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 4사, 지난해 매출 줄었지만 실속 '최고'

머니투데이 홍정표 기자 2016.02.0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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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제품 수요 증가 및 재고평가익 등으로 실적 개선 지속될 듯

국내 정유 4사, 지난해 매출 줄었지만 실속 '최고'


국내 정유 4사의 지난해 매출은 저유가로 인한 제품가격 하락으로 약 30% 줄었지만, 정제마진 강세로 영업이익은 모두 흑자 전환됐다.

정유업계에서 '유가 하락'은 곧 '실적 악화'로 인식됐으나, 지난해는 이 같은 공식이 깨졌다. 저유가로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었고, 일부 석유기업들의 정기보수로 수요와 공급이 빠듯해 정제마진이 강세였기 때문이다.



◇ 정유 4사 총 매출액은 29.65% 감소...영업이익은 흑자전환

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GS캍텍스·S-OIL·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의 지난해 총 매출은 107조 5990억원, 총 영업이익은 4조 7926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152조 9497억원)보다 29.65%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흑자전환됐다.



매출이 준 것은 국제 유가 하락으로 제품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고, 영업이익이 호전된 것은 정제마진 강세가 유가하락에 따른 재고손실을 만회해서다.

국내 수입 원유에서 8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두바이유는 지난해 1월 배럴당 53.27 달러에 거래를 시작한 이후 12월31일 32.19 달러로 마감해 한해 동안 약 65.49% 폭락했다. 정제마진은 지난해 1분기 평균 9달러대, 2분기 8달러대, 3분기 6달러대를 기록했고, 4분기에는 10달러대로 확대됐다.

정제마진은 제품가격에서 원유가격 및 관련 운송비 등을 제외한 것으로 정유사 영업이익과 직결된다.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5달러로 추산된다. 정유업계는 수익성에 미치는 정제마진의 영향이 국제유가보다 14배 이상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국내 정유 4사 재고량을 약 6250만 배럴로 추정할 때 유가가 1달러 떨어질 때 국내 정유사들의 재고평가손실은 6250만달러(한화 약 748억원)에 달하는 데 반해, 정제마진이 1달러 오르면 한해 이익이 1조원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 '부채비율 35%p' 감축, 현대오일뱅크 14분기 연속 흑자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매출은 26.59% 준 48조 3599억원이었고, 영업이익은 적자에서 1조 9803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작년 영업이익 규모는 2011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컸다.

SK이노베이션은 대규모 영업흑자 시현과 함께 부채비율도 크게 낮췄다. 지난 한해 동안 4조 7253억원의 부채를 줄여, 부채비율을 전년 말 119%에서 84%로 낮췄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글로벌 석유제품 수요 증가와 정제마진 강세로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며 “어떠한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 재무구조도 개선했다”고 말했다.

14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한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6293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28.75%도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현대오일뱅크의 실적 호전 배경은 저렴한 원가와 고부가가치화다. 업계 최고 수준의 고도화설비를 갖춘 현대오일뱅크는 점성이 높아 저렴한 초중질원유 도입을 늘려 경쟁사보다 배럴당 약 3달러 정도 원유도입가격을 낮췄고, 벙커C유와 아스팔트 등 저부가가치 제품을 휘발유와 경유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다시 만들어 판매한다.

국제 유가 급락에 대응해 신속히 재고 관리에 들어가는 것도 연속 흑자의 배경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유가 하락이 예상되면 공장가동률과 제품생산을 줄이고, 제품 판매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수출을 늘리는 등 평상시 보다 재고를 15% 줄여 관련 손실을 최소화한다.

GS칼텍스는 지난해 매출 28조 3392억원과 영업이익 1조 3055억원, S-OIL도 매출 17조 8903억원과 영업이익 8775억원을 달성했다. 국내 정유 4사 중에 매출이 가장 많이 준 S-OIL은 지난해 상반기에 실시한 정기보수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관측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는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정제마진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돼 실적이 크게 호전됐다”며 “저유가로 전 세계 석유제품 수요가 약 3% 정도 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올해는 수요도 꾸준히 늘 뿐 아니라,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평가이익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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