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도 전략공천 포기 못할 겁니다"… 문재인의 심경토로

머니투데이 김준형 기자 2015.09.24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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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혁신위 쇄신안 발표날 만찬…"19대 땐 부산출마 했다고 뭐라 하더니" "유능한 경제정당, 주목해달라"부탁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무위원회의에서 김상곤 당권재민혁신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는 이날 당 인적쇄신·부패척결 방안을 담은 마지막 혁신안을 발표하고 100여일 간의 활동을 마무리한다. 2015.9.2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무위원회의에서 김상곤 당권재민혁신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는 이날 당 인적쇄신·부패척결 방안을 담은 마지막 혁신안을 발표하고 100여일 간의 활동을 마무리한다. 2015.9.2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9대 때는 부산에서 출마하는 바람에 수도권 지원유세를 못했다고 공격 받았었잖아요…허 참. 그래도 부산으로 가라고 하니 생각해봐야죠"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23일 혁신안을 내놓으면서 문재인 대표에게 부산출마를 공개적으로 요청한데 대해 문대표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혁신안이 발표된 어제 저녁, 서울 인사동의 한 식당에서 만난 문재인 대표는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갔지만, 대화 중간중간에 탄식과 답답한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경제지 정치부장들과의 만찬자리에서 문 대표는 이날 있었던 혁신위의 쇄신안 발표 등 정치현안에 대한 입장, '유능한 경제정당'으로서 국민들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생각을 격의없이 밝혔다.



-문대표에 대한 부산 출마 요청을 포함 중진들에 대한 혁신위의 희생요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전직 대표들에 대한 이야기는 원론적인 이야기이지 않겠느냐.
내가 19대 대선에서 부산에서 출마해 수도권 등 접전지역 유세지원을 하지 못했다는게 대선후보 경선 당시 경쟁상대였던 분들의 주된 공격내용이었다. 실제로 근소한 차이로 패한 곳이 20곳이 넘었다. 박근혜 후보는 내가 출마한 부산 사상구만 하더라도 다섯번이나 유세를 올 정도로 접전지역을 훑고 다녔다. 그런게 총선 패배의 원인이 됐다는 생각을 나도 하고 있다.
내가 고향인 부산에서 출마한게 쉬운 곳에서 당선된것 처럼 말하지만, 쉽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도 뚫지 못했던 곳 아닌가. 연고지를 찾자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지역구인 부산 영도가 본가가 있으니 거기에 출마했어야 한다.19대 당시 야권연대로 부산 영도를 통합진보당에 내주고, 아무 연고도 없는 사상구로 갔었다. 내가 영도로 나갔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지, 세상 일이란게 참…"

-김무성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 여야 동시 도입을 위해 문대표를 만나겠다고 했는데
"우리가 제안한 안심번호 제도가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는 안심번호 도입시 총선 경선 선거인단을 100% 국민경공천단으로 구성하는 공천혁신안을 이달초 통과시켰다) 가장 확실한 오픈프라이머리제도이다.
전략공천은 좋은 인재를 등용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당 대표가 공천을 좌지우지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혁신위의 공천혁신위의 방안으로 사라졌다고 본다. 새누리당도 좋은 인재를 발탁하는 전략공천을 포기할 수 없을 것이다.


-젊은 층이 야당에 실망하고 보수화하고 있는데

"젊은 층이 보수화하고 있다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지지하지 않는거다. 노무현 대통령 당시에 비해 나는 20~30대에서 훨씬 많은 지지표를 얻고도 50대 이상에서 더 많이 져서 패배했다. 지금은 스윙보터(부동층)가 50대로 옮겨갔다고 본다.
호남 민심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안철수 모두 영남 사람이지만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지지한 건데, 정권교체를 못할 거 같으니까 실망하는 거다. 물론 심지어 DJ때도 호남이 바뀐게 뭐 있나 하는 실망감도 있고"

-어제 (22일) 자택에서 최고위원 만찬하면서 음식 많이 준비했던데, 이야기는 잘 됐나

"나 개인적으로는 결단을 많이 하고 살아왔다. 대학교때 (학생운동하다가) 제적당한 것도 그렇고, 돈 안되는 인권변호사 길을 걸은 것도 그렇고. 그런데 정치에서는 혼자서 결단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당 대표가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최고회의도 '의결'해서 의사결정하기로 당헌당규에 돼 있는데, 사실상 '합의'처럼 운영되다보니까 한사람이라도 강력하게 반대하면 안돼. 되는게 없다. 그래서 가끔 표결로 해서 결정을 하기도 했는데 그러면 '독단'이다 '소통부족'이다 이렇게들 이야기하니…여하튼 최고위원들 마음을 합쳐서 잘 해보자고 했으니 잘 되겠지. 약발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지만. 허허."

