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시평] 中진출, 시장·전략 포커스 좁혀라

머니투데이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2016.03.02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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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 시평] 中진출, 시장·전략 포커스 좁혀라


미국 유학 시기였다. 크리스마스나 추수감사절이 지나면 백만장자가 속출해 부러움을 샀다. 1980년대 중반 백만장자가 된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1달러 남짓한 물건을 팔아 백만장자가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처음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감했다. 티끌 모아 태산이 현실화하는 것이었다. 최근 언론은 10억달러 이상 자산가가 많은 도시로 2015년을 기해 베이징이 뉴욕을 앞섰다고 보도했다. 게다가 상하이(5위) 선전(7위) 항저우(9위) 등 총 4개 중국 도시가 10위 안에 올랐다. 세계적 불황 움직임에 최근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에서마저 각국이 경기를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한다는 결의를 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중국의 기세는 우리의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첫째, 규모의 경제 요인으로 중국은 원천적으로 소득불균형이 불가피하다. 2015년을 기점으로 10.8조달러 경제가 되었다. 1인당 평균 소득은 8000달러 남짓이다. 하지만 소득의 60%가 일반 국민에게 귀속되고, 분배가 불균등하다는 가정을 한다면 상황이 좀 달라진다. 상위 20%인 2.5억명의 경우 1인당 소득이 2만달러가 되고 우리 인구규모에 해당하는 5000만명 정도는 1인당 소득이 근 8만달러에 달한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그 이면에는 분명히 규모의 경제가 적극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둘째, 앞으로도 백만장자가 속출할 여지가 충분하다. 중국은 인구가 많을 뿐 아니라 몇 개 권역에 집중돼 있다. 당장 베이징, 상하이, 충칭 등 인구 2000만명 이상 초거대도시가 있다. 인구 1000만명 이상 도시도 무려 15개다. 게다가 이들 도시는 시속 300㎞의 고속철도로 연결인구 3000만명 이상 1일 생활경제권으로 쉽게 형성됐다. 그 결과 이들 경제권에서 히트상품 하나만 나오면 금세 백만장자 대열에 들어갈 수 있다. 1인당소득은 전국적으로 8000달러 남짓이지만 이들 대도시는 이미 소득 2만달러를 넘었다. 그만큼 재산증식의 기회가 아직도 많다고 할 수 있다.

셋째, 새로운 제품의 시장실험이 가능하다. 초단기간에 1만9000㎞의 세계 최장 고속철도 운용국가가 된 예가 그것이다. 사실 중국이 광활한 국토를 단일경제로 만들기 위해 고속철도의 효용성을 인식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우리보다 오히려 후발주자였다. 그러나 각국에서 고속철도 기술을 전수받기 위해 노력했다. 한두 차례 대형사고 발생으로 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수출에 나설 정도다. 요즈음 대세인 전기차 상용화도 마찬가지 경로를 거칠 기세다. 정부가 충전설비 등 기반시설을 깔아주고 국유기업체등이 시범적으로 전기차를 사준다. 여기에다 거부들이 재미삼아 전기차를 사게 되어 최소시장규모에 쉽게 도달했다. 중국 대도시에선 미국의 테슬라(Tesla) 전기차 전시를 쉽게 볼 수 있다. 미국은 중국이 이러한 규모의 경제가 작용한다는 것을 일찍이 간파하고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자연히 우리의 중국시장, 특히 소비시장 진출도 이 점이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 중국 전역을 대상으로 할 필요는 없다. 한 경제권에 집중하되 온라인 등 현지 판매망을 확실히 확보한 업체와 협력이 제일 중시돼야 한다. 아직도 ‘중국 전역’을 대상으로 해야 하고, ‘자신이 직접’이라는 인식을 지닌 것처럼 보여 안타깝다. 이는 중국 실정에는 맞지 않을지 모른다. 규모의 경제를 인식한다면 우리의 중국시장 진출도 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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