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이 1000억 격려금?' 대우조선해양의 딜레마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2015.10.25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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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으로 인식된 격려금...안 주면 실질임금 삭감, 주면 보너스 잔치 이미지

채권단의 4조원대 자금지원 계획이 전면 보류되면서 대우조선해양의 1300억원대 임금 및 격려금, 상여금 지급이 불투명해졌다. 당장 노조에 지급하기로 한 1000억원대 격려금에 정부와 채권단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어 회사측이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25일 대우조선해양에 따르면 오는 30일은 임금협상 타결에 따른 격려금 500억원을 집행해야 하는 날이다. 격려금은 지난달 추석 직전에 미지급됐던 것으로 된 대우조선해양은 1인당 총 900만원을 지급하기로 한 상태에서 130만원을 우선 줬다.



대우조선은 남은 770만원의 절반씩, 총 500억원을 이달 지급하고 잔액은 12월 말에 주기로 한 상태다.

대우조선해양은 채권단 실사 이후 4조원대 유상증자 및 대출 등 자금지원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하고 노조에 미지급분을 주기로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채권단이 자금 지원을 전제로 요구한 노조 동의안에 대해 노조가 반발하면서 격려금 지급도 보류될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에 같은 날 입금돼야 하는 정기 상여금 200억원과 통상임금 소급분 미지급액 200억원 집행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대우조선은 현장직 근로자와 대리 이하 사무직에 대해 격월로 상여금을 주는데 해당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것으로 급여 이외의 옵션이 아닌 실질 임금에 해당한다.

다음달 6일에는 400억원 규모의 월급도 나가야 한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이 격려금 전액 지급을 미뤄가면서까지 돈을 아꼈고 이번달 월급을 간신히 줬을 정도로 자금사정이 빡빡하다.

당장 이달 집행할 돈 900억원에 월급 400억원까지, 1300억원에 매월 12일 전후로 집행되는 협력사 대금 300억원까지 더해지면 금액은 1600억원으로 늘어난다.


이 자금마련을 위해 대우조선은 채권단 지원을 기대하며 보류했던 남대문로 본사 사옥을 담보로 한 1000억원대 금융권 대출을 다시 진행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바닥난 현금보다 1000억원에 이르는 ‘격려금’에 더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격려금이라는 이름이 가진 ‘보너스 잔치’ 이미지 때문이다. 임금협상 타결 격려금은 오랜 세월 연봉의 한 부분으로 인식돼왔지만 이 ‘격려금’은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호통을 불러온 원인으로 작용했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사회 통념상 부실기업이 공적자금으로 격려금을 준다는 인상을 줄 수밖에 없는 건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격려금을 안주면 실질 임금이 삭감되는 것이어서 대우조선해양이 난감해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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