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영웅본색'부터 '벤허'까지...'재개봉영화의 경제학'

머니투데이 김건우 기자, 박광범 기자 2016.02.06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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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말 '이터널 선샤인' 성공에 '응팔' 바람 겹치며 재개봉 영화 잇따라...판권료도 '들썩'

영화 '영웅본색'이 개봉 30주년을 기념해 오는 18일 재개봉한다. 또 영화 '쇼생크 탈출'도 오는 24일 재개봉할 예정이다.영화 '영웅본색'이 개봉 30주년을 기념해 오는 18일 재개봉한다. 또 영화 '쇼생크 탈출'도 오는 24일 재개봉할 예정이다.


"나, 이 영화 4720번 봤다" "그럼 주윤발 코트에 난 총구멍 개수는?"

tvN '응답하라 1988'에서 '별밤지기' 이문세가 당시 유행하던 홍콩 영화'영웅본색'을 언급하며 관련된 퀴즈를 내자 동룡(이동희 분)은 무려 4720번을 봤다며 자신감을 나타낸다. 이문세는 '그럼 주윤발 코트에 난 총구멍 개수는?"이라고 물어 시청자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영웅본색'이 오는 18일 개봉 30주년을 기념해 재개봉하면서 흥행 성적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 세대를 TV 앞으로 불러 모았던 '응답하라 1988'의 대표 아이콘이었던 '영웅본색'을 보기 위해 젊은 세대들도 극장을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20~30세대들이 찾는 재개봉 영화...2016 트렌드로 자리잡다=재개봉 영화가 조명을 받기 시작한 것은 미셸 공드리 감독의 '이터널 선샤인' 덕분이다. 지난해 11월 재개봉한 '이터널 선샤인'은 32만명의 관객을 모으며 10년 전 개봉 당시 성적(16.8만명)을 뛰어넘었다. 재개봉 영화가 개봉 당시 기록을 넘어선 것은 '이터널 선샤인'이 최초다.

2003년 처음 개봉했던 크리스마스 대표 영화 '러브액츄얼리'는 2013년에 이어 지난해 12월 2번째 재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7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2013년에 재개봉 때 4000명을 모았던 것과 비교해 17배 많은 관객이 몰린 셈이다.



이 밖에도 '렛미인' '러브레터' 등이 개봉했고 '쇼생크탈출' '무간도' '오페라의 유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 등이 관객을 찾아갈 예정이다. 매달 3~4편의 재개봉 영화를 만날 수 있는 셈이다.

'영웅본색'과 ;러브레터', '천녀유혼'의 수입사 조이앤시네마에 따르면 재개봉영화는 △ 대도시 중심의 흥행 △ 높은 20~30대 관객 비중의 특징이 있다. 과거 영화를 봤던 30~40대 관객들이 주로 관람할 것이란 단편적인 생각을 벗어난 결과다.

실제 '이터널 선샤인'도 스크린당 관객 수가 서울(7800명), 경기(3158명), 부산(4961명), 대구(6203명)으로 충청북도(1987명), 충청남도(2395명), 전라북도(1706명) 등과 크게 차이를 보였다. 극장 인프라가 잘 구축돼있는 도시 중심의 관객들이 재개봉 영화를 찾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윤홍 조이앤시네마 팀장은 "'러브레터'는 입장객의 50%가 서울이었고, 서울과 경기의 관객이 전체의 70%를 차지했다"며 "지방은 대전, 호남 쪽보다는 대구와 부산 관객들의 관람 비중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복고 열풍을 경험한 20~30대가 재개봉 영화를 찾는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정 팀장은 강조했다.

'쇼생크 탈출'과 '타인의 삶' 수입사 에스와이코마드 측도 재개봉영화를 찾는 젊은 관객들이 많다고 전했다. 강선영 에스와이코마드 대표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익숙한 편안함을 재개봉영화에서 느낄 수 있다"며 "20대들에게는 40~50대에게 들었던 영화를 직접 만나는 기회라 신선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극장들도 재개봉 열풍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40~50대 관객층의 향수를 자극해, 가족관객까지 극장에 모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메가박스는 2015년을 뜨겁게 달궜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등 10편을 재개봉하고, CJ CGV는 설날 연휴를 맞아 '레옹' '벤허' 등 명작을 선정해 '설특선 심야극장'을 열 계획이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이 지난해 재개봉해 32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10년 전 개봉 당시 성적(16.8만명)을 뛰어넘었다.  <br>영화 '러브 액츄얼리'도 지난해 2번째 재개봉에서 7만명의 관람객을 모았다.영화 '이터널 선샤인'이 지난해 재개봉해 32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10년 전 개봉 당시 성적(16.8만명)을 뛰어넘었다. <br>영화 '러브 액츄얼리'도 지난해 2번째 재개봉에서 7만명의 관람객을 모았다.

◇재개봉 열풍에 판권료 상승하나...섣부른 수입경쟁 우려도=영화 수입사들은 해외에서도 재개봉 영화 열풍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영화 마켓에서 재개봉 영화의 판권을 사겠다는 문의가 늘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재개봉 영화는 부가판권 시장의 성장과 관련이 있었다. 수입사 입장에서는 고전영화는 저렴한 가격에 수입해 마케팅비를 크게 쓰지 않아도 됐다. VOD(주문형비디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고전 영화를 찾는 수요도 늘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015년 디지털 온라인 시장 규모는 3349억원으로 전년대비 12.7% 증가했다. 이 가운데 TV VOD 시장은 2069억원으로 같은기간 15.7% 늘어났다.

재개봉을 통해 화제가 되면 VOD 구매가 크게 증가한다. '베테랑'의 흥행으로 류승완 감독의 전작 '부당거래'를 보거나 '셜록: 유령신부' 개봉으로 2009년 개봉한 '셜롬홈즈'의 구매가 늘어난 것과 같은 논리다. VOD는 소장형 구매도 가능해 영화를 재관람한 관객들이 다시 VOD를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

한 영화 수입사 관계자는 "재개봉을 통해 화제가 되면 구매가격도 올릴 수 있어 수익성이 높아진다"며 "신작보다 마케팅 비용도 저렴해 수입사 입장에서 재개봉영화는 틈새시장과 같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극장에서도 재개봉영화가 성공을 거두면서 수입 경쟁이 치열해지기 시작했다. "우스갯소리로 네이버영화 평점 상위 50위 영화는 모두 재개봉을 추진 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수입사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아카데미상 수상작이나 해외 블록버스터 수입 경쟁으로 판권 가격이 상승했던 적이 있다"며 "모든 재개봉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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