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정교과서 '속도전'에 국민여론은 '아몰랑'

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2015.10.22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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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행정예고 기간 지나도 의견 수렴 결과 공개 안하기로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2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공용브리핑실에서 중학교 '역사'교과서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발행체제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는 브리핑을 통해 "역사교과서 발행제체 개선방안은 역사적 사실 오류를 바로잡고 이념적 편향성으로 인한 사회적 논쟁을 종식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국민통합을 이룩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객관적 사실에 입각하고 헌법적 가치에 충실한 균형잡힌 올바른 역사관 확립을 위한 교과서'(약칭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5.10.12/뉴스1<p><p><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2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공용브리핑실에서 중학교 '역사'교과서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발행체제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는 브리핑을 통해 "역사교과서 발행제체 개선방안은 역사적 사실 오류를 바로잡고 이념적 편향성으로 인한 사회적 논쟁을 종식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국민통합을 이룩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객관적 사실에 입각하고 헌법적 가치에 충실한 균형잡힌 올바른 역사관 확립을 위한 교과서'(약칭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5.10.12/뉴스1<p><p><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국민 여론 자체를 묵살한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교육부는 '국정 한국사 교과서' 예산이 국무회의에서 예비비로 의결됐는데도 일절 알리지 않은 것도 모자라 다음달 2일까지 잡힌 행정예고 기간 중 여러 의견을 수렴한 내용도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정부가 국정화 방침을 미리 정해 놓고 '밀어붙이기식' 국정화를 진행하자 다음달 2일로 다가온 고시를 앞두고 사학계는 물론, 각계의 반대 여론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21일 국회와 교육부 등에 따르면, 국정 한국사 교과서 제작에 필요한 예산 44억원(예비비)이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 이날은 교육당국이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 전환을 발표한 바로 다음날이다.

그런데 교육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는 여기에 대한 보도자료 한 장 내놓지 않았다. 교육당국의 경우 보통 국무회의에서 관련된 안건이 의결되면 당초 계획에 없더라도 설명자료 형식으로 소식을 알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런 진행 상황을 미리 알고도 국정 전환을 발표하면서 예산 배정을 묻는 질문에 "최대한 많이 지원하겠다"라는 말만 했다.

특히 교육당국은 기재부에 예비비 44억원을 신청하면서 보낸 공문조차도 내놓지 않고 있다. 국회 예결특위 야당 간사인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교육부에 공문 제출을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받지 못한 상태다.

안 의원은 "예비비는 국가재난과 같은 재해가 발생했을 때 쓰도록 돼 있다"며 "한국사 국정 전환에 대해 반대 여론이 워낙 거세다 보니 국가 본예산 대신 꼼수를 쓴 것"이라고 문제 삼았다.


게다가 교육부는 지난 12일 국정교과서 행정예고를 하면서 11월 2일까지 찬·반 여부와 사유 등 제출할 수 있는 의견수렴 과정이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교과서정책과와 역사교육지원팀에서 받고 있으나, 공개는 신청 당사자에게만 통보하기로 했다.

이미 국정화 방침으로 확정해놓은 상황에서 행정예고를 요식행위로 전락시킨데다, 이는 현행법 위반 소지마저 있다. 행정절차법 제46조에는 '행정예고의 실시 현황과 그 결과에 관한 통계를 작성하고, 이를 관보·공보 또는 인터넷 등의 방법으로 널리 공고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정부의 국정 한국사 교과서 추진 과정을 둘러싸고 적법성 논란까지 벌어지자 여론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언론사마다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만 봐도 당초 비등했던 결과는 반대에 반대를 거듭하더니 이제는 완전히 역전된 형국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학계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기존 한국사 교과서 좌편향을 명분으로 대통령이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명예회복을 노리는 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라면서 "이를 알아가는 국민들이 점차 늘어 여론이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한모씨(47)씨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우리 아이들 역사교육의 미래를 가늠하는 중요한 사안"이라며 "이런 문제일수록 국민 여론을 더 수렴해야 하는데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이미 정해놓고 국민들 사이에 싸움을 붙이는 건 정부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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