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위한 법안 진척 안돼", "상임위마다 청년의원 있어야"

머니투데이 김준형 기자 2015.11.30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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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헬조선'이라 칭하고 자신을 'N포세대'라 칭하는 청년들. 청년들 사이에는 이 나라에서 살려면 '연애, 결혼, 출산'뿐 아니라 '취업, 내집 마련' 등 과거에는 당연시한 미래를 거의 포기해야 한다는 자조가 팽배하다. 청년문제의 많은 부분은 청년에 의한, 청년을 위한 '청년정치'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란 시각이 많다. 국민의 이해를 반영해 우리 사회의 '규칙'을 만드는 국회는 청년의 목소리를 공정하게 대변하고 있을까. 정치권에서 청년정치인과 청년의 역할은 무엇일까. 청년의 목소리를 충실히 반영하기 위해 어떤 제도적 보완이 필요할까. '노인을 위한 나라' 기획시리즈의 마지막 편으로 청년정치인을 대변하는 두 국회의원에게 세대상생의 대안을 들어봤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고령화연구센터 연구위원(사회)=4년 간의 의정활동을 하며 몸소 겪은 청년문제들 중 특별히 짚고 싶은 문제는.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하 광)= 저희가 들어올 때 19대 국회 초기에는 반값등록금과 청년실업, 청년주거문제가 3대 어젠다였다. 그런데 등록금을 반값으로 하고 실업률을 좀 낮추면 청년문제 모든 게 해결되느냐, 그렇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 국회에서 만들어지는 대한민국 법률은 50대 남성을 중심으로 사고가 맞춰져 있다. 이것을 전반적으로 바꿔내고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이하 상)= 청년문제의 근본은 인식의 문제에 있다. 대한민국은 엄청난 새로운 패러다임에 직면했는데 새로운 패러다임에 걸맞은 인식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주요 문제를 결정하기 때문에 기회도 없고 권한도 없고 가진 게 없는 가장 취약한 청년들의 문제가 대두하는 것이다. 둘째는 수직계열화되고 독점화된 경제적 구조의 문제에 있다. 국제경쟁력을 갖춘 역량을 지닌 젊은 세대가 도전하고 성과를 낼 수 있는 경제적 구조가 안되니 일자리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새로운 역량지수를 갖춘 사람이 주도적인 리더로 등장할 수 없는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자. 청년문제 이슈 중 두 분이 특히 관심을 갖는 분야는 어느 쪽인가.



▶광=청년정치인의 참여 부분이다.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준비하고 정치인은 다음 세대를 준비한다고 하는데 과연 대한민국 정당들이 사람을 키워내는 일을 하고 있나. 현행 정치자금법을 보면 정당이 받는 국고보조금의 30%는 연구·개발비로, 10%는 여성의 정치참여 발전을 위해 쓰도록 돼있다. 반면 청년세대를 위해서는 얼마를 써야 하는지 명시돼 있지 않고 집행되지도 않는다. 두 번째는 공천문제다. 우리 당이 혁신안을 만들면서 국회의원은 10%, 광역의원은 20%, 지자체 의원은 30%까지 청년을 의무공천하도록 했다. 선언적 의미로 거기까지 나갔지만 인구구조로 봤을 때 청년정치인이 워낙 적다.

▶상=우리 정당정치에는 민주주의 위에 유교주의가 있다. "형님 부탁합니다" "아우가 그러면 되나"를 건전한 문화처럼 얘기한다. 그 위에 더 큰 건 금권주의다. 극단적 경제적 독점의 시대다. 재벌일가, 모피아, 특정 언론재벌, 귀족노조가 혈연관계로 뭉쳐 정치불신을 초래하고 희화화한다.

-요즘 '헬조선'이란 용어가 많이 언급된다. 젊은 세대 입장에선 이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청년문제의 본질적 원인은 어디 있다고 보나.


▶광=내가 만34세로 대한민국 19대 최연소 의원이란 건 슬픈 일이다. 20대가 대한민국 인구의 12.9%고 30대가 15.4%인데 30%의 유권자를 대변하는 39세까지 국회의원은 현재 4명인가 그렇다. 우리 당 청년비례 기준을 35세로 하자고 내가 안을 냈는데 45세로 뒤집어졌다. 청년비례의 출마기준이 45세인데 대통령 출마기준이 40세다. 대통령 나올 건지, 청년비례 나올 건지 고민해야 된다(웃음). 이것이 대한민국 청년정치가 지닌 한계며 소위 말하는 '기득권 지키기'다.

