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머니투데이가 집계한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84조5228억원으로 지난해 연말 85조3153억원 대비 7925억 원 감소했다. 대기업 여신이 감소한 것은 금융위기 영향권인 지난 2009년(5조2000억원 감소) 이후 처음으로, 은행권을 중심으로 여신 구조조정이 본격화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신한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도 지난해 연말 18조7576억원에서 지난 9월말 18조7097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반면 우리은행은 19조3261억원에서 21조9826억원으로, KB국민은행도 16조2969억원에서 16조5604억원으로 증가했다.
8월 말 가계 대출 잔액도 작년 연말보다 16조8000억원 늘어난 535조원을 기록했다. 가계 대출 중 증가세를 주도한 것은 주택담보대출로 연말대비 13조4000억원 증가했다.
대기업 대출 감소는 최근 중국 경기둔화 등 글로벌 경기 부진 영향이 크다. 수출 증가율이 올 들어 8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제조업 설비 가동률의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어 대기업을 중심으로 자금 수요가 전반적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여기다 은행들도 리스크 부담을 우려해 대출을 꺼린 영향이 더해졌다. 신용등급 'BBB' 등급 이하 비우량 대기업은 회사채 시장 위축 등의 영향으로 대출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은행권의 여신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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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 전반이 대기업 대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성동조선, 대우조선해양 등의 사례서 보듯 대기업 부실은 단 한 건만 발생해도 큰 폭의 손실을 안겨준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향후 금리 인상이 가시화될 때는 대기업보다 취약한 중소기업 및 가계대출 분야 부실이 오히려 심화될 수 있다"며 "최근 대출 증가율이 명목 성장률을 큰 폭으로 넘어서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