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위기에서 20조 걷어올린 월가의 이단아들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16.01.20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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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무비] '빅쇼트'…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현실 직시한 이들의 성공기

미국 금융위기에서 20조 걷어올린 월가의 이단아들


경제 붕괴 현상을 목도할 때, 마크 트웨인의 말처럼 확실한 문구는 없다. ‘곤경에 빠지는 건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독일 경제학자 하노벡 교수도 주식 시장의 가장 올바른 눈은 ‘자신’에게 있다고 강조한다.

1930년대 경제 공황 이후 미국에 가장 큰 경제 위기를 안겨 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진실을 외면하고 허상에 집착한 사람들의 사치가 만든 허영의 산물이었다. 세계 금융전문가들이 모여있는 월스트리트가 낙관적 미래에 집착해 밑빠진 독의 현실을 깨우치지 못한 최악의 재앙이었던 것.



이 재앙속에 현실을 제대로 꿰뚫어 본 4명의 괴짜들은 월스트리트의 이단아였다. 사회생활 부적응자인 캐피탈회사 대표 마이클 버리(크리스찬 베일), 융통성 없는 펀드매니저 마크 바움(스티브 카렐), 은행 내부의 왕따 트레이더 자레드 베넷(라이언 고슬링), 사회를 버리고 자연을 선택한 전직 트레이더 벤 리커트(브래드 피트)가 그 주인공이다.

‘빅쇼트’(The Big Short)는 현상을 조금 삐딱한 눈으로, 작은 사실에 주목하는 이단아 4명이 2007년 시작된 금융위기의 실체와 시스템의 맹점을 날카롭게 파헤쳐 금융시장의 몰락을 예측하고 20조원이라는 엄청난 수익을 올린 이야기다.



고독한 배트맨의 이미지의 베일은 이 작품에서도 고스란히 재현된다. 주택 시장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는데도, 그는 담보대출의 이자에 허덕이는 서민의 흐름을 읽고 시장의 몰락을 예측한다. 예측만 한 게 아니라, 주택 시장이 무너질 때 쓰레기로 둔갑할 채권을 모은 파생상품인 CDO(부채담보부증권)에 주목하고 거액의 공매도(없는 채권을 미리 사 값이 떨어질 때 시세차익을 노리는 방법)를 시도한다.

영화는 어려운 경제 용어가 나올 때, 그리고 복잡한 구조가 얽혀있을 때 또다른 배우를 등장시키는 액자구성으로 쉽게 설명하는 연극적 방식을 도입해 재미를 높였다. 이를테면 CDO를 설명할 때, 먹다 남은 생선을 처리하는 방식을 비유로 드는 식이다.

미국 금융위기에서 20조 걷어올린 월가의 이단아들
횟감으로 쓰고 남은 넙치, 그리고 남은 식재료를 한꺼번에 모아 해물 스튜를 만들어 신상품으로 내놓는 예가 그렇다. 담보대출을 이기지 못해 무너지는 주택들을 따로 모아 하나의 건전한(?) 상품인 것처럼 포장해 그럴듯하게 투자자를 유인하는 방식은 주방장의 사기행각과 크게 다르지 않은 셈이다.


거품의 진실을 알아보고 공매도를 시도하는 이는 베일만이 아니다. 금융에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바움은 서민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허술한 시스템을 직접 밝혀낸다. 시세 차익 10억 달러(약 1조 2000억 원)를 손안에 잡기 직전까지 그는 결정을 유보한다. 자신의 이익보다 미국의 앞날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베넷과 리커트 등 트레이더들의 소신있는 투자 전략과 해석도 거금을 수확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과정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주택 이자도 제대로 갚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는데도 CDO의 가격이 되레 높게 공시됐기 때문. 신용평가기관인 S&P,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등 월가의 주류 금융권은 자신의 실수를 가리기위해 ‘거짓 공시’로 국민을 우롱하기 일쑤였다.

4명의 이단아들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의 신념을 저버리지 않았다. 버리는 진실이 드러날 때가지 헤비메탈 듣기와 드럼 연주로 신념을 다잡았고, 바움은 분노로 버텼다. 실질적 지표와 증거로 냉정함을 잃지 않은 베넷과 리커트는 위기속에서 되레 더 많은 투자로 주류 금융권과 반대의 길을 걸었다.

금융위기가 끝난 뒤 구속된 이는 단 한명. 국민은 길거리로 나앉았는데, 월가의 죄지은 자들은 되레 국민의 부채를 상여금으로 받고 아직도 활개치고 있다. 한국의 주택과 금융 시장은 어떤가. 21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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