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멍 드는 멍절'…설날 후 이혼 증가 해결책은?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2016.02.09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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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문화 제 자리 찾는 과도기…부부간 이해와 대화가 중요"

/사진=이미지투데이/사진=이미지투데이


# 결혼 3년차인 직장인 A씨(36·여)는 명절이 다가오는 게 두렵다. 명절 때마다 남편과 크고 작은 다툼이 생겼기 때문. 올 설을 앞두고는 양가에 드릴 선물과 용돈을 두고 남편과 갈등을 빚었다. 남편은 넉넉지 못한 주머니 사정을 들며 시댁에 용돈을 조금 더 드리면 안되겠느냐고 했다. A씨는 맞벌이를 하는 상황에서 이같은 남편의 말이 야속하게 느껴졌다.

이 뿐만이 아니다. A씨는 시댁 어른들을 만나는 것도 부담이다. 맞벌이를 하는 탓에 특별한 자녀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데도 시댁 어른들은 '언제 손주를 보게 해 주겠냐'며 성화다. A씨는 "명절이 다가오면 이같은 고민과 걱정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여성들이 주위에 많다"고 말했다.



명절을 전후해 사이가 나빠지는 부부들의 사례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같은 명절 스트레스 때문에 이혼을 결심하는 사례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처가와의 마찰 등을 이유로 스트레스를 겪는 남편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명절을 앞두고는 '명절이 아니라 가슴에 멍이 드는 멍절이다'라는 우스개소리까지 나온다.

설날 연휴 이후 법원에 이혼을 접수하는 부부는 평소보다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9일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설날이 있었던 2월과 그 다음달인 3월의 이혼 접수 건수는 2540건에서 3540건으로 증가했다. 협의이혼도 8567건에서 1만1406건으로 늘어났다.



가정 전문 사건을 담당하는 변호사들도 해마다 명절 직후 이혼 상담 건수가 급격히 늘어난다고 설명한다. 명절을 기점으로 이혼을 결심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가정전문 변호사는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부부들이 명절 스트레스 탓에 이혼을 결심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는 명절에 집안 어른들을 만나 충분히 대화를 나눈 끝에 이혼을 결정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과거 명절 스트레스가 여성들의 몫이었다면 최근에는 남편들도 이같은 스트레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지역의 한 변호사는 "최근 경기가 침체되는 등 경제적 문제로 명절 스트레스를 받는 남성들의 상담 사례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부부간의 명절 위기에 대해 전문가들은 서로의 이해와 대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숙기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장은 "그간에는 명절 때 부부 각자가 서로 애쓰는 부분에 대해 당연하게 생각해 온 경향이 있었다"며 "명절은 모두에게 스트레스가 되는 만큼 서로 감사하고 존중해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절대 남의 집안과 비교를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또 "점차 대가족 문화가 해체되면서 명절 문제가 대두된 현재는 명절 문화가 제 자리를 찾아가는 과도기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명절을 피할 수 없는 이상 부부가 어떻게 하면 잘 보낼 수 있을지 방법을 함께 찾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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