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가 4분기 자동차강판 공급 가격을 톤(t)당 10만원 이상 인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철강업계는 5만~6만원 이상은 어렵다고 버티면서 협상이 평행선을 달린다.
완성차 업계는 가격 인하 요인으로 국제 철광석 가격이 크게 떨어진 사실을 든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에 유입된 철광석 평균 가격은 1톤당 6만1000원으로 지난해 하반기 10만2000원보다 40.2% 낮아졌다. 일본만 하더라도 도요타자동차와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 등은 상반기(4~9월) 가격 협상에서 톤당 6000엔(약 5만6150원) 인하했다.
철강업계와 완성차업계의 치열한 가격 협상은 쉽게 끝나기 어렵다는 게 양쪽 모두의 관측이다. 철강업계로서는 범용 철강재가 중국산 저가에 밀리면서 고부가 제품인 자동차강판을 되도록 많이, 비싸게 팔아야 수익성이 회복된다.
포스코의 경우 자동차강판을 포함한 월드 프리미엄(WP) 제품 실적을 기업설명회에서 가장 비중 있게 다뤘다. 지난 3분기 설명회에서도 WP 판매 비중이 지난해 3분기 32.7%에서 39.6%로 늘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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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강판 생산량의 40%를 현대·기아차에 공급하는 현대제철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포스코 이상이다. 이를 두고 박종국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4분기 실적 전망에서 중요한 것은 자동차 강판가격 인하 가능성과 그 폭"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대차 (241,000원 ▼8,000 -3.21%)도 남 사정을 봐줄 때가 아니다. 올 3분기 23조4300억원 매출을 올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조5040억원으로 8.8% 감소했다. 지난해보다 원가부담이 늘어난 반면 차값을 그만큼 받지 못했다는 얘기다.
철강업계는 철광석 가격이 더 떨어질 개연성이 있다고 본다. 이는 완성차 업계의 압력이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 장기화로 원자재값이 떨어진 여파가 각각의 수요·산업 전반에 미치고 있다"며 "수익성이 떨어지기는 철강업계도 마찬가지여서 남의 입장을 이해해줄 처지가 못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