깐 다른 스타트업 기업에서 일도 했습니다. 창업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고요. 그래서 얻은 결론은 제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것, 아직 배울 것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김 매니저는 지난해 여름 다시 직방에 합류했다. 조직 관리하는 것도 배우고 다른 분야 지식도 익히고, 창업이라는 목표에 다가가기 전까지 무엇이든 더 많이 배우고 준비하라는 안 대표의 한마디가 계기가 됐다. 창업의 그때까지 물심양면 돕겠다는 약속도 받았다.

사실 그는 고려대와 연세대 학생들로 구성된 연합 창업동아리 '인사이더스' 1기 출신이다. 여전히 취업보다는 창업에 더 마음이 간다. 같은 동아리 출신 중 이미 창업한 친구들도 적지 않다.


"창업한 친구들도 많죠. 하지만 저는 아직 준비가 안 됐습니다. 다른 친구들에 비해 준비나 자질 같은 게 부족해요. 지금은 그런 친구들이 부럽지도 않고 후회도 하지 않습니다. 일을 하면서 내 안에 무언가가 차곡차곡 쌓여나간다는 걸 실감할 수 있기 때문이죠."

김 매니저는 직방 직원 중 자신뿐 아니라 창업의 꿈을 키워나가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회사는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다. 자신의 성장을 위해 회사를 수단으로 활용해라." 대표가 직접 회사를 수단으로 이용하라고 할 정도니 여타 회사처럼 이직이나 창업 생각을 꽁꽁 숨길 필요가 없다. 가끔은 안 대표가 직접 창업 고민 상담에 나설 정도다.

사업 초기부터 회사가 한발 한발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봐온 것도 김 매니저에게는 귀중한 재산이다. 그가 처음 몸 담았을 당시 10명도 되지 않던 직방의 직원 수는 지금 100여 명으로 10배 이상 늘어났다. 서비스 모델조차 생소했던 직방 어플리케이션은 벌써 다운로드 수가 1200만건을 넘어섰고 하루에만 평균 1만5000개가 넘는 매물이 올라온다.

그 사이 인턴에서 출발한 그의 직급은 중간 관리자인 매니저로 높아졌다. 요즘은 신입 직원들을 대상으로 기본 업무 교육도 맡고 있다. 그에게는 업무와 동시에 커뮤니케이션 스킬 및 조직 관리 현장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남들은 돈 내고 (안 대표의) 창업 강연을 듣는데 저는 돈까지 받고 창업 스킬을 배우잖아요. 대표나 다른 경영진이 의사 결정을 내릴 때 내가 직접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해보곤 해요. 개인적인 꿈을 회사와 함께 공유하고 지지받을 수 있다는 것, 직장인에게는 엄청난 행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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