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채용 2막… "취업재수냐 vs 빠른 취업이냐"

머니투데이 서미영 인크루트 상무(COO) 2015.11.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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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미영의 취준진담]

하반기 채용 2막… "취업재수냐 vs 빠른 취업이냐"


최근 입사지원한 기업에서 연이어 탈락한 L씨. 지난 두어달 밤을 새가며 무수히 문을 두드린 기업들은 야속하게도 서류전형에서부터 반겨주지 않았다. 이제 하반기 공채도 끝물이라 L씨는 고민에 빠졌다. 취업재수를 해야 할 것인지, 하반기 남은 시즌 계속해서 중소기업이라도 입사지원을 해야 할 것인지 말이다. 숱하게 떨어진 이유조차 파악이 채 되지 않았는데… L씨는 지금 막막하다.

15%.



하반기 공채시즌 평균 서류합격률이다. 서류전형에서 합격한 취준생은 10명 중 1.5명뿐인 것. 인크루트 설문조사결과(2015년11월 실시) 올 하반기 공채시즌에 취준생들은 평균 20곳에 지원했고, 서류합격한 곳은 3곳뿐이었다고 한다. 많게는 80~90곳에 원서접수를 한 지원자도 수두룩했으며, 그중 단 한곳에서도 서류합격 못한 지원자는 무려 30%에 달했다. 실은 무수히 많은 L씨가 우리 주변에 있는 것이다.

11월로 접어든 지금, 하반기 공채도 어느덧 마지막 단계인 면접에 돌입했다. 하지만 면접을 준비하는 취준생들은 그야말로 소수, 대부분은 이렇게 첫번째 관문인 서류전형에서 탈락하고 있다.



공채시즌에는 명확한 사이클이 존재한다. 하반기 공채의 경우 주요 대기업에서는 9월을 기점으로 서류전형을 시작, 이르게는 11월경 최종합격자의 당락을 가려낸다. 12월을 앞두고 누군가는 연수원에서 축배를 들겠지만 많은 이들은 준비해 둔 인적성 교재 한번 제대로 펴보지도, 옷장 속 고이 준비해 둔 면접복장을 꺼내보지도 못하고 시즌을 마감하게 된다.

인크루트와 같은 취업포털은 이맘때가 되면 인재를 기다리는 중견중소기업들의 채용배너로 새 옷을 갈아입게 된다. ‘이름만 들으면 모르는 회사’, 즉 ‘채용배너를 클릭해봐야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알 수 있는 회사’들의 채용 제 2막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동시에 수많은 L씨들의 고민이 시작된다. 이름도 모르는 곳에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대기업 일색의 지원을 해오던 그들에게 非대기업에 지원하는 일은 그야말로 고민거리, 선택장애가 찾아오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아니, L씨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말이다. L씨는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현재 ‘구직 편식’중인 것이다. '구직 편식'이란 중소기업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대기업 취직만을 생각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사실 요즈음 중견중소기업 일자리 구하기도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대기업에 비하면 기업 수가 많고 경쟁률도 낮다. 재수, 삼수를 하지 않아도 취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IT 처럼 성장산업군에 있는 중소기업이면 가까운 미래에 더 큰 기업으로의 이직도 어렵지 않다. 어디 그뿐인가. 특정 산업분야의 직업전문가가 되면 대기업 직원 부럽지 않은 스타대접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높은 연봉, 좋은 복리후생, 주변 평판 등 출발선이 다른 대기업의 입사가 재수, 삼수의 투자가치가 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평생직장 혹은 자격인증도 아닌데 무기한 고시하듯 준비하는 것은 반대한다.

취업재수 vs. 빠른 취업? 주변에 이처럼 구직 편식중인 L씨가 있다면 전해주기 바란다. 분명한 것은 변화가 많고 불안할수록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채용시장도 역량중심 채용과 프리랜서 증가 등 판도가 격변하고 있다. 직장과 직업 선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이다. 주변평판을 너무 의식하지 말고 스스로 할 수 있거나 하고 싶어 왔던 분야로의 선택이어야만 한다. 물론 한 번 선택한 이후에는 가히 1만시간은 아니더라도 요구되는 만큼의 훈련 시간을 견뎌야 아마추어가 아닌 평생직업 시대를 살아갈 수 있는 프로가 될 수 있는 시대이다.

◇서미영 인크루트 상무(COO)는… 경북대 정치외교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를 취득했다. 국내최초 취업포털 인크루트를 공동창업하였으며, 2014년 8월 취업학교를 개설했다. 저서로는 프로페셔널의 숨겨진 2%등이 있으며, 방송과 강의 등을 통해 채용과 직업에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18년이상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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