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손’ 놓지 않았던 우리 삶의 현미경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16.02.13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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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아, 김수환 추기경'…약자 편에 서며 사랑 전파한 이 시대 '어른'

‘따뜻한 손’ 놓지 않았던 우리 삶의 현미경


1967년 마산교구장 시절, 가톨릭노동청년회 총재를 겸한 김수환 추기경은 노동자를 해고하던 회사에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교회는 그리스도교적 사회정의를 가르칠 권리와 의무가 있다. 노동력 착취는 자본의 횡포다. 주교는 노동자들의 정당한 활동을 지지한다.”

한국 가톨릭교회가 세상을 향해 던진 이 최초의 발언은 현실 문제와 거리를 두고 있던 교회의 안일한 정체성에 틀을 깬 파격이었다. 이 동력의 중심에는 김 추기경의 노력과 열정, 진심이 놓여있었다.



넓게는 세상, 좁게는 ‘나와 우리’의 삶에서 현미경의 렌즈 역할을 톡톡히 했던 김 추기경이 16일로 선종 7주년을 맞는다. 이에 맞춰 발간되는 전기 ‘아, 김수환 추기경’은 낮은 자, 없는 자, 소외된 자와 함께 한 그의 세세한 삶을 유리알 조각처럼 담았다.

가톨릭 신자든, 불교 신자든, 무신론자든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이 ‘어른’으로 떠받든 김 추기경의 ‘모든 것’이 실린 보기 드문 전기다.



‘따뜻한 손’ 놓지 않았던 우리 삶의 현미경
1권 ‘신을 향하여’, 2권 ‘인간을 향하여’로 나뉜 책은 모두 합쳐 1132쪽이다. 저자가 3년간 추기경의 개인 일기와 강연, 편지 등을 샅샅이 훑은 데다, 고교 동창인 최익철 신부 등 21명의 인터뷰를 통해 추기경의 삶을 되짚었다. 또 사진 360장 중 100여 장이 처음 공개된다.

무엇보다 그간 풀리지 않았던 두 가지 의문에 대해서도 치밀한 추적을 통해 밝혀낸다. ‘김수환은 왜 주임신부 자리를 내놓고 독일로 유학 가서 그리스도교 사회학을 공부했는가’와 ‘신출내기 주교가 2년 후 어떻게 서울대교구장에 임명되고 이듬해 세계 최연소 추기경에 임명되었는가’에 대한 부분이 그것이다.

김순환이라는 이름이 김수환으로 바뀐 사연부터 군부독재 시절에서도 약자의 손을 놓지 않았던 따뜻한 행적까지 두루 살피는 책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해답도 안겨준다.


그렇게 살아온 인생이 전하는 말은 절대 허투루 들리지 않는 걸까. ‘서로에게 밥이 되어 주십시오’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 ‘제 별명은 소품입니다’ 같은 어록들이 진실의 무게를 달고 가슴에 꽂히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아 김수환 추기경. 1: 신을 향하여=이충렬 지음. 김영사 펴냄. 568쪽/1만6500원.
◇아 김수환 추기경. 2: 인간을 향하여=이충렬 지음. 김영사 펴냄. 564쪽/1만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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