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음악인생은 이제 막 시작…음악 '귀하게' 여길 것"

머니투데이 박다해 기자 2016.02.01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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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예술의전당서 '쇼팽콩쿠르 갈라콘서트'로 국내 팬 만나…최근 DG와 전속계약 체결

 조성진(쇼팽 콩쿠르 우승자)피아니스트가 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우승기념 및 도이치 그라모폰 전속 레코딩 계약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조성진 피아니스트는 2일 예술의 전당콘서트홀에서 제17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 갈라 콘서트에서 연주한다. /사진=뉴스1 조성진(쇼팽 콩쿠르 우승자)피아니스트가 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우승기념 및 도이치 그라모폰 전속 레코딩 계약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조성진 피아니스트는 2일 예술의 전당콘서트홀에서 제17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 갈라 콘서트에서 연주한다. /사진=뉴스1


"콩쿠르 우승이 인생의 목표가 되는 것은 슬픈 것 같아요. 콩쿠르는 제가 원하는 꿈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목표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제 만 21살인데 (음악인생의) 어디가 정점일지 예측은 아직 잘 못 하겠지만, 마음은 이제 막 시작했다고 생각해요"

지난해 10월 쇼팽콩쿠르 우승 이후 처음 고국을 찾은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모습은 여느 21살과 다르지 않은 앳된 모습이었다. 중간중간 농담을 던지며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음악에 대한 자신의 가치관을 말할 땐 누구보다 진지한 고민이 묻어났다.



조성진은 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쇼팽 콩쿠르 우승기념 및 도이치그라모폰 전속 레코딩 계약 기자간담회'에서 "거의 1년 만에 한국을 왔는데 설레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든다"며 "정말 많이 응원해주셔서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 "음악을 할 때만큼은 진지해야…훌륭한 콘서트 피아니스트가 꿈"



그는 "나로 인해 클래식 음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인지 잘 모르겠다"면서 "클래식연주가로선 좋은 소식이 아닐까 싶다"고 말문을 열었다.

조성진의 꿈은 '훌륭한 콘서트 피아니스트'다. 그는 "특히 유럽이나 미국서 활동을 많이 하는 콘서트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며 "콩쿠르는 그런 목표를 가진 젊은 피아니스트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해주고 도움을 주기 때문에 쇼팽 콩쿠르에 참가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아서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며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부담감도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의 목표는 누구보다 진지한 자세로 음악을 '귀하게' 여길 줄 아는 연주자다. 조
성진은 "훌륭한 피아니스트는 (음악이) 귀하게 느껴지는 연주를 하는 사람"이라며 "음악을 할 때만큼은 진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명곡'이란 곧 작곡가의 노력과 고뇌를 동반해서 나온 걸작이기 때문에 그에 걸맞게 진지한 자세를 가져야 훌륭한 음악가라는 설명이다.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그지만 과거 쇼팽의 곡이 자신이 없다고 밝힌 적도 있다. 조성진은 이에 대해 "어떤 사람은 (쇼팽을) 낭만적인 작곡가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학구적이라고 한다. 사람마다 쇼팽에 대해 생각이 너무 다르다 보니 이상적인 쇼팽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스스로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도 경계했다. 그는 "조금 위험한 점은 계속 똑같은 곡을 무대에 올리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는데 그런 것을 주의하기 위해 악보도 연주 전에 다시 보고 새로운 느낌을 계속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5년 전 "10년 안에 협주곡 40곡을 마스터하고 싶다"고 밝혔던 그다. 그러나 이제는 무작정 많은 곡을 연주하는 것보다 한 곡을 깊이 배우고 싶다는 소망도 밝혔다. 조성진은 "5년 전에 친 곡도 그 이후 한 번도 안 치다가 5년 후에 치면 또 다른 느낌이 든다. 다른 시각으로 곡을 보게 되는 기분"이라며 "그런 재미도 음악의 재미인 것 같다. 언젠가는 40곡을 하게 되겠지만 남은 5년 안에는 힘들 것 같다"고 웃었다.

 조성진(쇼팽 콩쿠르 우승자, 가운데)피아니스트, 아르투르 슈클레네르(오른쪽) 쇼팽협회장, 우테 페스케 DG A&R파트 부사장이 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우승기념 및 도이치 그라모폰 전속 레코딩 계약 기자간담회를 갖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조성진(쇼팽 콩쿠르 우승자, 가운데)피아니스트, 아르투르 슈클레네르(오른쪽) 쇼팽협회장, 우테 페스케 DG A&R파트 부사장이 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우승기념 및 도이치 그라모폰 전속 레코딩 계약 기자간담회를 갖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 "롤모델 정해놓지 않아…저만의 길 개척할 것"

그의 롤모델은 자기 자신이다. 조성진은 "롤모델은 일부러 정해놓지 않는다. 저만의 길을 개척하고 싶다"고 밝혔다. 조성진은 "정말 좋아하는 피아니스트는 '라두 루푸'(Radu Lupu)지만 롤모델이라고 할 순 없다"며 "존경하는 분이지만 저랑 다른 분인데 그분의 길을 갈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아르투르 슈클레네르 쇼팽협회장, 우테 페스케 도이치그라모폰 A&R파트 부사장도 함께 자리했다. 조성진은 최근 세계적인 클래식레이블 '도이치그라모폰'(DG)과 전속 계약을 맺고 향후 5년간 총 5장의 음반을 녹음한다. 첫 음반 녹음은 오는 4월 독일 드레스덴에서 이뤄진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협연하며 지휘봉은 정명훈 전 서울시향 음악감독이 잡는다.

조성진의 쇼팽 콩쿠르 우승 이후 지난해 11월 우승 실황을 담은 음반이 이미 도이치그라모폰을 통해 발매되기도 했다. 해당 앨범은 국내에서만 8만 장이 넘는 판매를 기록, '조성진 열풍'을 일으켰다. 클래식 음반으로는 이례적으로 아이돌 그룹 등 가요 음반을 제치고 각종 음반 차트와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석권했다.

우테 페스케 부사장은 "조성진과 계약을 맺었다고 하니 (전 쇼팽콩쿠르 우승자인) 크리스티앙 짐머만이 조성진이 얼마나 많은 재능을 보여줄 수 있는지 확신한다고 말해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조성진은 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서 '쇼팽 콩쿠르 우승자 갈라 콘서트'를 통해 국내 팬들을 만난다. 제17회 쇼팽 콩쿠르 우승자 조성진을 포함, 2위 샤를 리샤르 아믈랭, 3위 케이트 리우, 4위 에릭 루, 5위 이케 토니 양, 6쉬 드미트리 시쉬킨 등이 무대에 오른다. 폴란드 지휘자 야체크 카스프치크와 바르샤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함께 한다.

쇼팽 콩쿠르 입상자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공연은 국내에선 이번이 처음이다. 조성진은 결선 무대에서 연주한 쇼팽 협주곡 1번과 쇼팽 녹턴 13번, 쇼팽 환상곡, 쇼팽의 영웅 폴로네이즈 등을 소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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