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전세' 올 것이 왔다…보증금 3억원 날린 사연은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2016.01.07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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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분기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상품 가입건수 2배 '급증'…'확정일자'가 능사는 아니다

@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이너.@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이너.


최근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는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전세금반환보증보험 가입 건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주택 과잉공급과 대출규제로 인해 집값 상승세는 꺾이는 것으로 나타나는 데 비해 전세 가격은 여전히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깡통전세 가능성이 더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깡통전세는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보증금을 합한 금액이 매매가를 넘어서는 주택을 의미한다.



6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9~12월) '전세금반환보증보험' 가입 건수는 1597건(3217억원)으로 직전 분기(923건·1657억원)에 비해 급증했다. 건수는 73%, 금액은 94%나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들어 1분기(1~3월) 685가구(1166억원)에 불과했던 실적에 비해선 2배 이상 크게 늘어난 셈이다. 그만큼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 상승으로 깡통전세가 될 여지가 커지고 있어 미리 보험에 가입하려는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주택 전세가율은 평균 66.4%로 14개월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아파트 전세가율은 1998년 12월 조사 이래 17년만에 최고치를 경신해 74%에 이른다. 12월은 전통적인 비수기로 전세가격이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이례적인 모습이다.

여기에 집값이 대출규제 등의 여파로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한편 전셋값은 여전히 올라 전세가율이 크게 오르면 깡통전세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지난해 부동산 시장에서는 전매 차익을 남기려는 투자수요까지 가세하면서 집값 상승에 허수가 많았다"며 "대출규제와 금리인상이 맞물리면서 급락까진 아니더라도 집값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깡통전세 우려는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세보증금 떼이지 않으려면…=그렇다면 전세보증금을 떼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전셋집 계약 전에 근저당 여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충고한다. 전셋집으로 이사한 뒤에는 해당 주민센터에서 임대차계약서 확정일자를 받고 전입신고도 해야 한다.

그렇다고 확정일자가 능사는 아니다. 서울 마포구 용강동의 한 아파트 경매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세입자 박모씨는 지난해 3월 보증금 3억원에 전세계약해 전입하자마자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았다. 하지만 이 아파트는 이미 은행 등 선순위로 잡힌 채권이 6억6000만원 이상이었다. 결국 이 아파트는 경매로 넘어갔고 5억1000만원에 낙찰됐지만 박씨는 보증금 전부를 날렸다.

전세금보증보험 가입도 한 방법이다. 해당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거나 계약이 끝난 지 한달 이상 지났음에도 세입자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보험사가 보상하는 보험이 여럿 있다. HUG의 전세금반환보증 상품의 경우 보증금 1억원 중 8000만원을 대출받는다면 월 8500~1만5800원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집주인의 토지나 자동차 등 다른 부동산을 압류해 받아내는 방법도 있다. 남은 자산이 없다면 직접 경매에 참여해 주택을 매입할 수도 있다. 소액임대차보증금 보호 대상인지 등 전세보증금과 관련된 법적 부분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영진 고든리얼티파트너스 대표는 "전세가율이 80%에 육박하기 때문에 선순위근저당이 20% 이상 설정돼 있으면 전세보증금 일부를 날릴 수도 있다"며 "가장 중요한 건 전세 계약 전에 등기부등본 등을 꼼꼼히 확인하는 일"이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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