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게임에 현금 쏘는 中자본… 윈윈? 트로이목마?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2016.03.22 10:20
글자크기

텐센트·아워팜 국내 게임사에 수천억 투자… 한국 법인 운영 사례도 늘어나

국내게임에 현금 쏘는 中자본… 윈윈? 트로이목마?


국내 게임 시장에서 ‘국경의 장벽’이 급격히 허물어지고 있다. 중국 게임사들은 공격적인 투자로 국내 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NHN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웹젠 지분 679만5143주(지분율 19.24%)를 ‘펀게임 (HK) 리미티드’에 2039억원에 양도키로 했다. 펀게임은 이번 거래를 위해 중국 게임사 아워팜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다.



아워팜은 웹게임과 모바일게임 개발 및 배급(퍼블리싱) 사업을 펼치고 있는 중국의 대형 게임사. 웹젠과는 게임 ‘뮤’로 인연을 맺었다. 아워팜은 지난해 초 웹젠의 뮤 IP(지적재산권)를 활용한 모바일게임 ‘전민기적’으로 대박을 터뜨린 개발사 천마시공을 인수한 바 있다.

웹젠의 2대 주주로 한 배를 탄 웹젠과 아워팜은 각자 경쟁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협업을 시도할 전망이다. 향후 웹젠의 주가 추이에 따라 투자 수익까지 노릴 수도 있다. 웹젠 관계자는 “최대주주인 김병관 이사회 의장 지분에는 변동이 없어 경영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향후 IP 제휴 등 협업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중국 최대 게임배급사 텐센트도 여러 국내 게임사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전 세계 게임매출 1위 텐센트는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투자를 펼치고 있는 게임업계의 ‘큰손’이다. 텐센트는 넷마블게임즈(5300억원)와 네시삼십삼분(1300억원, 라인과 공동투자), 파티게임즈(200억원), 카본아이드(100억원) 등에 투자했다.
로코조이의 한국 법인 로코조이인터내셔널이 지난달 출시한 모바일게임 '드래곤라자'.로코조이의 한국 법인 로코조이인터내셔널이 지난달 출시한 모바일게임 '드래곤라자'.
2012년에는 카카오에 720억원을 투자, 현재 지분 9.3%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지분 가치는 투자금 대비 8배가 넘는 6200억원에 달한다.

텐센트는 자금력뿐 아니라 중국에서의 게임배급 역량을 앞세워 국내 게임업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텐센트와 게임배급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는 사실만 알려져도 해당 게임사의 주가가 폭등할 정도다.

텐센트와 아워팜 사례와 달리 한국 법인을 세워 직접 사업을 펼치는 중국 게임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룽투게임즈와 로코조이, 신스타임즈는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국내 주식시장에 우회 상장했다.


룽투와 로코조이의 한국 법인인 룽투코리아와 로코조이인터내셔널은 국내외 게임배급과 IP 제휴 등을 통한 사업기반 다지기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달 출시된 로코조이의 모바일게임 ‘드래곤라자’는 구글플레이에서 최고매출 상위권에 오르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룽투코리아는 국내 게임의 중국 진출과 스타트업 지원에 나서며 한·중 양국 교류의 가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갈수록 늘고 있는 중국 자본의 국내 투자에 대해 여전히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막대한 자금력에 업계 전체가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반면, 중국 진출을 위한 통로를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아워팜은 웹젠의 '뮤'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 '전민기적'을 개발한 천마시공을 지난해 초 인수한 바 있다. 위 이미지는 '전민기적'의 한국 버전인 '뮤 오리진' 포스터.아워팜은 웹젠의 '뮤'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 '전민기적'을 개발한 천마시공을 지난해 초 인수한 바 있다. 위 이미지는 '전민기적'의 한국 버전인 '뮤 오리진' 포스터.
김윤상 게임넥스트웍스 대표는 “중국 게임사들이 한국 상장사를 인수해 공식적으로 사업을 펼치는 건 긍정적 일”이라며 “세금을 내고, 직원을 뽑을 뿐 아니라 게임 업계 규모의 경제를 키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장기적으로 중국 사업을 위한 핵심적인 파트너를 확보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며 “자본에 국적이 없는 글로벌 시대에 중국 자본이라는 이유만으로 부정적으로 보는 건 무리”라고 덧붙였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