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 앞둔 코스피·코스닥, 바이오로직스 신경전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2015.11.29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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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로직스 국내 상장에 무게 중심...두 시장본부 유치 경쟁 심화

삼성그룹의 바이오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IPO(기업공개)를 둘러싼 한국거래소 내부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코스피(유가증권)시장본부와 코스닥시장본부가 각각의 시장으로 유치하기위해 적극 나선 것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시장본부는 내년 주요 사업계획 중 하나로 바이오로직스 유치를 제출했다. 내년으로 예정된 호텔롯데와 함께 바이오로직스를 코스피에 상장시켜 공모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삼성관계자와 미팅을 가졌다.



마찬가지로 코스닥시장본부도 내년 가장 중요한 사업목표로 바이오로직스 상장을 꼽는다. 바이오·IT 전문 시장의 입지를 강화하고, 삼성 계열사를 유치함으로써 2부시장이라는 평가에서 벗어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시가총액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시총의 20~30%를 공모할 경우 공모규모만 2~3조에 달한다.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상장 유치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분리 앞둔 코스피·코스닥, 바이오로직스 신경전


삼성그룹은 당초 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바이오계열사를 미국 나스닥에 상장시킬 계획이었다. 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시밀러(복제의약품)의 생산을, 바이오에피스가 R&D(연구·개발)를 각각 맡고 있다. 이미 바이오에피스는 나스닥 상장을 위한 주관사도 선정했다.

하지만 바이오기업 두 곳을 모두 해외 상장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바이오로직스는 국내에 상장시켜 국내 투자자들과 이익을 나눠야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 8월 삼성물산 합병 당시 국내 투자자들이 도움이 없었으면 합병이 불가능했던 것도 삼성이 감안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삼성물산은 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51%)다.

국내의 비판여론과 증권업계의 지속적인 설득작업으로 바이오로직스는 나스닥 보다는 국내 상장에 무게 중심을 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상장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상황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한 달 전만 해도 바이오로직스는 지속된 영업손실과 작은 매출규모(2000억원 미만)로 코스피 상장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지난 5일 예상시총 2000억원 이상이면 직전 연도 매출액이 1000억원만 넘으면 적자기업이어도 상장이 가능하도록 조건이 바뀌면서 코스피 상장이 가능하게 됐다. 코스피시장본부는 상장이 가능한 만큼 바이오로직스를 코스닥에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스피시장은 삼성그룹 중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이 하나도 없다는 점과 코스피가 가진 시장규모와 자금조달 능력을 내세워 바이오로직스를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피시장본부와 바이오로직스 간에 미팅에서도 이 같은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질세라 코스닥시장본부도 적극적인 행보에 나섰다. 바이오로직스를 찾아가 코스닥유치를 위한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했다. 코스닥시장본부는 코스닥 상장 바이오기업의 높은 밸류에이션, 바이오·제약 중심으로의 위상 변화 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코스닥 시장에서 바이오기업의 평균 PER(주가수익비율)이 71배인 것을 강조했다. 코스피(37배), 나스닥(23배)의 평균 바이오·제약기업 PER을 크게 웃돈다. 또 예상 시총(10조원)을 감안했을 때 현재 코스닥 시총 1위인 셀트리온(9조8000억원)을 앞서는 상징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일부에서는 이번 경쟁이 자회사로 분리되는 코스피와 코스닥 경쟁의 전초전으로 해석한다. 서로 별도 법인이 될 경우 실적을 위한 상장 유치 경쟁은 피할 수 없다. 최근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상장요건 완화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바이오로직스의 유치 결과는 향후 다른 기업 유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과한 경쟁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무리한 유치경쟁이 상장심사 등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바이오로직스의 국내상장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거래소 차원의 유치활동이 필요하다"며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중간에서 교통정리를 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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