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현대상선 구원투수로 범현대가 지원 타진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15.11.1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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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범현대가 지원 가능성 검토…"채권단 추가지원·한진해운 합병 불가, 대안이 없다"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현대상선의 처리 방안으로 범현대가의 지원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 현실화될 경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한진해운을 한진그룹에 매각하고 물러선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과 같은 길을 걷게 될 수도 있다.

9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채권단은 현대그룹에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상선 경영권을 내놓는 조건으로 범현대가의 지원 가능성을 타진해 볼 것을 요구했다.



현대상선은 연말에 시장안정 P-CBO(회사채 신속인수제)가 종료되고 내년초부터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면 유동성에 문제가 생긴다. 현대그룹은 자구계획 차원에서 현대증권 매각을 추진해 왔지만 최근 무산되면서 계획 이행에 차질이 발생한 상황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대우증권 매각 일정 등을 감안하면 현대증권 매각은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이라며 “빠른 시간 안에 자구계획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특히 더 이상 현대상선에 추가적인 자금지원을 힘들다는 입장이다.



현대상선을 한진해운에 합병시키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정부와 채권단은 이미 현실성이 없는 안으로 결론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정부 내에서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합병 방안을 검토했지만 불가능할 뿐더러 효과도 없는 것으로 결론났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지난달 28일 “정부로부터 합병에 대한 검토를 요청받았으나 검토 결과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해운업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도 국적 선사 2곳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현대상선의 처리 방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범현대가의 지원을 이끌어 내 보자는게 채권단의 판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현대중공업그룹이 지난 2006년 현대상선 지분을 대거 매입하면서 경영권 인수를 추진한 바도 있다. 현재 현대상선의 최대주주는 현정은 회장이 이끌고 있는 현대엘리베이터(19.54%)이지만 현대중공업이 10.78%로 2대 주주이며 현대건설도 5.08%를 보유하고 있다.

채권단 입장에서는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이지만 범현대가가 실제 나설지는 미지수다. 현대그룹과 범현대가와의 불편한 관계, 불확실한 해운업황 등을 감안하면 현대그룹과 범현대가 모두 부정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장 현대그룹, 현대차그룹 모두 접촉 및 지원 가능성을 부인했다. 현대중공업은 해양플랜트 손실로 막대한 적자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현대그룹이 내놓을 수 있는 자구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면 불가피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홀딩스(현 유수홀딩스) 회장은 한진해운의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한진해운을 시숙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넘기고 물러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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