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tvN이 지상파를 위협한다고?"

머니투데이 신혜선 문화부장 2016.03.25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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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tvN이 지상파를 위협한다고?"


CJ E&M의 tvN이 올 10월로 개국 10년을 맞는다. ‘벌써?’ 하다가 ‘드라마는 tvN’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제대로 컸네!’라는 생각에 이른다.

“지상파방송보다 tvN이 낫다”는 얘기는 낯설지 않다. 올 1월16일 종영한 ‘응답하라 1988’의 마지막회 평균 시청률은 19.6%(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이하 동일)를 기록, tvN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tvN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요인은 여러 가지겠지만 우선 콘텐츠를 발굴하고 제작하는 실무자들의 밝은 눈과 노력을 들 수 있다. 최근 마니아층을 만들고 방송을 끝낸 ‘시그널’(평균 시청률 12.5%)은 드라마작가가 지상파에서 거절당한 사연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tvN의 결실 앞에서도 CJ E&M은 웃을 처지가 못 된다. CJ E&M은 2014년 게임사업을 매각한 직후 적자를 냈다. 지난해 비로소 527억원의 흑자(매출 1조3473억원)로 돌아섰다. 잘 나간다고 하는 tvN이 5%대 영업이익을 올리며 효자 노릇을 한 덕이다. 나머지 3개 부문은 여전히 적자다.



냉정하게 CJ E&M은 연간 매출 150억원을 올리면서 1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공연사업’은 안 하는 게 맞다(2014년 기준). 하지만 CJ가 그러면 가뜩이나 어려운 공연예술시장은 더 큰 시련을 맞이할 것이다. “돈 이 되는 사업만 한다”고 비판받을지 모른다.

그래서 콘텐츠사업을 하는 CJ의 자세는 비즈니스 공식으론 설명이 안 되는 그 무엇이 있다. 거기에는 스스로 부여한, 외부에서 요구하는 ‘책임’마저 읽힌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인수합병) 인가 심사가 시작되는 모양이다. 당국이 법에 근거해 합당한 의사결정을 할 것으로 믿지만 ‘유료방송시장의 재편 필요성’이나 ‘문화콘텐츠산업 투자활성화’도 중요하게 검토할 항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tvN의 성공스토리와 CJ E&M의 상황을 살펴보니 이번 M&A가 대한민국 콘텐츠산업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CJ가 오랫동안 공들여 키운 CJ헬로비전을 파는 이유는 콘텐츠와 플랫폼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즉, 방송플랫폼을 포기하는 대신 문화콘텐츠에 ‘올인’한다는 결정이다. CJ 내부에선 “M&A 성사로 확보할 1조원의 자금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1조원은 CJ E&M이 tvN에 10년간 투자한 제작비 규모다.

지상파가 이번 M&A에 반대하는 이유도 콘텐츠산업 측면에서 봐야 한다. 일부 지상파는 반대 근거 중 하나로 “CJ E&M이 지상파를 위협할 수준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이야말로 ‘지상파의 사익’을 앞세운 논리다. 20년간 7조5000억원을 투자한 CJ가 콘텐츠산업에 집중하기 위해 사업을 조정하는 데 ‘자신들을 위협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반대하니 말이다.



논리도 궁색하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자료(2014년)를 보면 2005~2014년 온미디어를 포함한 CJ계열 PP(방송채널사업자)는 144% 성장했지만 같은 기간 지상파계열 PP의 광고매출은 무려 235% 늘어났다. 이와 별도로 지상파4사는 81% 성장했다. CJ의 성장에 긴장하면서 “지상파의 미래가 안 보인다”고 한탄하지만 숫자는 그들의 주장과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여전히 지상파의 위력이 막강한데 문화콘텐츠에 투자할 의지 대신 남의 성장에 태클을 거는 모양이다.

적자여도 CJ는 영화·음악·공연부문까지 포기하지 않고 제2, 제3의 tvN 사례를 만들고자 한다. 이제 막 꽃을 피운 tvN의 성공사례 앞에서 콘텐츠산업 육성을 향한 CJ의 의지를 꺾을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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