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짬뽕에 일격' 농심…비상 마케팅 돌입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16.01.26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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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마케팅 직원들 주말마다 현장 지원…'프리미엄 짬뽕라면 주도권 뺏길라' 동분서주

'진짬뽕에 일격' 농심…비상 마케팅 돌입


농심 영업·마케팅팀 직원들은 지난 연말부터 주말도 없이 현장을 누비고 있다. 전국 대형마트에서 진행하는 '맛짬뽕' 시식행사 현장에 지원을 나가고 있다. 평소 신제품 시식행사는 외주 업체 직원들이 전담하지만 경쟁사인 오뚜기와 '짬뽕라면 대첩'을 벌이고 있는 비상 시기인 만큼 본사 직원들이 직접 현장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A대형마트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입사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요즘처럼 라면 경쟁이 치열한 적이 없었다"며 "(농심)본사 직원들이 직접 마트에 나와 시식을 유도하고 제품 판매에 열을 올리는 것도 처음 봤다"고 말했다.



◇"맛짬뽕 더 팔 수만 있다면"…콧대높은 자존심도 버렸다=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국 주요 대형마트에서는 지난 연말부터 2개월째 농심 '맛짬뽕' 시식행사가 매주 이어지고 있다. 주말 오후 시간대나 평일 오후 4~7시 전후로 대형마트를 방문하면 라면 진열대 옆에 차려진 맛짬뽕 시식코너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정도다.

시식 행사만이 아니다. 추가 증정(4개 묶음제품 구입시 1개 추가 증정)이나 가격 할인, 사은품 증정 행사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북극곰 수영축제를 후원하는가하면 강원도 용평 스키장에 카페테리아를 운영하는 등 홍보행사도 맛짬뽕을 내놓고 사실상 처음 시작했다.



신제품 시식이나 추가증정, 가격 할인 등은 식품업계의 기본적인 마케팅 기법이지만 라면시장 독보적인 1위인 농심은 그동안 이같은 '퍼주기식' 마케팅에 선을 그어 왔다. B대형마트 관계자는 "농심은 신제품 출시 후 한달 이내에 대형마트 시식행사를 마무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며 "농심이 신제품 내놓고 2개월 이상 전사적인 마케팅 공세를 펼치는 것은 아마도 맛짬뽕이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C대형마트 관계자는 "농심은 신라면 파워가 워낙 강해 평소 대형 유통사들도 눈치를 보는 막강 제조사"라며 "하지만 요즘은 주말마다 좋은 자리에 맛짬뽕 시식행사를 잡아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진짬뽕에 일격' 농심…비상 마케팅 돌입
◇"점유율 끌어올리자"…절대적인 라면 비중 부담=농심이 맛짬뽕 마케팅에 적극 나선 것은 진짬뽕을 앞세운 오뚜기의 추격이 심상치 않아서다. 시장정보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라면시장(매출 기준)에서 농심의 점유율은 54.1%로 전년 동기 대비 6.9%포인트 낮아진 반면 오뚜기는 24.1%로 7.4%포인트 높아졌다. 라면시장 1, 2위인 두 회사의 점유율은 30%포인트나 차이나지만 20여년간 2위 업체와 40~50%포인트 이상 격차를 유지해왔던 농심 입장에선 이같은 결과가 달갑지 않다.


농심의 자존심으로 통하는 신라면이 한 대형마트에서 진짬뽕에 밀려 매출 3위로 주저앉은 것도 다소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에 대해 농심 관계자는 "전체 유통채널 기준으로는 신라면 점유율이 여전히 독보적인 1위"라며 "하지만 올해부터 보다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기로 내부 전략을 바꾼 것은 맞다"고 밝혔다.

짬뽕라면이 일반라면보다 가격이 2배 비싼 프리미엄 제품이어서 전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도 농심이 마케팅 공세를 퍼붓는 이유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2011년 팔도 꼬꼬면 열풍이 불었을 때 농심 점유율이 잠시 주춤한 적이 있었지만 오뚜기 진짬뽕의 약진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며 "프리미엄 짬뽕라면 1위 타이틀을 어떤 제품이 차지하느냐에 따라 향후 매출에도 큰 차이가 있어 농심 입장에선 오뚜기에 주도권을 빼앗기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낵, 생수 등 사업 부문이 있지만 라면 부문 매출이 절대적인 것도 한 요인이다. 농심은 지난해 전체매출 2조여원 가운데 75%인 1조5400억원을 라면에서 올린 만큼 라면시장 점유율이 낮아질 경우 전체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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