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배 오른 반기문 테마주, 반 총장과 무슨 사이길래..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2015.12.01 06:25
글자크기

당사도 모르는 인맥으로 얽혀 어리둥절 경우도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북한 방문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최근 '반기문 테마주'로 엮인 종목들이 급등했다. 2주만에 최대 4배까지 오른 이 테마주들과 반 총장과의 연결고리는 대부분 학연과 지연, 혈연 등 인맥이다. 증권가에서는 황당한 이유로 엮인 종목들의 지나친 과열이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지난 16일 한 매체로부터 반 총장이 그 주 북한을 방문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반기문 테마주'들의 주가는 요동치기 시작했다. 해당 주간에 방북한다는 사실은 오보였던 것으로 밝혀졌지만, 반 총장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방북 추진 사실을 공식화하면서 해당 주식들은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일야 (4,660원 ▲5 +0.11%)가 대표적이다. 휴대폰 부품 업체인 일야는 지난 16일부터 3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것을 포함, 30일까지 2주 사이에 4배 이상 폭등했다. 30일 1만850원에 장을 마감, 지난 13일 종가(2455원)에 비해 무려 4.42배나 올랐다. 일야는 반 총장의 서울대학교 후배 김상협씨가 사외이사가 재직하고 있다는 이유로 반기문 테마주로 분류됐다. 일야 관계자는 최근 주가 급등에 대해 "(반 총장과 임원의 관계에) 회사가 관련된 것이 아니라 언급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일야는 최근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서도 "별도로 공시할 중요한 정보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상 반 총장과 사업적으로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뜻이다.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테마주로 엮인 다른 종목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신성이엔지 (3,590원 ▲35 +1.0%)는 반 총장의 고향인 충청북도 음성에 사업 기반을 뒀다는 이유로 2주 만에 주가가 82% 뛰어올랐다. 같은 기간 약 13% 오른 진성티이씨 (9,870원 ▲90 +0.92%)는 윤우석 회장이 반 총장의 서울대 동기라는 이유로 엮였다. 충북 지역 케이블TV 방송사를 운영 중인 씨씨에스 (3,110원 ▼155 -4.75%)는 700원대였던 주가가 1300~1400원까지 폭등했다.

이밖에도 유엔환경기구 상임위원을 맡고 있는 최승환 대표의 한창 (1,254원 0.00%), 서울대와 외교부로 이어지는 인연이 있는 홍석규 회장의 휘닉스소재 (1,035원 ▲18 +1.77%), 서울대 후배 유종욱 회장이 이끄는 삼보판지 (10,490원 ▲90 +0.87%) 등이 반 총장과의 인연을 이유로 테마주로 엮여 있다.



이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이들 종목에 투자하기에 앞서 회사의 실적이나 펀더멘탈 분석이 앞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향후 김영란법이 시행될 경우 특정 인사와의 인맥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라도 테마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대부분의 정치인 관련 테마주 사례들을 보면 실적이나 펀더멘탈이 약한 종목들이 많았다"며 "무분별하게 테마주로 묶여서 주가가 올라갔던 기업들은 대부분 단가가 낮아 일반 개미투자자나 작전군들이 휘말아 올리기 쉬운 종목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당사가 정치 테마주로 엮였다는 사실도 모르는 회사들도 종종 있다"며 "그만큼 실체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박근혜 테마주, 문재인 테마주 등 과거 사례를 보면 학연 지연으로 엮여 주가가 많이 올랐던 기업들의 결말이 항상 비참했었다"며 무분별한 투자를 경계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