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밖 과학]'스타트렉' 만능 의료진단기 현실로…"초음파로 초기암 진단"

머니투데이 이강봉 객원기자 2015.11.13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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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스탠포드대 '비접촉 열음파 진단기' 개발 최종 단계…매설된 플라스틱 폭탄 찾는 기술 인체에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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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포드대학 전기공학부 연구진이 개발을 앞두고 있는 ‘비접촉 열음파 진단기(noncontact thermoacoustic detection)’ 모형도. 초음파를 통해 초기 암 세포에서 새로운 혈관을 생성하는 소리를 탐지할 수 있다. /자료=news.stanford.edu<br>스탠포드대학 전기공학부 연구진이 개발을 앞두고 있는 ‘비접촉 열음파 진단기(noncontact thermoacoustic detection)’ 모형도. 초음파를 통해 초기 암 세포에서 새로운 혈관을 생성하는 소리를 탐지할 수 있다. /자료=news.stanford.edu<br>


영화 스타트렉에 나오는 만능 의료진단기 '트라이코더'와 유사한 의료 진단기가 지금 완성 단계에 있다. '트라이코드'란 스타트렉에 등장하는 의사 레오나드 본즈 맥코이 박사가 환자들을 진단할 때 쓰는 가상의 의료기기를 말한다.

환자를 향해 트라이코드를 겨누기만 해도 무슨 질병이 있는지 알아낼 수 있다. 몸 상태를 한 번에 진찰해 정확한 건강 상태를 알려 주는 휴대용 진찰기로 의사 없이도 진단이 가능한 첨단기기라고 할 수 있다.



스탠포드대는 10일(미국시간) 대학 뉴스를 통해 이 대학 연구진이 극초단파와 초음파 기술을 활용, '트라이코드'와 유사한 '비접촉 열음파 진단기'를 개발해왔으며, 지금 최종 단계에 와 있다고 전했다.

◇폭탄탐지기 기술에서 의료진단기로 진화



연구를 이끌고 있는 스탠포드대학 전기공학부 아민 아르바비안 교수와 피에르 쿠리-야쿱 연구교수는 그동안의 연구상황을 물리학회지인 '어플라이드 피직스 레터스'에 게재했다.

당초 이 연구는 땅에 묻혀 있는 플라스틱 폭탄을 찾아내기 위한 것이었다. 연구진은 그러나 이 기술을 인체에 적용함으로써 첨단 의료기기를 탄생시키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아르바비안 교수는 이 기술로 초기 암을 진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주에는 자연적으로 발생되는 전자기 에너지 뿐 만 아니라 인공적인 것까지 무수히 많은 범위의 전자기에너지가 존재한다. 이 에너지로 물질을 자극했을 때 변화가 일어난다. 팽창과 수축이 일어는데 이 과정에서 초음파가 만들어진다.


보통 20 킬로헤르츠(kHz) 이상의 들을 수 없는 음파를 초음파라고 한다. 20KHz에서 300MHz까지 사용되나 1000 메가헤르츠(MHz)까지도 발생시킬 수 있다. 또 에너지가 크고, 투과력이 매우 강해 상호 교신이 가능하다.

이 원리를 처음 발견한 것은 1880년이다. 당시 전화기로 유명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Alexander Graham Bell)은 초음파를 송·수신하는 방안을 찾고 있었다. 스탠포드의 공학자들이 지금 개발 중인 진단기는 이 원리를 적용하고 있다.

초음파를 통해 땅 속에 있는 폭탄은 물론 뇌 속에서 자라고 있는 초기 암 세포를 찾아낼 수 있다. 톰 어베이트(Tom Abate) 연구원이 쓴 논문에 따르면 이 연구를 처음 부추긴 곳은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다.

이 기술을 통해 전쟁 상황에서 부비트랩(booby trap) 같은 플라스틱 폭탄을 먼 거리에서 손쉽게 찾아내려고 했다. 그러나 연구진은 폭탄 탐지기를 개발하면서 또 다른 혁신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SF영화 속의 상상… 현실로 다가와

‘비접촉 열음파 진단기’가 그것이다. 암세포가 자라나면서 성장을 위한 혈관을 생성하게 되고, 이 생성 과정을 초음파 기술로 탐지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착안한 것이다. 지금 실험 중인 손으로 쥘 수 있는 소형 진단기는 이런 아이디어의 산물이다.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케빈 보일 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이 진단기는 카드 크기로 영화 스타트렉에 나오는 의료진단기 '트라이코더'와 거의 흡사하다.

이 진단기가 상용화 될 경우 의료계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암과 같은 심각한 질병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신체를 종합 진단하는 등의 상당히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SF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단순한 기기 하나로 진단이 가능해질 경우 의료계 전반에 진료 시스템의 개념을 바꿔놓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최근 미국의 X-프라이즈 재단에서는 '트라이코더'를 만드는 연구팀에게 1000만 달러의 상금을 지원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재 10개 팀이 연구 중이며 올해 말까지 가장 먼저 성공한 팀을 뽑을 예정이다, 재단에서 제시한 기준에 따르면 이 진단기의 5가지 필수 건강지표는 혈압, 맥박, 산소포화도, 호흡, 체온 등이다.

또 빈혈, 심방세동(AFIB), 만성 폐쇄성 폐질환, 당뇨병, 간염, 백혈구 증가, 폐렴, 중이염, 수면 무호흡증, 뇌졸중, 결핵, 요로감염, 결석 등 13가지 질병을 자동으로 진단해 내야 한다. 스탠포드대 연구진도 이 경쟁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무선 감지 기술, 이미지 진단 기술, 랩온어칩(lab-on-a-chip), 분자생물학, 그리고 이를 해석하는 인공지능 기술 등의 발전은 의료 분야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특히 진단 분야에 있어 기존 개념을 바꿔놓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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