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스민 "악플도 다 읽어..모르면 바뀔수 없다"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2016.01.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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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칭찬합시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 추천

편집자주 그 사람에 대한 평가는 누구보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잘 압니다.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머니투데이 the300이 한 달에 한번 '칭찬합니다' 코너를 선보입니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서로 상대 당 의원 가운데 칭찬해주고 싶은 의원들을 지목하면 the300이 찾아가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칭찬합시다'는 머니투데이가 매월 발행하는 입법국정전문지 'the leader(더 리더)'에도 실립니다.

사진=머니투데이.사진=머니투데이.


"제가 국회에 들어온 이유가 이민자, 다문화 가정의 대변인이 되는 거였다. 워낙 반감이 많아서 계속 조심하고 조심했다.지금은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이주민 정책을 알리고 소통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최초의 귀화 출신 국회의원이자 머니투데이 the300이 뽑은 '국회의원 칭찬합시다' 코너의 열일곱번째 주인공 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은 19대 국회의 모든 활동이 '맨땅에 헤딩'이었다고 회상했다.



전례가 없었기에 관심이 집중됐고, 맡은 바 역할이 특별했기에 일반적인 이해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이 의원은 "최초(의 귀화출신 의원)이다 보니 나에 대한 기대라는 것 자체가 없다는 걸 느꼈었다. 그냥 얼굴 마담이라는 소리도 들었다"며 "그럼에도 좀 더 목소리를 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을 '칭찬합시다' 코너의 주인공으로 추천한 사람은 같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다. 심 의원은 "이 의원은 항상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분"이라며 "우리가 인종적으로 다원적인 사회로 전환을 제대로 준비한다는 차원에서 이 의원은 존재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이어 심 의원은 "상임위에서 질의하는 것을 들어보면 정말 성실히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심 의원은 국회가 국민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어야 하는데 외국인 장기 체류자가 200만명을 육박하는 상황에서 이들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는 의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리핀 출신인 이 의원은 필리핀에서 대학에 다니던 중 한국인 남편을 만나 1995년 결혼, 1996년 한국에 왔다. 2년뒤인1998년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뒤 이주 여성 봉사단체인 물방울나눔회 사무총장과 서울특별시 외국인생활지원과 주무관을 역임했다. 이주민들의 이해를 돕는 방송과 영화 등에 출연하는 활동도 병행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15번으로 출마해 당선, 최초 귀화 국회의원 타이틀을 획득했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분이라고 심상정 의원이 추천했다. 소감은?
▶다른 분도 아니고 심상정 의원이 칭찬해줬다는 말씀에 놀랐다. 상임위에서 서로 마주보는 자리에 앉았는데 저를 보고 늘 웃어주시고, 질의할 때마다 항상 경청해 주신다. 다른 당 비례대표이고 초선의원인 저를 관심 있게 지켜봐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심 의원은 정말 멋진 분이다. 국회 환노위에서 같이 있으면서 정책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깊이 파고들면서 열정적으로 일하시는 모습을 보고 팬이 됐다. 정치인으로서, 그리고 여성리더로서 정말 닮고 싶은 분이다.

-9월과 10월에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계셨던 분은 이 의원 밖에 없다고 심 의원은 기억했다.
▶환노위에서 저는 이주노동자를 대표한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 정부에 질의하는 의원님들은 저 외에 거의 없다. 그래서 이주노동자 얘기가 따로 언급되는 기회가 있으면 내가 대변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주노동자 관련 질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자리를 계속 지킬 수밖에 없었다.

-심 의원은 이 의원을 볼 때마다 속된 말로 '머리박고 열심히 했던' 자신의 초선 의원 시절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19대 국회 활동을 관통하는 철학이 있다면?
▶철학이랄게 특별히 없다. 심 의원과 마찬가지로 '맨땅에 헤딩'이었다. 내 국회 활동은 누구의 역사를 따라가거나 누가 해왔던 일을 계승하는 차원이 아니었다. 일반적인 국회의원이 아니라 다른 시선으로 보고, 다르게 대우했다.

