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여신 구조조정' 본격화…대기업↓ 중기↑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15.10.0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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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KB·KEB하나·우리, 대기업대출 연말대비 7925억 감소…은행권 전체 1~8월 3.4조 축소

은행권 '여신 구조조정' 본격화…대기업↓ 중기↑


은행권의 여신 구조조정이 올 들어 본격화되고 있다. 은행들은 수출경기 둔화, 실적 부진 등의 여파로 부실 우려가 커진 대기업 대출을 줄이는 대신 정부의 정책금융 지원 움직임을 반영해 중소기업 대출과 가계대출을 늘리고 있다. 이와 관련, 은행권의 중소기업 및 가계대출 확대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금리 인상 시기 도래시 중소기업과 가계부문의 부실 위험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7일 머니투데이가 집계한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84조5228억원으로 지난해 연말 85조3153억원 대비 7925억 원 감소했다. 대기업 여신이 감소한 것은 금융위기 영향권인 지난 2009년(5조2000억원 감소) 이후 처음으로, 은행권을 중심으로 여신 구조조정이 본격화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특히 대기업 여신 감소세는 지난 9월1일 통합한 KEB하나은행에서 두드러졌다. KEB하나은행의 대기업 여신은 지난해 연말 30조9347억원에서 9월 말 27조2701억원으로 3조7000억원 감소했다. KEB하나은행은 함영주 행장이 "대기업 여신 비중이 다른 은행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구조여서 여신 구조조정을 중점 추진하겠다"고 밝힐 정도로 대기업 여신 축소에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신한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도 지난해 연말 18조7576억원에서 지난 9월말 18조7097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반면 우리은행은 19조3261억원에서 21조9826억원으로, KB국민은행도 16조2969억원에서 16조5604억원으로 증가했다.



전체 은행권 통계는 대기업 여신 감소가 추세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권 전체 대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 8월 말 179조9000억 원을 기록, 작년 연말보다 3조4000억 원 감소했다. 반면,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8월 말 기준 564조원을 기록, 연말 대비 41조7000억원 급증했다. 8월에 불과하지만 벌써 지난해 연간 증가액(35조40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8월 말 가계 대출 잔액도 작년 연말보다 16조8000억원 늘어난 535조원을 기록했다. 가계 대출 중 증가세를 주도한 것은 주택담보대출로 연말대비 13조4000억원 증가했다.

대기업 대출 감소는 최근 중국 경기둔화 등 글로벌 경기 부진 영향이 크다. 수출 증가율이 올 들어 8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제조업 설비 가동률의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어 대기업을 중심으로 자금 수요가 전반적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여기다 은행들도 리스크 부담을 우려해 대출을 꺼린 영향이 더해졌다. 신용등급 'BBB' 등급 이하 비우량 대기업은 회사채 시장 위축 등의 영향으로 대출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은행권의 여신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 전반이 대기업 대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성동조선, 대우조선해양 등의 사례서 보듯 대기업 부실은 단 한 건만 발생해도 큰 폭의 손실을 안겨준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향후 금리 인상이 가시화될 때는 대기업보다 취약한 중소기업 및 가계대출 분야 부실이 오히려 심화될 수 있다"며 "최근 대출 증가율이 명목 성장률을 큰 폭으로 넘어서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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