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전세기간 '2년' 확대뒤 전셋값 잡혔다…국토부 자료 은폐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15.10.01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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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런치리포트-전월세 폭탄 이대론 안된다②]계약갱신 1년→2년 확대 당시 상승률 16.8%→1.9%, 국토부 '폭등' 시점까지만 공개

[단독]전세기간 '2년' 확대뒤 전셋값 잡혔다…국토부 자료 은폐


과거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임대차 계약기간(전세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자 전세가격이 급등했다는 이유로 정부가 전월세 시장 개입을 반대해왔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시행후 오히려 전세가격이 낮아지고 시장이 8년간 안정된 것으로 분석돼 국토부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홍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1990년 전국 전세가격 상승률은 16.8%였으나 1991년에는 1.9%로 안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1990년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이후 본격적으로 전세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난 해다. 현재 야당이 요구하는 계약갱신청구권은 이 기간을 4년까지 늘리는 '2+2 방식'이고, 전월세상한제 역시 집주인의 임대료 과다 인상을 막는 방안이어서 당시 시장변화가 중요한 지표로 활용돼왔다.

전국 주택 전세가격 증감률 추이를 보면 계약갱신청구기간이 2년으로 늘어난 1990년 1월 전세가격 상승률은 2.6%를 보이다가 2월들어 11.9%로 껑충 뛴다. 3월과 4월에도 2.3~2.4%로 소폭 올랐다. 정부는 이 사례를 예로 들어 "단기적 가격 급등이 우려된다"며 반대해왔다. 지금까지 정부는 월별 지표를 이 시점까지만 공개했다.



이를 근거로 국토부는 계약갱신 '2+2 방식'과 임대료 상한을 5%로 제한하는 야당 안을 수용할 경우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일시적으로 12%까지 상승할 것으로 우려했다.

[단독]전세기간 '2년' 확대뒤 전셋값 잡혔다…국토부 자료 은폐
그러나 민 의원의 공개자료에 따르면 5월부터 전세가격은 3개월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해 12월에는 3년간 월별 최저치인 -2.3%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정부가 전세가격이 안정된 자료는 빼놓고 발표한 것이다.

연도별로보면 효과는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1987년 19.4% 오른 전셋값은 1988년 13.2%, 1989년 17.5%, 1990년 16.8%로 4년 연속 두자리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제도 시행 이듬해인 1991년 전국 전셋값 상승률은 1.9%에 그쳐 사실상 전셋값 인상을 억제하는 효과가 두드러졌다. 이 해를 기점으로 전국 전셋값은 8년동안 한자리수 인상률을 기록하며 안정화됐다. 특히 IMF 구제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인 1998년에는 -18.4%를 기록, 전세 거품이 빠지는 현상도 벌어졌다.

이에 국토부는 '1989년 임대기간 연장과 임대료 급등의 관계'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연구용역을 지난 8월부터 진행 중이다. 그동안 제대로 된 분석을 하지 않은 채 입맛에 맞게 통계를 해석해 전월세상한제 등 야당 요구안을 반대해왔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문제는 지난 11일 열린 국토부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됐다. 민 의원은 "자의적으로 해석했다가 반대 증거가 나오자 뒤늦게 이를 뒤집을 연구용역을 시작했다"며 "제대로 된 분석 없이 야당 주장이니까 무조건적으로 반대해왔다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이어 "전월세상한제 도입 반대의사를 표명해온 교수를 연구책임자로 두고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라며 "미리 답을 알려주고 시험문제를 낸 짜고치는 고스톱 용역"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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