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수도권 분양시장…청약미달에 계약포기도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16.01.0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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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전체 미분양 중 절반 이상 수도권 집중…공급과잉 우려 현실로

@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이너@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이너


아파트 분양시장이 심상치 않다. 공급과잉 우려, 정부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인해 불안이 가중되며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는 모습이다. 전통적 비수기인 겨울철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최근의 청약미달 증가 속도는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 아직 폭락을 논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시장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경고음인 것만은 틀림없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흔들리는 수도권 신도시 분양시장
12월 전국 민간 아파트 청약 현황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극명한 지역별 온도 차다. 파주, 안성, 용인, 동탄2 등 신도시 지역 신규 분양을 중심으로 경기도에서만 5000가구가 넘는 청약 미달이 발생했다.



12월 경기도에서는 전체 16개 단지, 총 1만4100가구에 대한 아파트 청약이 진행됐는데 이중 1순위에서 청약 마감된 단지는 GS건설 (15,150원 ▲230 +1.54%)이 분양한 광명역파크자이2차가 유일하다. 나머지 15개 단지 중 7개 단지는 2순위에서 청약이 마감됐고 그나마 나머지 8개 단지는 청약신청이 공급을 밑도는 미달사태가 발생했다.

대형건설사들이 짓는 이른바 '브랜드 아파트'도 예외가 없었다. 현대건설이 분양한 파주 힐스테이트 운정은 전체 2992가구 중 2486가구가 청약 접수에 실패해 12월 분양 아파트 중 최다 청약미달의 불명예를 안았고 대우건설의 안성 푸르지오는 총 759가구 중 미달 물량이 145가구에 달했다.



반면 대구, 부산, 광주, 울산 등 지방 대도시 지역의 분양 열기가 여전했다. 부산의 경우, 12월 청약을 실시한 8개 단지가 일제히 1순위에서 청약이 마감됐고 대구 역시 6개 단지 중 5개 단지가 1순위에서 청약을 마쳤다. 광주와 울산도 각각 6개 단지 중 4개 단지, 4개 단지 중 3개 단지가 1순위 청약 마감을 기록했다.

분양시장 일선에서 뛰는 현장 관계자들은 최근 분위기를 한층 심각하게 보는 모습이다. 수도권, 특히 경기도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분양 열기가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11월에 비해 12월은 분위기가 더 나빠졌다. 파주를 비롯한 수도권 외곽 사업장에서 대규모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며 "청약에 당첨되고도 계약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청약미달 이상으로 미계약 물량이 증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청약경쟁률이 수십, 수백 대 1에 달했던 인기 신도시 지역에서마저 초기 계약률이 50%를 밑도는 단지가 나오고 있다"며 "시장전망이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됐다"고 귀띔했다.

◇"전세난·재건축 이주수요가 미분양 변수"
이처럼 청약미달 가구가 쏟아지면서 미분양 물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1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전월 대비 54%(1만7503가구) 이상 급증한 4만9724가구로 집계됐다. 기존 미분양 물량이 대거 소화되지 않는 한 5만 가구 돌파는 시간문제인 셈이다.

미분양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향후 전망이나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정부의 저인망식 규제완화에 따른 영향으로 주택공급이 늘어 미분양이 양산되고 있는 것"이라며 "미국 금리인상에 따라 국내 금리도 오르면 주택구매는 더욱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급과잉과 대출규제, 금리인상 등의 영향으로 미분양 적체현상이 더욱 심화되면서 가격조정도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반면 최근의 미분양 급증세가 일시적 조정일 것이란 분석도 있다. 봄 이사철에 접어들고 재건축 이주수요와 전세의 매매전환 수요가 본격화되면 미분양이 어느정도 해소될 것이란 예상이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미분양 증가는 겨울철 비수기가 겹치면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며 "올해 부동산 전망이 좋지 않다고는 하지만 재건축 멸실에 따른 이주수요 등으로 미분양은 오히려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치상으로는 미분양 물량이 많아 보이지만 지역을 잘 살펴봐야 한다"며 "최근 미분양 물량 중에는 입지가 안 좋은 지역에 밀어내기식 분양이 이뤄진 곳이 많다"고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떨어지는 경기도 외곽지역이나 동탄2신도시와 같이 단기 공급물량이 많은 곳에서 미분양을 발생한 것만을 보고 전체 시장 분위기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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