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웹드라마 등 웹콘텐츠의 소비 증가는 저녁이 없는 '1인 가족'의 현상과 맞물린다. 1990년대 TV매체를 넘어 2016년 모바일 시대가 낳은 새로운 풍경이기도 하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shinnara@
웹소설 역시 다음카카오, 문피아, 조아라 등의 플랫폼을 텃밭 삼아 시장에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라온E&M에 소속된 한 무협소설 작가는 2014년 매출액이 10억 원을 넘길 정도로 호황을 누리기도 한다.
◇ 1인 가족의 외로움…"찰나 못 견디는 현대인에게 최적화한 콘텐츠"
대화가 단절되고 가족 모두 TV를 보는 것이 90년대 TV매체가 준 부작용이었다면, 모바일 시대에선 대화 단절은커녕 가족끼리 마주 앉을 일조차 없다는 게 새로운 현상으로 떠올랐다. 저녁 시간 자체가 사라진 데다 가정 자체가 ‘1인 가족’ 형태를 띤 셈이다.
포털사이트 다음은 2003년 처음으로 '만화 속 세상'이라는 코너를 개설, 최초의 웹툰 플랫폼이 됐다. /사진=다음 웹툰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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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의 영화나 책 한 권 읽기 힘들어하는 바쁜 현대인들은 그러나 ‘빠르고 다양한’ 콘텐츠에 열광하기 쉽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텍스트든 동영상이든 10~15분 내로 소비하려는 속도전에 민감하지만, 짧은 소비 못지않게 콘텐츠 향유 욕구는 더 늘었다는 것이다.
황진미 평론가는 “일과 놀이 시간이 구분되지 않은 현대인의 삶에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공백의 부재 상태를 견디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쉽다”며 “매체 시장은 현대인의 찰나들이 증발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다양하고 짧은 콘텐츠를 생산한다”고 강조했다.
◇ '쌍방향 소통'…동영상 콘텐츠 '다양화' VS 깊이나 스케일에 '한계'
웹콘텐츠 시장에 뛰어드는 공급자는 전문가를 넘어 일반인까지 그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개인방송을 운영하는 송재룡 트레저헌터 대표는 “미국은 현재 100개 이상의 MCN 채널을 확보할 정도로 활황세”라며 “자신만의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일반인들이 개인방송 시장에 뛰어드는 추세가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아직까진 주변 문화로 인식되고 있지만 깊이 있는 정보와 고차원적 재미라는 요소를 놓치지 않는다면 충분히 승산 있는 게임”이라고 덧붙였다.
대표적인 웹드라마 '72초 드라마'의 한 장면. 72초 드라마는 제목그대로 1화당 길이가 72초에 불과해 스마트폰으로도 손쉽게 즐길 수 있다. 현재 포털사이트 네이버 등에서 상영되고 있다. /사진='72초 드라마' 1화 캡처화면
하지만 모바일 특성상 콘텐츠 제작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움직이면서 보는 콘텐츠에 깊이나 화려함을 추구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블록버스터급 영상이나 문화적으로 깊이 있는 영상은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집중해서 보기 어렵다”며 “투자 규모가 작고 오밀조밀한 재미있는 콘텐츠로 한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고정 취향 소비자'가 관건…"휘발성 콘텐츠에 대한 고민 깊어져야"
웹콘텐츠가 시장에서 견고한 수익모델로 자리 잡기 위해 갖춰야 할 조건은 무엇일까. 불특정 다수가 아닌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원하는 고정 취향 소비자들을 잡는 일이 우선이라고 전문가들은 꼬집는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이제 막 유료화 모델로 자리 잡은 웹툰에서 알 수 있듯 웹콘텐츠에 얼마나 많은 충성도 높은 이용자를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며 “1인 미디어의 생존도 결국 특화된 정기 시청자를 확보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재홍(멀티미디어공학) 강릉원주대 교수는 “기존 로열 고객들이 선호 콘텐츠 분야에 자리를 지키면서 새로운 콘텐츠에 발을 뻗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하지만 즉시성과 휘발성이 강한 웹콘텐츠의 특징을 감안하면, 지지층이 흔들릴 수 있어 콘텐츠 질에 대한 심도 있는 숙고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