물론 부정적인 시선이 더 많았다. 국어를 할 줄 아느냐, 모르느냐가 논란이 될 정도였다. 최초이다 보니 나에 대한 기대라는 것 자체가 없다는 걸 느꼈었다. 그냥 얼굴 마담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그래서 저를 조금 더 알리고, 저에게 주어진 다문화, 이민자 대표라는 역할에 충실하려고 했다. 어떤 분들은 저에게 왜 외국인 관련 정책만 다룬다고 지적하시는데 국회에 들어온 이유가 이민자, 다문화 가정의 대변인이 되라는 거였다. 그게 제가 할 일이고 주어진 몫이라고 생각한다.

이주여성들과 이주노동자들 뿐 아니라 다문화를 반대하는 분들, 국제결혼피해자 남성연대 분들까지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저를 욕하는 댓글까지도 열심히 읽었다. 알지 못하면, 바뀌지도 않고 나아질 수도 없다는 신념이 있어서다. 그러나 아직 많은 공감을 얻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

-그 동안 의원님과 같은 케이스로 여의도에 입성한 전례가 없다보니 혼자 고군분투 하신 면이 많았던 것 같다.
▶워낙 반감이 많아서 계속 조심하고 조심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했다고 본다. 말씀하신대로 전례가 없었고, 웬만하면 조용하게 무난하게 일을 해결하자는 생각을 했었다.

앞으로도 국회에 들어올 이민자 출신 의원들이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늘 조심하고, 말할 때마다 조리 있어야 한다는 압박도 많았다. 지금은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이주민 정책을 알리고 소통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아직도 배우는 단계다.

-4년이 빠르게 지나갔다는 생각을 하시는지.
▶정말 생각보다 빠르다. 처음 국회의원 시작할 때는 4년을 어떻게 버틸지 걱정이 됐다. 당시에는 언론에서 너무 조명을 받기도 했다. 다시 한 번 드는 생각이지만 조금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다.

-이민자 정책을 구상하고 실행에 옮기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이민'이라는 단어가 아직 법적 용어가 아니라는 것 혹시 아시는지 모르겠다. 정부가 관련 예산만 늘린다고 이민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법에 용어도 없는데 어떻게 이민자를 이해 하나. 법을 만들어도 집행을 위해 시행령을 만드는 공무원들부터 이민에 대한 이해가 없다. 어떻게 시행을 해야 할지 모른다. 모르고 있으면 예산을 갖다 줘봤자 연말 되면 불용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아울러 무슨 일이든 이자스민이 하면 사소한 일이라도 언론에 크게 나서 더 욕을 먹기도 한다. 그러나 이민자들을 배척하는 문화가 있다고 해서 옳다고 생각한 일이나, 꼭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일을 포기한 적은 없다. 지금은 새로운 정책 추진보다 그동안 추진해왔던 정책의 마무리를 잘 해야 할 시점이다.

-쉽지 않은 도전을 하고 계신데, 뜻하신 길에서 현재 어느 정도 와 있다고 보는지. 19대 국회에서 꼭 이루고자 하는 게 있다면?
▶아직 멀었다. 절반도 못 왔다. 이제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느새 임기가 몇 개월 남지 않았다.

19대 국회에서는 '이주아동권리보장 기본법'(편주:이주아동권리보장 기본법은 합법체류 기간 만료 등의 이유로 미등록 신분으로 전락, 보육·교육·건강보험 등을 받지 못하는 아동들에게 해당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의 법 제정안이다. 18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자동 폐기됐다. 이 의원의 19대 발의 법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돼 있다)을 반드시 처리하고 싶다. 법안 발의 자체도 힘들었지만, 더 걱정되는 건 19대 국회에서도 처리하지 못하면 20대 국회에서는 더 힘들어 보여서다.

-아직 하지 못한 일을 하고자 20대 총선에 도전할 생각은 없는지.
▶언론에서 저의 향후 활동에 관심이 많다. 구체적으로 계획된 건 없지만 재선에 대한 의지는 있다. 그러나 다문화 정책의 특성상 특정 지역구로 출마하는 건 맞지 않다고 본다. 남은 길은 비례대표 재선인데 어려운 길 임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고 본다.

-인간 이자스민은 어떤 정치인으로 남고 싶은지.
▶진부한 말일 수 있지만 희망을 주는 정치인이고 싶다. 지금도 전국의 수많은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저를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아이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꿈, 우리도 이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미래의 주역이라는 희망을 주고 싶다.

또 이자스민이란 사람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한국사회에 필요한 정책을 만드는 것, 그래서 내 나라 대한민국을 더 잘 사는 나라로 만드는 게 삶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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