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환자식' 고정관념 깬 본죽, "고령화시대 블루오션 됐죠"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16.03.24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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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프랜차이즈의 힘]본죽-4명 중 3명은 女사장님, 매장 관리 쉬워…합리적 창업비용, 안정적 수익도 매력

'죽=환자식' 고정관념 깬 본죽, "고령화시대 블루오션 됐죠"


'죽=환자식' 고정관념 깬 본죽, "고령화시대 블루오션 됐죠"
2002년 9월 지하철 4호선 혜화역 3번 출구. 매일 오전 8시만 되면 정장을 차려입은 한 중년 부부가 나타나 꼬박 1시간씩 전단지를 돌렸다. 대학로 뒷골목 건물 2층에 문을 연 죽 전문점 홍보 전단이었다.

"어머, 죽 집이 다 있네?" 전단지를 받아든 손님들은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시만 해도 '죽=환자식'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감기에 걸렸거나 소화가 안 돼 밥 먹기 어려울 때 집에서 끓여 먹는 것이 죽이었다. 식당에서 사먹는 식사 메뉴로는 그만큼 생소했다.



지하철역 입구에서 홍보 전단지를 돌린 사람들은 다름 아닌 본죽 김철호 대표 부부였다.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았던데다 정성을 다해 죽을 만든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어 직접 전단지를 돌렸다. 진심이 통한 걸까. 대학로 본죽 1호점을 연 직후 하루 10그릇 남짓 팔리던 죽이 3개월 지난 후에는 100그릇 넘게 팔렸다. 점심시간엔 손님이 몰려 매장 밖으로 긴 대기 줄이 생겨났다. 프랜차이즈 매장을 내달라는 요청이 빗발쳤다.

◇'죽 전문점'하면 떠오르는 이름…전국 가맹점 1300여 개=본죽은 고정관념을 깨고 사업을 시작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창업컨설턴트였던 김 대표가 예비 창업자들에게 죽 전문점을 권유했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자 자신이 직접 도전했다가 대박이 났다.



본죽 최대 무기는 죽을 외식 메뉴로 대중화한 최초 브랜드라는 점이다. 호박죽, 단팥죽 등 전통죽을 비롯해 건강죽, 보양죽, 해장죽 등 다양한 메뉴도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마침 웰빙 흐름이 확산돼 패스트푸드 대신 몸에 좋은 슬로우푸드, 건강한 식재료로 만든 건강식을 찾는 수요가 늘면서 성장 궤도에 올랐다.

본죽은 광고 한 차례 하지 않고 가맹사업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가맹점 100개를 돌파했다. 매장을 운영하는 가맹점주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매년 100개씩 점포가 늘어 5년 만에 가맹점 수도 500개가 됐다.

지난해 말 기준 본죽 매장 수는 1197개다. 죽과 비빔밥을 함께 판매하는 결합매장 '본죽&비빔밤 카페' 141개까지 합하면 전국에 '본죽' 간판을 단 매장 수가 1338개에 달한다. 이 중 직영점은 7개고 나머지는 모두 가맹점이다. 최근엔 카페형 결합매장으로 전환하는 점주들이 늘고 있다.


(왼쪽부터)본죽 1호점인 대학로점과 계동점 전경/사진제공=본아이에프(왼쪽부터)본죽 1호점인 대학로점과 계동점 전경/사진제공=본아이에프
◇4명 중 3명은 女사장님…매장 2곳 이상 운영하는 점주도 많아=본죽 창업비용은 33㎡(10평) 점포 기준 평균 6600만원(보증금·권리금 등 매장 임대료 제외) 안팎으로 커피전문점, 제과점 등 여타 프랜차이즈에 비해 부담이 다소 덜한 편이다.

본죽 장점은 합리적인 창업비용과 단순한 조리과정, 술 손님을 상대하지 않아도 되는 깔끔한 메뉴 구성, 수월한 매장 관리 등이다. 본죽의 여성 가맹점주 비율이 74%에 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4명 중 3명은 여성 점주인 셈이다.

2013∼2014년 본죽 가맹점 연평균 매출액은 1억7000만∼1억8000만원 안팎. 지난해 매출액 추정치는 2억원선으로 월 매출로 환산하면 1600만∼1700만원 수준이다. 투입 비용 대비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한 만큼 본죽 가맹점을 2곳 이상 운영하는 다점포 점주 비율도 13%로 높은 편이다.

본죽 본사인 본아이에프 관계자는 "본죽 점포를 열고 운영하다가 추가로 매장을 내는 가맹점주들이 매년 늘고 있다"며 "다점포 가맹점주 비율이 2014년 9,4% 였는데 지난해는 13%까지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본인뿐 아니라 형제, 자매, 친구 등 지인들에게 본죽 가맹사업을 권하는 경우도 많다"며 "외식 프랜차이즈 시장이 급변하고 있지만 죽 메뉴는 고령화되고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시대 흐름에 맞아 떨어지는 사업 아이템"이라고 덧붙였다.

◇빅데이터 활용한 점포 관리…가맹점주 '본사모' 결성, 소통해=본죽이 14년간 경쟁 치열한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독보적인 죽 전문점 브랜드로 성장한 것은 까다로운 메뉴 관리에 있다. 본죽은 현재 27개 메뉴를 판매 중이고 1년에 2∼3개 신메뉴와 시즌메뉴를 출시한다. 새로운 메뉴가 개발돼 메뉴판에 이름을 올리려면 약 3개월간 수차례 테스트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체계적인 가맹점 관리도 본죽의 경쟁력이다. 본죽은 2011년부터 매장 고객 성향과 외식 시장 분석에 필요한 고객관리시스템(CRM)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 프로그램에는 본죽 멤버십 회원 30만 명의 연령대, 성별, 지역 등에 따른 구매 패턴이 입력돼 있어 매장 매출을 분석하고 영업전략을 세우는데 효과적으로 활용된다.

2012년부터는 '본사모'(본을 사랑하는 모임)를 발족해 가맹점주와의 소통도 강화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가맹점주들의 생생한 현장 상황을 경청하는 한편 사업 방향이나 아이디어도 수렴한다. 가맹점 상생복지제도 일환으로 매년 장기근속 가맹점과 우수가맹점을 선발해 해외 연수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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