-새누리당은 노사정합의 후속으로 '노동개혁 5대법안'을 연내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이 법안들을 모두 반대하나

"기본적으로 모든 것을 일괄 패키지로 처리하는 걸 반대한다. 과거 국가보안법 개정문제만 해도 '찬양 고무' 조항 삭제는 당시 한나라당도 동의했다. 그거라도 고쳤어야 하는데 결국은 하나도 못고쳤다.
근로시간 단축 같은 문제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중요한 문제다. 근로시간 단축도 근로자들의 희생이 따르는 법안이다. 임금피크제는 정년을 연장하는데 따르는 조치인데, 마치 그걸로 청년 일자리가 생기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모든걸 노동자들의 희생만 강요하는 방식으로 밀어부쳐서는 안된다.
19대 국회에서 전월세 상한제 같은 민생법안 처럼 통과시켜야 할 법안 많다. 근로시간 단축이나 사회적 경제 기본법 같은 것도 있고...

-'소득주도 성장'을 내걸어 왔는데 '유능한 경제정당'으로서의 정책과 이미지가 제대로 전달이 안되고 있는것 같다.

"이전 선거에서 새누리당도 경제민주화를 들고 나올 정도로 이제는 경제민주화와 성장이 분리될 수 없는 단계다. 최경환 부총리도 소득주도 성장을 이야기하지 않았나.
그런데 새누리당은 소득주도 성장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
정부가 적극적인 개입을 하지 않고서는 근로자들의 소득을 높이는게 불가능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만 하더라도 공화당이 반대해서 안되니까 정부 고용인력들에 대해 최저임금을 10달러로 올렸다. 심지어 정부와 계약을 하려는 기업들도 최저임금을 올리도록 했다.
미국의 경우 최저임금제를 올린 주에서 일자리가 줄어들거라고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오히려 늘어난 걸로 보고되고 있다.
독일은 최저임금제가 아예 없었지만, 과감히 도입했다. 최저임금을 높이더라도 일자리가 줄어들지 않는 것은 물론 최저 임금 5% 인상은 30%의 소비진작 효과가 있었다는게 독일의 경험이다.
소득주도 성장의 원래 출발은 '임금주도 성장'이다. 최저임금 인상도 그런 의미가 있다. 그런데 우리는 월급쟁이보다 못사는 영세자영업자들이 너무 많아서 임금주도 성장만으로는 안되기때문에 '소득주도 성장'으로 개념을 정리한거다. 유능한 경제정당위원회를 만들어 노력하고 있는데 당내 문제 때문에 경제정책 준비해놓고도 발표를 미루거나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난 우리가 새누리당보다 훨씬 잘 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앞으로 언론도 많이 주목해달라"

-통일문제에 대한 비전은

"도널드 그레그 전 미국대사를 포함한 코리아 소사이어티 멤버들이 평양을 방문하고 작성한 비밀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이 최근 2~3년새 엄청나게 변하고 있다고 한다. 평양시내에 가끔 '트래픽'(교통체증)이 생긴다고 한다. 아직 국제전화까지는 안되지만, 100만대 수준이던 휴대폰 보급대수가 300만대로 늘었다.
이전에 북한 사람들 만나보면 '자원개발권, 중국에 넘어가기 전에 남한이 먼저 하라'는 이야기들 한다. 북한과의 경제협력 없이는 우리 경제가 힘들다는건 우리 기업인들이 누구보다 본능적으로 잘 알고 있다. 전경련에 가서도 들어보고 하면, 북한측도 삼성 현대같은 대기업이 들어오기를 바라고 있다고 하더라.
박근혜정부가 '통일대박'이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같은 걸 내놓고 있지만 구두선일뿐, 된 게 없지 않나. 통일문제야말로 우리가 훨씬 잘 할 수 있는 분야다"

-국민들이 정치권이 요구하는 것 중의 하나가 '국민화합'이다.

"박근혜 정부는 '두 국민 정치'를 하고 있다. 국민을 둘로 나눠서, 지지하지 않는 층은 적으로 돌리고 있다. 세월호 가족들만 하더라도, 정부에 대해 비판적이 목소리를 내니까 적으로 돌리지 않는가. 그런 것들을 하지 말아야 진정한 국민 화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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