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에도 주가 출렁…금융시장 흔들리는 가설 왜?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2015.10.04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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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가설 하나둘 뒤집혀…10월 증시 폭락 재연 '경고신호'

글로벌 금융시장을 지배했던 가설들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졌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증시 대폭락 사태가 빈번했던 10월에 들어선 만큼 투자자들은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의문이 제기된 대표적인 가설 중에 하나는 저금리가 주가를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 기조 아래 막대한 경기부양 자금을 풀면서 글로벌 증시는 랠리를 펼쳤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달에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제로(0-0.25%) 수준인 기준금리를 동결하자 글로벌 증시는 오히려 강력한 투매 압력에 시달렸다. FRB가 금리 인상 결정을 미루면서 저금리 자금이 계속 증시로 흘러들게 된 건 호재지만 투자자들은 FRB가 금리를 동결한 배경에 주목했다. FRB는 세계 경제 성장세 둔화를 비롯한 글로벌 악재를 금리 동결의 이유로 들었다.

미국 노동부가 전날 발표한 9월 고용지표는 이같은 우려를 뒷받침했다. 미국의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자수가 2012년 이후 처음으로 2개월 연속 월간 15만명을 밑돈 것이다. FT는 미국의 고용자수가 증가 추세인 것은 사실이지만 증가세는 확실히 더뎌졌다며 장기 실업률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실업률(9월 현재 5.1%)이 완전고용 수준에 가까워진 것만으로는 노동시장 전망을 낙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로 미국 금리선물시장에서는 FRB가 연내가 아닌 내년 3월로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미룰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가 됐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금리)은 전날 중국 증시 급락 사태가 한창이었던 8월 말 이후 처음으로 2% 아래로 떨어졌다.

FT는 경제 성장세를 둘러싼 일련의 악재들이 결국 투자자들에게 통화정책을 무기력하게 보이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는 데도 증시가 전처럼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의 성장세가 중국 지도부의 주도 아래 끝없이 지속될 것이라는 가정이 의문에 휩싸인 게 경제 성장세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켰다. 중국 경제는 계속 성장하고 있지만 성장 속도는 눈에 띄게 둔화됐다. 더욱이 중국 지도부는 지난여름 증시 급락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신뢰성에 치명상을 입었다.


중국의 성장둔화는 아시아 주변국에도 파장을 미쳤다. 아시아 지역이 받은 수출 주문 증가세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가 절정에 달했던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재고는 급증세에 있다.

세계 최대 원자재 소비국인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국의 성장 둔화는 원자재 가격 하락을 부추겨 신흥국이 미국 등 선진국으로 디플레이션을 수출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디플레이션은 불황 속에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이다.

신흥시장의 부진은 미국 기업들의 수익 개선행진에도 제동을 걸었다. 미국 기업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흥시장의 강력한 성장세와 저금리 자금 홍수에 힘입어 수익을 대폭 늘려왔다. 그러나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월가에서는 미국 뉴욕증시 대표지수인 S&P500에 편입된 기업들의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8%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디플레이션이 닥치면 기업들이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을 올리기 어려워 수익 개선 여지가 좁아진다는 점이다. FT는 기업들이 기술적으로 실적 수치를 조작하지 못하게 되면 악재를 한꺼번에 실적에 반영한 뒤 나중에 깜짝 놀랄 만한 실적 개선을 노리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단기적으로 증시에 큰 충격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FT는 산산이 조각난 금융시장의 가정들을 맥락에 맞게 다시 맞춰보면 신흥시장은 이미 한동안 약세장에 빠져 있었고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합류도 머지않았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10월은 역사적인 증시 대폭락이 있었던 달임을 상기시켰다. 뉴욕증시에서는 1929년 10월24일(검은 목요일)과 29일(검은 화요일), 1987년 10월19일(검은 월요일)에 주가 대폭락이 있었다.

FT는 시장에 아직 희망이 남아 있다는 게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지적했다. 영국 앱솔루트스트래티지리서치가 총 4조8000억달러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들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3분의 2가 FRB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향후 12개월간 달러가 강세를 띨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경기를 낙관한다는 의미다. 또 3분의 1은 기업들의 순익 증가세가 10%를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침체를 예상한 이는 39%뿐이었다. FT는 최근 금융시장이 보내는 신호로는 글로벌 증시가 회복되기 전에 추가 하락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게 현명한 처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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