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선거구 확정이 아니고 '획정'일까?

머니투데이 김주동 기자 2016.03.15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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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안다리걸기] 29. 모양이 낯설어 헷갈리는 말 '획정'

편집자주 '우리말 밭다리걸기' 2탄입니다.

/사진=pixabay.com/사진=pixabay.com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어떤 유권자들은 4년 전과는 다른 선거구에 속하게 됐는데요. 기존 선거구 관련 법 조항이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으면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개정안은 법에서 정한 시한을 110일 넘겨 통과됐습니다.) 관련 뉴스는 많이 접하셨을 텐데요. 여기서 많이 나온 말이 바로 '선거구 획정'입니다.

'확정'을 잘못 쓴 건가? 이런 생각 하신 분들도 있을 텐데요. 사실 획정은 잘 쓰지 않는 낯선 말이긴 합니다. 그리고 여기서는 확정이라고 써도 의미가 통하는 느낌도 들지요.



확정이란 '확'실하게 '정'하는 것을 뜻하고 획정은 경계를 그어 구'획'을 '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피자를 먹을 때 피자칼로 조각을 나누는 행동도 획정에 비유할 수 있고요. 청소를 여럿이서 할 때 각자 맡을 구역을 나누는 것도 획정입니다. 영토 분쟁을 하던 두 나라가 국경선 합의를 할 때도 이 말이 쓰일 수 있습니다. 확정과 획정을 비교하자면 물론 획정이 더 구체적인 말이겠지요.

왜 선거구 확정이 아니고 '획정'일까?
흔히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릴 때 한 번 긋는 선을 '획'이라고 하는데요. 획정이라는 말과 뜻이 맞닿아 있습니다. 모두가 똑같다는 뜻의 '획일적'이나, 시기를 나눌 수 있을 만큼 큰 획을 그었다는 뜻의 '획기적'에도 같은 말이 들어있습니다. 자주 쓰는 단어 계획, 기획에도 마찬가지로 획이 있네요. 앞서 나온 '구획'이란 구역과 비슷한 뜻이지만 경계에 초점을 둔 말입니다.



모양 낯선 말 중에는 갹출도 있습니다. '갹출'은 특정한 일을 위해 돈을 나누어 내는 것을 말합니다. 사전적 의미로 보면 각자 내놓는다는 뜻의 '각출'보다는 갹출이 더 구체적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 말 대신 '나누어 냄' 등을 순화어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마무리 문제입니다. 다음 문장 빈 칸에 들어갈 말은 어떤 것일까요.

"드디어 날이 풀렸네. 이번 주말엔 따뜻한 봄기운을 만□해야지."
①렙  ②끽  ③낍  ④빵


왜 선거구 확정이 아니고 '획정'일까?
정답은 ②번.
모양이 특이하지만 한자어입니다. 만끽은 말 그대로 하면 마음껏 먹고 마신다는 뜻인데요. '충분히 즐긴다'는 의미로 많이 쓰입니다. '끽연'이라는 말도 가끔 쓰이는데 담배를 피우는 것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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