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서울고법 국감, 오찬에 '와인 의전'

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2015.10.05 15:31
글자크기

[the300][2015 국감]

[현장+]서울고법 국감, 오찬에 '와인 의전'


5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오찬에 와인이 등장했다.

국감이 끝난 뒤의 식사자리도 아니고 오후 국감을 앞둔 점심시간이라는 점에서 서울고법의 '술대접'은 과도한 '의전'으로 비쳐진다.

이날 오전 국감 기관소개에서 각 법원장들은 하나같이 인사말 첫머리에 "국민을 대표해 이 자리에 와주신 의원여러분…"이라며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임을 스스로 자각하고 있었다.



현장에 있던 관계자들은 "식사에 곁들여 와인 한잔씩을 앞에 놓았다"며 '술판'을 벌인 것처럼 보는 것은 잘못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민의 대표로 국감에 임하는 의원들에게 '와인'을 대접하는 모습은 어느 국민이 보더라도 부적절할 것이다.



좋게 해석하려면 '국민'을 존중해 주는 것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느끼는 국민은 극소수일 것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와인'이 아니다. 의원들에겐 '바른 정신'으로 법원의 잘못된 재판과 행정에 대해 '송곳'같은 질의를 하길 원할 것이고 법원은 의원들의 지적을 '국민의 추상같은 목소리'를 대신 한 것으로 알아 듣고 그간의 과오를 시정해 줄 것을 바랄 것이다.

국민이 그토록 바라는 '전관예우 근절'이나 '막말 판사 퇴출', '엉터리 판결 교정'은 매년 법원에 대한 국감서 나오는 '단골 아이템'인데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물론 이날 국감에서도 여러 의원의 입에선 "전관예우 근절하라", "엉터리 판결 안 된다", "혈세 낭비 하지마라"란 지적이 연이어 나왔다.

해가 가도 '피감기관'의 잘못이 바뀌지 않는다면 '국감'을 할 필요가 없다. '국감'에서 지적해도 바뀌지 않는다면 책임자에 대한 강한 징계로 조직이 바뀌고 움직이도록 해야 할 일이다.


국감장은 '온정(溫情)'을 나누는 결혼식 피로연장이 아니다. 국감장은 '온정주의'가 사라져야 할 공간이다. '따뜻한 정'을 나누고 싶더라도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한다. 법조계와 정치권이 아무리 익숙한 생태계라 하더라도 '국감 오찬에서의 와인'은 국민을 위한 '공복'들인 '법관'과 '의원'의 연례 의무절차인 '국감'중엔 적절치 않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해 8월부터 '낮술 금지령'을 내렸다. 김 대표는 "낮술먹다 걸리면 잘린다는 교훈을 선배로서 주는 것"이라며 경고까지 했다. 김 대표의 금지령이 아직 유효하다면 여당의원들은 남은 국감 오찬 중에라도 이를 유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도 소속의원들의 '국감 와인'에 대해서는 비슷한 생각을 가질 것으로 생각된다.

혹여라도 법원이 와인을 통해 의원들과 '온정'을 나누고 '취한 기운'으로 오후 국감이 부드러워지길 바란 것이라면 잘못 짚었다. 의원들 대다수는 술이 세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날 오찬에 제공된 와인은 소매가 8만원정도의 '바롱 나다니엘 뽀이약'이라는 프랑스 와인 2011년 빈티지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