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 세상] "설현보다 네가 예뻐"…'허언증' 열풍

머니투데이 박은수 기자 2016.02.23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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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일상 속에서 찾아내는 정보와 감동을 재밌게 풀어내는 코너입니다. 좁게는 나의 이야기로부터 가족, 이웃의 이야기까지 함께 웃고 울고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디시인사이드 허언증 갤러리에 올라온 '요즘 해변가에서 모래성 쌓는 재미로 사네요' 제목의 게시글.디시인사이드 허언증 갤러리에 올라온 '요즘 해변가에서 모래성 쌓는 재미로 사네요' 제목의 게시글.


[e런 세상] "설현보다 네가 예뻐"…'허언증' 열풍
"설현이 예뻐, 내가 예뻐?" 한가로운 주말 오후, 쇼파에 누워 있던 남편은 갑작스럽게 던진 아내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합니다. "설현이 누군데? 당연히 네가 예쁘지~." 남편의 말이 100% 진실이 아님을, 예쁘다의 기준이 외면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대답을 듣는 순간 기분이 좋아집니다.

사람들은 하루 평균 몇 번의 거짓말을 할까요? 영국인 2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남자는 하루 평균 6번, 여자는 3번의 거짓말을 한다고 합니다. 최근 거짓말을 기반으로 한 '허언증'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 디시인사이드 '허언증 갤러리'에는 하루 평균 700여건의 글이 올라오는데요. 이용자들은 23일, 현재 2만여건의 글을 올리며 허언증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허언증 갤러리에 올라온 '수능 물리2 과외해주실분 구합니다' 제목의 글허언증 갤러리에 올라온 '수능 물리2 과외해주실분 구합니다' 제목의 글
내용을 보면 대략 이렇습니다.
'수능 물리2 과외해주실 분 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클릭하면 아인슈타인의 사진이 나옵니다. 이어 "수능특강 물2 5번 틀렸는데 3등급 받기도 힘드네요. 물리만 보면 토 나올 것 같습니다"라고 말합니다.

"로또에 당첨됐다, 벌써 40번째", "삼성전자 통째로 인수해도 돈이 남아 돈다", "콜라 먹고 싶은데 나가기 귀찮아서 그냥 치킨 시켰다"는 돈자랑부터 "오늘 공룡 발굴했는데 박물관에 기증할까요, 비싼 값에 팔까요", "집 앞 팠는데 석유가 나오네요"라는 황당한 글까지 거짓말의 소재는 무궁무진합니다.



허언증이라는 단어가 대중화된 것은 사실 연예계 때문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지난해 '거짓 모성애 논란'에 휩싸인 배우 신은경은 전 매니저의 인터뷰로 허언증 의심을 받기도 했습니다. 개그맨 조세호는 한 방송에서 "없는 형 이야기까지 지어낸 적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죠.

일부는 이런 현상에 대해 불편함을 얘기합니다. 리플리 증후군, 뮌하우젠 증후군을 언급하며 허언증은 정신병의 일종이니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재미삼아 인터넷에 올리는 거짓말이 습관이 되면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모호해집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초상권 침해, 명예훼손죄의 수렁에 빠지는 것은 시간 문제입니다. 사회가 병들어 갈 것이라고 경계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선거철이 다가옵니다. 보수든 진보든 어느 당 할 것 없이 후보들은 각종 선심성 공약들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하겠죠. 그러고나선 당선 후 그 많던 공약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립니다. 정치인들도 '허언증'을 조심해야 할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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