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증시, 9명 타자 모두 '평균이상 타율' 팀으로 체질 변경중"

머니투데이 송선옥 기자 2015.12.1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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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eye]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

편집자주 코스피가 4분기 들어 2000대에 진입했지만 좀처럼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밖으로는 중국 경기 둔화,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이 걱정스럽고 안으로는 철강 조선 등 주요 업종의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반면 국내 증시에서 주주친화정책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과 지수가 하방 경직성을 확보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전문가들은 현 증시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 주요 증권사 투자전략팀장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문제는 투자자들이 시장의 작은 변화를 인식하지 못한 채 예전의 패러다임으로만 판단하려는 데 있다”

"韓증시, 9명 타자 모두 '평균이상  타율' 팀으로 체질 변경중"


최근 여의도 교보증권 본사에서 만난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사진)은 2015년 한국 증시가 결코 실패한 해가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단순 수익률로만 따지면 코스피 지수가 14일 종가기준(1927.82) 연고점(4월24일 2189.54)에 비해 261.72포인트 하회하기에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올해 시장에서 일어난 작은 변화들을 주목했다.

김 팀장은 “우선 올해 기업실적이 절대적인 수준에서 큰 변화가 없지만 상장사 전체 분기 평균 순이익이 22조1000억원으로 2012년 이후 분기 평균값인 19조2000억원을 상회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수출기업의 부진을 화학 금융 정유 등 다른 산업이 보완해 주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3분기 삼성엔지니어링 (25,800원 ▼100 -0.39%)으로 대표되는 조선 건설 업종 등의 극심한 부진에도 전체 이익이 성장했다는 것은 대단하다는 것. IT와 경기소비재를 제외한 산업의 이익비중이 증가해 산업 균형을 확인했다는 것이 올해의 소득이다.

한국 증시가 소수의 IT나 경기소비재를 중심으로 하는 대표기업 즉 홈런타자 한 두 명을 가진 팀이 아닌 다양한 산업에서 1번부터 9번까지 평균 이상의 실적을 기록하는 기업 즉 우수한 타자를 가진 팀으로 변화해 가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2016년 한국 증시에 기회 요인이 많을 것임을 기대하게 하는 요소다.



그는 내년 증시는 삼다국(三多國)으로 요약했다. 유동성과 스토리, 기회 등 세 가지가 많다는 의미다.

올 1분기 6조원 수준이던 거래대금이 2분기 10조원을 넘어서면서 한국 증시는 이미 ‘유동성’ 랠리를 맛봤다. 가계부채가 늘기도 했지만 올해 경제규모와 시장 통화량의 비율 등으로 산정된 과잉유동성은 약 140% 수준으로 평균을 상회한다. 시장금리가 기준금리에 수렴하며 유동성 확대 조건은 더욱 보강된 상태다.

유동성이 풍부하면 중국 소비재, 화장품 관련주 같은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스토리는 투자 ’기회’를 만든다.


그는 “올해 성과가 좋은 성장주들은 글로벌 노령인구(제약)나 신흥국(화장품) 등을 대상으로 한 소비재였는데 내년 소비 주체는 중국의 13차 5개년 계획 등에서 보듯 정부쪽으로 이동할 것”이라며 “미국 대통령 선거 등 스토리가 많아지는 해라는 점에서 시장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저성장 시대에 기업의 성장속도가 느려지는 것은 당연한 데도 투자자들이 고성장 시대의 수익률을 기업에게 요구하는 것이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금리인상에 대한 부담으로 투자환경이 악화된 것 같지만 세계경제는 아주 느리지만 성장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체력이 약하다 해도 외부 충격 발생시 이를 흡수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 내년 글로벌 경기 침체를 걱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하방 위험을 지나치게 의식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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