▶상=정치는 프로페셔널한 사람이 아니라 용기 있는 사람이 하는 거다. 그런데 새로운 질서를 위해 기존 질서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당론을 어기는 것으로 여긴다. 내가 박근혜정부 여당에서 반기를 들고 나가 문창극 총리후보를 결국 물러나게 했지만 그런 평가는 어디서도 이뤄지지 않는다. 통제되지 않는 정치를 하면 당직 등에서 밀려난다.

-두 분 다 정치권에서 청년이슈가 적절한 어젠다를 통해 반영되지 못한다고 보는 듯하다. 왜 그렇다고 보나.

▶광=정책은 결국 왜, 누구를 위한 것인가가 핵심이다. 여성의 일·가정 양립과 출산율 상승을 위해 '아이사랑카드'로 30만~50만원을 지원하지만 이 카드를 이마트에서 기저귀 살 때는 못 쓴다. 어린이집에서만 쓸 수 있다. 결국 어린이집연합회를 위한 제도라는 말이다. 반값등록금도 마찬가지다. 장학금도 보통 부모들이 대신 내준다. 반값등록금 역시 50대 유권자들을 관점에 두고 만든 제도다. 정말 청년 스스로 발굴하고 만들어낸 공약들이 조금씩 더 나와야 할 필요성이 있다. 상임위별로 여야를 넘어 1명씩은 청년이 들어가 있어야 한다.

▶상=청년정치인의 세력화가 중요하다. 국회에 들어오니 원내대표의 권한이 너무 막강하다. 원내대표실에서 통과되는 법을 대부분 결정한다. 청년 입장에서 봤을 때 중요한 법률들은 진행이 안된다. 여야를 넘어서는 세력화가 필요하고 공동법률, 청년들에게 필요한 합의된 법률을 통과시키는 운동이 필요하다. 또 한가지는 청년문제에 대한 진단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가적 청년전담 연구가 필요하다.

-저성장으로 가는 상황에서 사회보장제도는 전체적으로 50대 이상 연령층에게 맞춰주고 책임은 저성장시대로 가는 젊은 세대에게 다 떠맡기는 형국이다. 사회적 재원이 청년세대로 가야 생산적인 재투자가 이뤄질 텐데, 세대간 상생의 길은 어떤 것이 있을까.

▶광=정치권에선 표가 되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여러 구조가 있다. 노인들에게 매달 20만원을 주는 건 아무 문제가 없는데 청년수당을 준다고 하면 포퓰리즘이 된다. 의사결정이 50대 남성에게 맞춰져 있기 때문에 이 인식의 틀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 국회뿐만 아니라 사회지도층이 청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주체성을 강화해야 한다.

▶상=산업화시대에 필요한 역량지수는 고속도로, 공장을 건립하는 기술과 교육제도 경제구조였다면 선진사회에서 필요한 건 사회적 자본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를 보면 평가하는 사람들이 "이런 인재가 어디 있었던 거야? 우리보다 더 잘해" 하지 않나. 또하나는 경제적 구조의 변화다. 자꾸 파이를 나누자고만 하면 온갖 세대갈등이 다 일어난다. 시대변화에 따른 교육구조와 경제구조의 변화, 평가의 변화가 필요하다.

정리=정영일·박소연 기자 bawu@

사진=김창현 기자 chmt@

19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은 새누리당의 '감동인물찾기 프로젝트'로 정계에 입문했다. 당시 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이라 '박근혜키즈'로 불리기도 했다. 2013년 12월에는 박근혜정부가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4조원의 반값등록금 예산 중 3조1850억원만 예산안에 편성된 것을 비판해 1500억원가량을 증액하기도 했다.

△1973년 경기 수원 출생 △수원 수성고 △아주대 사학과 △아주대 총학생회장 △대학생 자원봉사단체 'V원정대' 대표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운영위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청년특별위원장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012년 민주통합당이 전국 청년을 대상으로 19대 청년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를 공모했을 때 372명의 지원자 중 1등을 차지, 서울 여의도에 입성했다. 대학원에서 사학을 전공했고 친일문제관련 시민단체인 민족문제연구소의 전남동부지국장 사무국장으로 일했다. 최근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청년비례TF(태스크포스)위원장으로 활동했다.

△1981년 전남 순천 출생 △순천고등학교 △국립순천대학교 조경학과 졸, 경영학과 졸 △순천대학교 대학원 사학과 수료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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