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번개맨의 '쓴맛'

머니투데이 김성호 기자 2016.02.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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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번개맨의 '쓴맛'


"영화는 재밌게 봤는데, 방송이나 공연에 등장하는 배우들과 다르다보니 아이들의 몰입도는 조금 떨어지는 것 같네요."

아이와 함께 영화 '번개맨'을 관람한 한 주부의 관람평이다. 극장판으로 제작돼 화제를 모은 영화 ‘번개맨’이 지난 14일을 끝으로 박스오피스 10위권 내에서 종적을 감췄다. 지난 11일 개봉 이후 4일만이다.

이 기간 영화 ‘번개맨’의 관객수는 5만3343명, 매출액은 1억4000만원 가량이다. 부가 서비스를 통해 추가 수익 창출은 가능할 수 있겠지만 방송, 공연에 이어 극장가까지 접수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는 접어야할 듯 싶다.



교육방송 EBS의 아동프로그램 '모여라 딩동댕'의 한 코너로 선을 보인 번개맨은 '권선징악'을 담아내며 아이들과 부모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지역을 옮겨다니며 공개 방송형태로 진행되다보니, 배우와 관객의 스킨십이 더해져 인기몰이에 가속도가 더해졌다. 이는 방송에서 보여주는 내용을 그대로 공연장으로 옮긴 '뮤지컬 번개맨'의 성공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방송과 뮤지컬에서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번개맨은 내친김에 극장 접수까지 나섰다. 흥행은 떼논 당상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더구나 뚜렷한 히어로물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한국형 히어로물이라는 타이틀까지 얹혀지면서 기대감은 최고치에 달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연 극장판 번개맨은 흥행스코어가 말해주듯 '쓴맛'을 봤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업계에선 극장판 번개맨의 타깃층이 모호했고, 방송, 공연에서 보던 배우와 전혀 다른 모습의 배우들이 등장해 몰입도를 방해한 점을 흥행실패의 주요인으로 꼽는다.


아직은 미지수지만, 영화 번개맨 시즌2가 다시 극장에 올려진다면 이번 실패는 반면교사 역할을 할 것이다. 방송, 공연에서 보여주는 모습을 극장판에서도 그대로 재현하든, 마블과 같이 한국형 히어로물로 제작하든 양단간에 결정을 내려야한다는 점은 명확해졌다.

또한 '번개맨' 캐릭터만 등장하면 무조건 성공한다면 흥행 공식도 깨졌다. 번개맨이라는 타이틀을 뒷받침할 수 있는 탄탄한 시나리오, 배우 등 모든 조건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지만 '흥행'과 '한국형 히어로물 탄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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