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M 소속 감독, 사표내고 웹드라마 창업한 이유?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2016.01.18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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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도전]<21>모바일 특화 영상 '웹드라마' 스타트업 모모 이준협 대표

편집자주 '진짜 내일'(my job, 來日)을 찾아 창업에 뛰어든 청년들의 꿈과 열정,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이들의 치열한 오늘을 들려드립니다.

이준협 모모 대표/사진=모모 제공이준협 모모 대표/사진=모모 제공


드라마, 예능프로그램 등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종합 콘텐츠 기업 CJ E&M 소속 감독이었던 이준협 모모 대표(34)는 지난해 돌연 사표를 내고 창업에 나섰다.

그가 도전한 창업 분야는 웹드라마다. 아직 다소 생소한 분야지만 모바일 사용자들을 타깃으로 한 3~5분의 기승전결을 갖춘 영상을 의미한다. 인기 아이돌 그룹 엑소(EXO)가 출연한 웹드라마 '우리 옆집에 EXO가 산다', 지난해 100만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72초드라마' 등이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 10년간의 피디 경력을 접고 '웹드라마박스'를 서비스하는 '모모'를 창업했다. 그는 CJ E&M 내 케이블 채널인 tvN에서 'SNL', '코미디빅리그' 등을 담당한 예능 편집감독으로 활동했다. 앞서 그는 GS그룹 내 한인음악방송, 기독교방송 GCN TV 등에서 PD경력을 쌓았다.

이 대표는 "해외 웹콘텐츠의 성공 사례와 72초드라마 등을 보고 웹드라마가 새로운 기회라고 판단했다"며 "이 기회를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아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하고 창업에 나섰다"고 밝혔다.



◇대학생 시절 UCC 창업 실패

사실 그는 대학생 시절이었던 2007년 창업한 경험이 있다. 현재 1인 방송 진행자 BJ가 만드는 영상 등을 유통·판매 하는 미디어인 MCN(멀티채널네트워크)의 원조 격인 UCC(사용자제작콘텐츠)를 제작하는 스타트업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자는 의미에서 '전체이용가'라고 이름짓고 대학 동기 3명이 모였다. 지방 고추축제부터 대기업 통신사 바이럴 영상, 국회의원 홍보 영상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했다. 월 매출 4000만원을 기록할 정도로 잘 나간 때도 있었다. 하지만 UCC의 인기가 저물면서 자연스레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이 대표는 "어린 나이에 창업에 나선 이유였는지 'UCC의 인기가 영원할 것'이란 엄청난 착각을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첫 창업 실패 후 체계적으로 영상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GS그룹 내 한인음악방송에서 음악 PD로 입사했다. 그는 가수들의 인터뷰를 찍으러 다니는 반복적인 일에 염증을 느꼈다. 새로운 기획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적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다룰 수 있는 편집PD로 방향을 틀어 CJ E&M에 입사했지만 새로운 시도에 대한 욕구를 떨칠 수 없었다.

◇웹콘텐츠 전성시대, '웹드라마'로 2번째 창업 도전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하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더구나 그는 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하루에 열 번, 스무번 고민하던 그는 연쇄창업가인 노정석 파이브락스 창업자(현 킵코 CSO)를 만난 뒤 퇴사를 결심했다.



이 대표는 "노 대표님은 '인생에 몇 번의 기회가 오는데 이를 잡는 사람과 잡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어야 한다'고 말했다"며 "이 기회를 놓치면 다신 잡을 수 없다는 생각에 창업 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모모는 단순히 웹콘텐츠 제작이 아닌 웹드라마 전문 감독과 크루들을 모집·양성하는 감독 에이전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MCN과 비슷한 형태다.

모모는 기존 대비 10분의 1 수준의 저렴한 제작비, 독특한 드라마 소재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드라마의 단골 소재인 사랑에서 벗어나 폭력으로 아들의 성적을 관리하는 엄마(모범생), 살인사건의 목격자를 다룬 스릴러(목격자) 등을 선택했다. 페이스북, 네이버 TV캐스트,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유통한다.



'모범생'은 100만건 이상, '이퀄라이져'와 '목격자'는 각각 누적 조회수 143만건, 50만건을 기록하는 등 반응도 긍정적이다.

그 가능성을 인정받아 최근에는 초기벤처투자사 케이큐브벤처스와 DSC인베스트먼트, 포도트리 등으로부터 1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정신아 케이큐브벤처스 상무는 "이미지, 텍스트 중심의 소비에서 영상 콘텐츠로의 급격한 전환이 있는 시점에서 모바일 환경에서 단 시간 내 즐길 수 있는 영상 콘텐츠 제작과 유통에 특화된 팀이라는 점에 주목했다"며 "스낵컬쳐 문화에 익숙한 현대 이용자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양질의 킬러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구현과 연관 영역으로의 확장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투자 결정 이유를 전했다.



모모는 '모바일 무비'(Mobile Movie)의 약자다. 이 대표는 "모바일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는 많지만 전반적으로 질이 낮은 상황"이라며 "재밌고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웹드라마'라는 장르 자체를 대중화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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