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헬조선' 사이트 캡처
'헬조선' 사이트 게시판에 올려진 "청년들 좀 없어져도 상관 없어요"라는 제목의 글이다.
헬조선에서는 한국 사회의 씁쓸한 문제들을 담은 글, 한국 사회를 탈출하는 정보를 담은 '탈조선기' 등이 올라와있다. 한국 사회를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헬조선의 운영자를 머니투데이가 만났다.
헬조선 사이트 메인에는 "죽창 앞에선 모두가 평등하다"고 적혀있다. 헬조선 게시판에서 게시글을 추천할 때는 '헬조선'을, 비추천은 '죽창'을 누른다. '일일베스트저장소'(일베)에서 추천을 '일베로', 비추천을 '민주화'로 표현하는 것과 비슷하다.
헬조선에서 죽창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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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업에 종사하는 30세 남성이라 자신을 소개한 헬조선 운영자는 "사람이 역사적으로 가장 먼저 생존을 위해 사용했을 병기인 창이라는 건 '생존권'을 상징한다. 창들 중에서도 가장 저급인 죽창은 생존을 넘어서 '최후의 저항'과도 같다"며 죽창이란 단어를 사용한 이유를 밝혔다.
운영자는 "'죽창을 달라'는 말은 지독할 정도로 자기 파괴적인 포기 선언이라 보면 된다. 한국 사회에서 대안이 없으니 '너도 한 방, 나도 한 방 같이 죽자'는 의미를 가진 헬조선만의 키워드"라고 설명했다.
◇"무조건 한국 사회 비판하자는 것 아냐…일종의 애증"
헬조선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탈조선 게시판이다. 탈조선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곳이다. 운영자는 해당 게시판의 소개글을 통해 불가능하지만 탈조선하기 전 '노오력'(노력을 비꼬는 말)은 해보자고 설득한다.
운영자는 "탈조선은 불가능하지만 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라는 뜻"이라며 "적어도 한국사회가 조금 더 선진화된 방향으로 가기 위한 애증을 표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운영자는 헬조선이 무조건적으로 한국 사회를 비판하는 사이트가 아니라고 말했다. 실제로 헬조선에는 '국뽕게시판'(뽕을 맞은 것처럼 한국에 빠져 이를 칭찬하는 게시판)도 있다.
운영자는 "대한민국에 말도 안 되는 일들도 있다면 분명 좋은 일들도 많다. 칭찬할 건 칭찬하고 비판할 건 비판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국 사회, 냉소적으로 판단하고 논의해야"
운영자는 사람들이 한국 사회를 냉철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이 싫은 사람을 '빨갱이'라고 몰고가는 정치적 프레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운영자는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하세'라는 애국에 대한 이데올로기와 '현실이 괴롭더라도 참고 견디면 좋은 날이 온다, 그러니 노예처럼 일하라'는 이데올로기가 사회에 팽배해있어 사람들이 한국 사회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 사회가 발전하려면 좀 더 냉소적으로 사회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운영자는 또 한국 사회에서 공론장이 마비됐다고 주장했다. 운영자는 "어떠한 이슈가 터졌을 때 시민사회가 나서서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으로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꼬우면 북한가시던가'라며 토론을 방해하거나 정치적 프레임으로 몰고 간다"고 밝혔다.
운영자는 이어 "사람들이 어떤 이데올로기나 프레임에도 구애받지 않고 냉철하게 한국 사회를 판단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에 대한 주관을 가질 수 있어야 발전이 있다"며 "사람들이 한국 사회에 대해 논의하고 스스로 생각하게끔 하는 곳이 헬조선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