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놀아난 그 남자만 혼내주고 싶어요!"

머니투데이 조혜정 변호사 2016.02.10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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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조혜정 변호사의 사랑과 전쟁] 배우자의 외도징후와 대처법⑤

"아내와 놀아난 그 남자만 혼내주고 싶어요!"


Q. 아내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웠다는 걸 몇 달 전에 우연히 알게 됐습니다. 채팅하다 만나기 시작했다고 하더라구요. 저한테는 친구와 놀러간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그 남자와 펜션을 예약해 1박2일 여행을 갔던 거였고 회식으로 늦는다고 한 게 알고 보니 그 남자와 같이 있다가 늦은 거였습니다. 알고 나서 정말 괴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몇 달간 먹지도 자지도 못해 체중이 13kg이나 빠질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아내는 잠깐의 실수라고 용서해달라고 계속 빌고 있습니다. 과연 제가 아내를 용서할 수 있을지 아직 자신은 없지만 다섯 살인 아들이 마음에 걸려 어떻게든 넘겨보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내와 놀아난 그 남자는 어떻게든 혼내주고 싶습니다. 직업이 공무원이라고 하던데, 직장에 불륜사실을 알리면 당연히 공직에서 잘리겠지요? 청사 앞에 가서 1인 시위라고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위자료 청구도 할 수 있다던데, 위자료는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요? 제가 겪은 심적 고통을 보상할 수 있을 만큼 가능한 많이 받고 싶습니다.

A) 배우자의 불륜을 알게 된 많은 분들이 저에게 같은 질문을 했었습니다. 아이들을 생각해 내 아내는 용서하기로 했다. 하지만, 내 아내와 놀아난 그 남자는 용서 못한다. 그 남자만 응징하고 싶은데 방법이 뭐냐고 묻는 분들,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곤 했습니다. 기왕 아내를 용서하기로 결정했다면 그 남자에 대해 복수하겠다는 생각도 포기하는 게 어떠냐고요. 제가 그렇게 말씀드리는 이유는 배우자의 외도상대방에게 복수하겠다면서 위자료 소송을 하게 되면 결국 배우자와도 이혼하게 되는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이에요.

처음엔 그 남자만 혼내줘야지 하는 생각으로 소송을 시작하지만,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잊기로 했던 배신감과 분노가 되살아 나 꾹꾹 눌러뒀던 화가 폭발하게 되더라고요. 그 남자한테 위자료 청구만 하면 '내가 잘못했다, 한 번만 용서해달라'고 벌벌 떨면서 읍소할 줄 알았는데, 정작 소송을 해보니 상대방의 반응은 내 생각과 전혀 다르거든요. 잘못을 빌기는 커녕, '몇 번 만나긴 했지만 불륜은 아니다', '친구일 뿐'이라고 관계 자체를 부인하고, 적반하장식으로 '저쪽(아내)에서 먼저 유혹해 관계를 가진 것'이라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재판에서는 피고가 부인할 경우 원고가 피고의 잘못에 대한 증거를 제출해야 하니까 결국은 용서키로 했던 아내에게 불륜관계에 대해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증거를 내놓으라고 닦달하게 되지요. 아내가 내가 원하는 만큼 소송에 협조하지 않으면 '그 남자에 대한 마음이 아직도 남은 것 아니냐'는 의심이 뭉게뭉게 일어나면서 계속 추궁을 하게 되고요. 추궁 과정에서 격분해 폭언을 퍼붓고 폭행을 하게 되면 부부사이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게 되는 겁니다.

잘못을 했으니 내 분풀이를 조용히 당하고 있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아무리 내가 잘못했더라도 계속해서 폭언, 폭행을 당하거나 추궁을 당하면 그런 상황을 끝까지 참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점 꼭 기억해두시길 바래요. 배우자의 불륜사건을 겪은 분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있는데, '나는 배우자의 불륜 때문에 미칠 것 같이 괴로운데, 정작 불륜을 저지른 당사자는 별로 미안해하는 것 같지 않다'는 겁니다. 나는 평생 회복 안 될 것 같은 마음의 상처를 입었는데 상대방이 미안해하는 기간은 너무 짧다고 해요. 불륜사건 있은 지 몇 달만 지나면 '또 그 얘기냐, 그럼 어쩌라는 거냐'면서 도리어 화를 내기 일쑤래요.

위기를 넘기려면 지난 일은 완전히 덮어야 한다는 거, 응징에 착수하게 되면 그 때부터 상황이 나의 본래 의도와는 무관한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거 기억하시길 바래요. 그래도 꼭 뭔가 응징하길 원하신다면, 그와 관련된 주의사항은 다음 회에서 말씀드리도록 할께요.


"아내와 놀아난 그 남자만 혼내주고 싶어요!"
조혜정 변호사는 1967년에 태어나 제39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차별시정담당 공익위원으로 활동하고, 언론에 칼럼 기고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대한변협 인증 가사·이혼 전문변호사로 16년째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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