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는 독일을 비롯해 ECB 내부에서 추가 부양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일부 있지만 최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경제 회복세가 둔화하고 인플레이이션 압력이 미미한 만큼 ECB가 추가 부양의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지적했다. ECB 이사들은 이미 10월 말부터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모여 추가 부양 대책을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ECB가 이번에 꺼내 들 수 있는 카드는 모두 5개로 복수의 카드를 함께 들 공산이 크다고 관측했다.
ECB가 3월 이후 5820억유로어치의 채권을 매입하면서 냉각됐던 신용시장이 온기를 되찾는 모습이지만 성장세와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기대치에 못 미친다. 이에 따라 ECB는 지난 두 차례의 통화정책회의 성명을 통해 양적완화 종료시점을 미룰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ECB 정책위원회 일각에선 인플레이션이 너무 오랫동안 일정 수준 아래 머물러 있으면 ECB가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으로 되돌릴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금 당장 채권 매입 규모를 늘려 돈을 더 푸는 게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수 있는 대책이 될 수 있다.
◇매입 자산 다변화=ECB가 양적완화로 매입하고 있는 자산은 대개 국채다. 전체 매입 자산에서 국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4분의 3에 달한다. 나머지는 커버드본드와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이다. ECB가 국채를 주로 매입하는 것은 물론 안정성 때문이지만 독일을 비롯한 유로존 주요국 국채는 발행 물량이 원래 적은 데다 상당수 국채의 금리는 이미 ECB의 예치금리(-0.2%)를 밑돌아 매입 대상에서 제외된다. ECB가 양적완화 규모를 확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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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ECB가 매입 대상 자산을 다변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는다. FT는 일본은행(BOJ)이 현재 양적완화의 일환으로 상장지수펀드(ETF)와 부동산투자신탁(J-REITs) 등을 매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리인하=ECB는 지난해 6월 기준금리 가운데 하나인 예치금리를 마이너스로 떨어뜨렸다. ECB는 당시 예치금리를 -0.1%로 낮췄다가 같은 해 9월에 -0.2%로 한 차례 더 하향조정했다. 예치금리는 시중은행이 ECB에 맡기는 여윳돈에 적용된다. 예치금리가 마이너스가 되면 은행들이 돈을 맡기면서 수수료를 물게 돼 대출을 자극하는 효과가 있다.
FT는 ECB가 지난해 9월 예치금리를 -0.2%로 인하했을 때만 해도 그게 한계라고 생각했지만 이후 스위스와 북유럽 국가들이 잇따라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면서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에 눈을 떴다고 지적했다. 스위스와 덴마크는 기준금리가 -0.75%이고 스웨덴은 -0.35%다. ECB가 예치금리를 더 낮추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상 움직임에 따라 유로화에 대한 약세 압력은 한층 더 커진다. 유로존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예치금리가 더 떨어지면 ECB가 매입할 수 있는 채권도 늘어난다. 전문가들은 ECB가 예치금리를 0.1%포인트 이상 낮출 수 있다고 본다.
◇소통 강화=시장과 강력한 소통으로 ECB의 통화정책에 대한 확신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 드라기 총재는 유로존 재정위기가 절정에 달했던 2012년 7월에 "유로존 해체를 막기 위해 뭐든 하겠다"며 무제한 국채매입 가능성을 시사해 시장을 안정시킨 바 있다.
드라기 총재는 최근 피터 프랫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함께 '속도'를 강조하고 있다. ECB가 가능한 빨리 시장에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FT는 ECB가 FRB나 영란은행(BOE)처럼 이를 통화정책 향방을 예고하는 선제안내(forward guidance)로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