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시민들과 취재진이 이세돌 9단과 구글 인공지능(AI) 바둑프로그램 알파고의 세기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 이 9단은 불계패했다. /사진= 뉴스1
9일 오후 서울 포시즌스호텔에 마련된 특별 대국장에서 진행된 이 9단(흑)과 구글 알파고(백)의 제1국에서 알파고가 3시간30여분 만에 불계승했다. 경기 초반 일각에서 우려했던 '경적필패'(輕敵必敗, 적을 가볍게 보면 반드시 패한다)가 현실이 됐다. 알파고는 이 9단의 경기력을 철저히 학습했지만, 이 9단은 알파고의 알고리즘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했다.
이 9단이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 포착될 정도. 이 9단은 고개를 갸웃거리거나 수를 두기 위해 팔을 뻗었다가 다시 이를 거두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중반까지는 난전이 이어졌다. 이 9단은 대국 초반에서 중반까지 바둑판 중앙 윗쪽인 상변에서 시작돼 하변까지 종으로 길게 이어진 첫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좌하귀 앞쪽 중앙에 거대한 흑집 세력을 형성한 것.
그러나 102수 흑 우변을 침투한 알파고의 묘수가 승패를 결정지었다. 중반 전투에서도 알파고가 우위를 이어간 것. 이후 이 9단의 표정은 급격히 어두워졌다. 인간의 약점인 감정 동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두 차례의 아쉬운 수까지 이어지면서 흐름을 뒤집지 못했다. 결국 이 9단은 186수에서 돌을 던졌다.
김성룡 9단은 "알파고가 전체 판세를 볼 줄 안다. 부분적으로 손해여도 전체로 이긴다고 생각하면 그대로 간다"며 "사람이었다면 경우의 수가 많아서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9단의 신수가 사람과 달리 감정 동요가 없는 알파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도 승패를 가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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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이라도 알파고에 지면 사실상 패한 것"이라고 장담했던 이세돌 9단이 첫 번째 대국에서 패배하면서 남은 4차례의 승패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대국을 거듭할수록 학습을 통해 진화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감안하면 나머지 대국에서도 이 9단이 불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반면 이 9단이 남은 경기에서 실수만 줄인다면 알파고를 역전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편 이날 오후 2국을 시작으로 이 9단과 알파고는 15일까지 총 5차례의 결전을 펼친다. 우승자에게는 100만 달러(약 12억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알파고가 승리하면 상금은 유니세프와 'STEM'(과학, 기술, 공학 및 수학) 교육 및 바둑 관련 자선단체에 기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