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서거 이틀째, 朴대통령 직접조문…5000명 추모행렬(종합)

머니투데이 구경민 오세중 김성휘 이하늘 기자 2015.11.2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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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정계 인사 조문 이어져…국회 분향소 마련, 김무성·서청원 첫 조문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에서 조문을 마친 후 나오고 있다. 2015.11.23/뉴스1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에서 조문을 마친 후 나오고 있다. 2015.11.23/뉴스1


박근혜 대통령이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이틀째인 23일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학병원을 찾아 직접 조문했다. 7박 10일간의 다자외교 해외 순방 일정을 마치고 이날 새벽 귀국한 박 대통령은 귀국 후 첫 공식일정으로 김 전 대통령의 조문을 택했다.

김 전 대통령 입관식이 치러진 이날 정재계 인사와 일반 시민 등의 조문도 계속돼 오후 5시 현재 서울대병원 빈소를 찾은 조문객은 5000여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朴대통령, 손명순여사·차남 현철씨 등 위로

검은색 바지정장 차림의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서울대병원 김 전 대통령의 빈소에 도착했다.
박 대통령은 빈소에서 분향하고 영정 앞에 헌화한 뒤 잠시 묵념을 했다. 이어 YS의 차남인 현철씨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했고 가족실로 이동해 YS의 부인인 손명순 여사의 손을 잡고 애도의 뜻과 추모의 뜻을 전했다.



박 대통령은 별도의 방명록은 작성하지 않고 장례집행위원장인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의 안내를 받으며 오후 2시7분께 빈소를 떠났다.

김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은 대(代)를 이은 '기구한 인연'을 맺어왔다.

민주화 운동을 끌던 김 전 대통령은 유신 체제하에서 서대문 형무소에 수감되는 등 고초를 겪었다.


1969년에는 박정희 정부의 3선 개헌 반대 투쟁을 주도하다 주택 근처에서 초산 테러를 당했고, 1972년에는 10월에는 방미 중 '유신 선포'를 듣고 귀국했으나 가택연금을 당했다.

이후에도 김대중 납치 사건 등에 대해 박정희 정부의 테러행위를 강력 규탄했고, 1974년 최연소로 신민당 총재에 취임해서는 반유신운동을 주도하며 박정희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다 국회 의정사상 처음으로 국회의원직에서 제명되는 수모도 겪었다.

김 전 대통령은 2007년 YS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대통령과 맞선 이명박 전 대통령을 공개 지지했다.
또 김 전 대통령은 2012년 7월 당시 대선을 앞두고 상도동 자택을 김문수 전 경기지사에게 당시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였던 박 대통령에 대해 "사자가 아니다. 아주 칠푼이야", "박근혜는 별 것 아닐 것"이라는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
평소 사석에서는 "18년 독재자의 딸이 또 대통령을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역사의 흐름에 아주 맞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의 아들인 현철씨는 2012년 4월11일 총선에서 경남 거제 공천을 받으려 했지만 탈락했다. 이후 현철씨는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 연구소 부소장직을 사퇴하는 것은 물론 새누리당에서 탈당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당을 이끌었기 때문에 현철씨의 공천탈락에 대해 섭섭함이 김 전 대통령의 구원(舊怨)을 키웠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2012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전 대통령에게 "여러가지로 격려하고 성원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넸고, 김 전 대통령은 당선을 축하하며 "국내외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시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영면에 든 김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향으로써 김전대통령과의 '화해'를 마무리 했다.

◇이회창 전 총재 '음수사원' 글귀, 미묘한 해석

1997년 대선을 앞두고 김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오전 김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았다.

이날 이 전 총재가 방명록에 남긴 '음수사원'(飮水思源)이라는 글귀는 미묘한 해석을 낳았다. '낙실사수 음수사원'(落實思樹 飮水思源)을 줄인 이 글귀는 '과일을 딸 때 열매를 맺은 나무를 생각하고 물을 마실 때 그 물의 근원을 생각하라'는 말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5·16장학회에 내린 휘호가 바로 '음수사원'"이라며 "생전에 박 전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이 같은 글귀는 적절치 않은 표현"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음수사원' 휘호는 아직도 정수장학회에 남아있다. 장학회 장학생 모임인 '청오회' 역시 이 글귀를 애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 전 총재는 조문 후 기자들과 만나 "요즘 민주주의가 생활화돼서 공기처럼 민주주의의 실제 존재나 민주주의로 오기까지 어려웠던 많은 족적을 잊기 쉽다. 민주주의는 김 전 대통령과 같은 주역 역을할 한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방명록 글귀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희호 여사 등 각계 조문 이어져

김황식·정운찬·정홍원 전 국무총리,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김을동 최고위원, 박지원·권노갑·천정배 등 야권의 주요인사 등도 고인을 추모했다. 아울러 재계 주요 인사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와 추궈홍 주한 중국 대사도 빈소를 찾았다.

이날 오후엔 원유철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의원 70여명이 합동으로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 자리에서 원 원내대표는 "김 전 대통령은 민주화를 실천하고 개혁 정책을 지휘했다"며 "새누리당도 개혁정신과 민본 정신을 받들어 김 전 대통령이 완수하지 못한 일들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날에도 빈소를 지켰던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과 정병국 의원, 김수한 전 국회의장, 홍인길 전 청와대 총무수석, 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상도동계 인사'들은 이틀째 빈소를 찾아 상주 역할을 했다.

이날 오후엔 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김홍업 전 의원, 박지원 의원 등과 함께 빈소를 찾았다.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의 부인인 손명순 여사와 차남 김현철 씨의 손을 일일이 잡으며 위로했다. 김현철 씨는 이 여사에게 "아무래도 충격이 없진 않으시죠"라며 이 여사를 바라봤고, 박 의원은 손 여사에게 "이제 두 여사님이 오래 사셔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직 고위 인사들의 발걸음도 줄을 이었다.
김진표 전 부총리는 "지난 1993년 금융실명제의 실무 책임을 진 사람으로서 대통령이 내리셨던 결단을 존경한다"고 소회를 전했다.

야권 인사 중에는 새정치연합 권노갑 상임고문과 손학규 전 상임고문, 윤장현 광주시장, 무소속 천정배 의원 등이 빈소를 찾았다. 천정배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은 군정 종식을 성취한 위대한 지도자였는데, 지금 민주주의가 역주행하고 있다"며 "그의 용기를 이어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날 오전 국회에 마련한 김영삼 전 대통령 대표 분향소에도 조문객 행렬이 줄을 이어갔다. 분향소 조문은 26일까지 24시간 가능하다.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이 이날 오전 국회에 설치된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대표분향소를 처음 방문해 김 전 대통령을 조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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