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국 대우證사장의 '칵테일 경계론'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2016.02.11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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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 120km 행군 전통 이어가…홍사장 취임 이후 공채인원 급증

올해 첫 공채에 뽑힌 KDB대우증권 신입사원들이 지난3일 3박4일의 행군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제공=KDB대우증권올해 첫 공채에 뽑힌 KDB대우증권 신입사원들이 지난3일 3박4일의 행군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제공=KDB대우증권


올해 첫 공채에 뽑힌 45명의 KDB대우증권 (7,820원 ▼190 -2.37%) 신입사원들은 지난달 31일부터 3박4일 동안 충주호 일대 120km를 행군했다.

강추위와 싸우며 매일 30km씩 국토의 중앙인 충주호를 일주하는 일정이다. 행군 마지막날인 지난 3일 대우증권 임원들은 이들에게 직접 사령장을 수여했다. 신입사원들은 사발에 막걸리를 따라 돌려 마시는 이른바 '사발식'도 가졌다.



홍성국 대우증권 사장은 "신입사원들을 강하게 훈련 시키는 이유는 끈기, 인내, 협업, 조직 마인드 등 이른바 '꼰대의 정서'를 함양하기 위한 것"이라며 "'꼰대의 정서'는 가정이나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아 회사에서 가르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쌍팔년도에나 했을 법한 교육을 대우증권은 10년이 넘는 동안 17기수의 신입사원들에게 했다. 처음에는 '대한민국 금융 영토를 넓혀라'라는 콘셉트로 전국을 도는 일정이었다.



대우증권 한 중견사원은 "초기에는 200km씩 행군을 했는데 시간이 가면서 행군거리가 줄어들었다"면서도 "힘든 일정을 함께 소화해 가면서 동료의식이 좋아진 것이 큰 소득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행군을 함께한 동료들은 회사 생활을 하면서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다른 증권사에 비해 대우증권 직원들이 유독 끈끈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행군의 영향이 없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행군의 완주율은 100%에 가까운데 서로 돕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수치다.

대우증권은 2013년 72명, 2014년 35명의 공채사원을 뽑았다. 그런데 홍성국 사장이 취임한 이후인 지난해 공채 사원이 119명으로 급증했다.


올해 이미 45명의 공채사원을 뽑았고, 앞으로 인재 채용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칵테일 잔의 비극'이라는 홍 사장의 지론과 맞닿아 있다.

홍성국 대우증권 사장(가운데)이 행군을 마친 신입사원들과 셀카를 찍고 있는 모습.홍성국 대우증권 사장(가운데)이 행군을 마친 신입사원들과 셀카를 찍고 있는 모습.
'칵테일 잔'은 고령인구 비중이 높고 청년층의 인구가 낮은 역피라미드형 인구구조를 말한다.

홍 사장은 "고령화에 이어 인구 감소가 눈앞에 있고 올해를 기점으로 경제활동인구는 줄어든다"며 "이런 상태로 5~6년이 지나면 한국 주요기업의 연령별 인구구조는 칵테일 잔과 같이 변하게 된다"고 말했다.

받침대와 잔 사이가 길어지면서 기회가 와도 일할 종업원이 없어지게 된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의 경우 5년 후 취업이 예상되는 1995년생을 고비로 출생자가 급속히 줄어든다.

반면 이들의 부모 세대는 거의 정년에 도달한다. 결국 사회적으로 5~6년간 신입사원 채용을 늘리는 것만이 그나마 사회 전체의 잠재성장률을 유지하는 방법이라는 게 홍 사장의 생각이다.

홍 사장은 "일본은 1990년대 맹목적으로 인원을 줄이면서 신입사원을 뽑지 않았다"며 "21세기 초반 거대한 브릭스 투자 기회가 왔으나 일할 실무자가 없어서 기회를 잡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를 살리기 위한 투자 중 가장 중요한 투자는 사람에 대한 투자"라며 "향후 5~6년간 신입사원을 뽑은 '계속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차이는 확연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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