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기능식품 생산액 1조5000억…글로벌 경쟁력은 먼 길

머니투데이 테크M 최현숙 기자 2015.10.11 11:56
글자크기
건강기능식품 생산액 1조5000억…글로벌 경쟁력은 먼 길


마늘은 우리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양념이자 대표적인 강장식품이다. 마늘이 많이 생산되는 남해에는 75세 이상 장수 노인이 다른 지역에 비해 3배 많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우리만 마늘을 높이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뉴욕타임즈는 마늘을 ‘천년의 식물’로 선정한 바 있고, 타임지는 ‘세계 10대 건강장수식품’에 꼽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효능을 인정받고 있다. 이런 마늘이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받은 건 불과 몇 개월 전 일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월 마늘의 혈중 콜레스테롤 개선 효과와 안정성을 확인하고 건강기능식품 고시형 기능성 원료로 등록했다.



그동안 마늘은 흑마늘, 엑기스, 환 등의 일반 가공식품으로 제조되고 있었지만 기능성 원료로 등록되지 않아 이를 표시하거나 광고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고시형 원료로 등록되면 누구나 마늘을 다양한 건강기능식품으로 개발할 수 있다. 이미 등록된 홍삼은 6000억 원대 건강기능식품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마늘의 부가가치가 향후 10년간 5조5091억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은 아무 원료나 사용할 수 없다. 건강기능식품은 크게 ‘고시형’과 ‘개별인정형’으로 나뉘는데, 고시형은 식약처에서 이미 검증한 홍삼, 비타민 등의 원료로 별도의 인정절차 없이 누구나 제조.판매할 수 있다. 반면, 개별인정형은 판매자가 안정성, 기능성 등의 자료를 식약처에 직접 제출해 검증을 받아야 한다.



건강기능식품 생산액 매년 증가
식약처에 따르면, 2013년 건강기능식품 총 생산액은 1조4820억 원으로 2012년(1조491억 원)에 비해 5.2% 증가했다. 생산액은 매년 확대되고 있으나 건강기능식품 원료의 해외 의존도는 매우 높은 상황이다.

건강기능식품 생산액 1조5000억…글로벌 경쟁력은 먼 길
현재 국내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받은 것은 마늘을 비롯해 인삼, 클로렐라 등 60종이다. 이 중 국내 연구개발로 인정된 품목은 2012년을 기준으로 26%에 불과하고, 국내 농산물을 원재료로 사용한 경우는 이보다 더 낮다. 또 상위 5%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영세한 중소업체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이 중 일부는 생산자주문방식에 의해 대기업으로 유통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으로 원료를 등록하는 것도 쉽지 않다. 우선 원료의 기능성, 안전성, 표준성에 대한 과학적인 자료 확보가 필요하다.


마늘이 기능성 원료로 등록된 데는 농촌진흥청과 이화여대 바이오푸드네트워크사업단의 공동연구의 힘이 크다. 연구단은 국내·외 마늘 관련 논문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종합 분석하고 총 1395명을 대상으로 20건의 인체적용시험 연구를 실시해 안전성 등을 확인했다. 전문인력도 필요하고 시간과 비용도 많이 드는 일로 영세 가공업체에서 개별적으로 원료를 인정받기란 쉽지 않다.

수입원료와 대비해 가격과 효능 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국내 토종의 기능성 농수산물 자원을 발굴하고 수입 원료를 대체할 수 있는 국산 기능성 원료 등록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정부의 연구개발 의지는 높지 않다. 식약처 건강기능식품기준과가 지난 2013년 발표한 ‘건강기능식품 개발 지원 및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정부의 전체 연구개발 총투자액 중 건강기능식품 개발 비율은 0.3%에 불과하다(2010년 8개 부처 조사).

국내 건강기능식품 기술은 자체 연구개발보다 수입 의존도가 높고 다른 나라에 비해 원천기술력도 낮다. 특히 미국의 경우 관련기술의 73%가 원천기술인 반면, 우리나라는 23%에 불과하다.

‘맞춤형 신기능 식품 개발기술’의 격차는 6.5년, ‘기능성 식품소재 관리.계측.평가 기술’의 격차는 8.7년이다. 식약처는 농산물, 자생 약용식물, 생약성분 등 기초연구는 지속적으로 수행됐으나 산업계와의 연계가 미흡하고 제품화를 고려하지 않은 개발로 전임상 수준에 머무르거나 중복 투자로 제품화 실적은 저조하다고 밝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우리나라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신제품 개발에 나서기보다는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것에 더 주력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환율 변동으로 시장의 성장이 영향을 받으면서 자체 연구개발을 통해 신제품 개발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인구 노령화와 소비 수준 향상으로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들의 기술개발 분야도 다양해지고 있다.

건강기능식품 생산액 1조5000억…글로벌 경쟁력은 먼 길
체지방 감소, 혈행 개선 개발 수요 많아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 2013년 100개 이상의 건강기능식품 업체의 개발기술 및 기술이전 의향 등을 조사한 ‘건강기능식품 산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체지방 감소, 혈행 개선, 면역력 증진과 관련된 개발 수요가 많았다. 기술이전 의향을 보면, 알레르기, 기억력 향상, 골 건강 등에서 높게 나타났다.

기술이전 유망 분야로는 피부건강, 관절건강, 다이어트 등이 있었으며, 연구개발 유망 분야로는 스트레스 해소, 지구력 증진, 구강건강, 골 건강, 기억력 향상 등으로 조사됐다. 기술사업화 유망 분야는 배변활동, 스트레스 해소, 혈행 개선 등으로 나타났다.

현재 출시된 건강기능식품들의 주요 기능성도 조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만성질환의 발생을 미리 방지하는 질병예방용 제품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피로회복이나 체력 향상을 돕는 건강증진용 제품, 미용제품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전통적인 식품기업 외에도 건강기능식품의 유망성을 인지한 제약 및 화장품 기업의 기술개발 참여도 활발하다. 해외에서는 이미 존슨앤존슨이 건강기능식품 자회사 맥닐 뉴트리셔널스를 통해 칼로리가 없는 인공감미료 ‘스플렌다(Splenda)’를 판매하고 있고, 로레알이나 시세이도 등은 ‘이네오브(Inneov)’, ‘콜라겐 EX’ 등의 브랜드를 통해 ‘먹는 화장품’ 시장에 진출해 있다.

제약기업들 입장에서는 환자별 맞춤치료 차원에서 특정 질환에 대한 치료제 처방 시 도움이 되는 건강기능식품을 함께 추천하는 효과를 도모할 수 있다. 실제로 혁신적인 기능성 물질이 발굴될 경우 건강기능식품뿐 아니라 의약품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의약품으로 먼저 입증된 경우 동일성분을 활용해 건강기능식품으로 개발하면 소비자 수용도를 높이는 측면뿐 아니라 건강정보표시로부터도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

백수오 파문, 기능성원료 인정 재검토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확대되고 기술개발 의욕도 높아지고 있지만 ‘장밋빛’은 아니다. 시장이 커진 만큼 안전성에 대한 조치가 강화되는 등 원료 인정절차가 더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가짜 백수오 파문’을 겪은 식약처는 지난 5월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이미 기능성을 인정받은 건강기능식품 성분이나 원료라도 기능성을 재평가해 문제가 발견될 경우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조항을 신설했다. 모든 건강기능식품에 대해 3~5년 마다 주기적으로 기능성을 재평가하고, 문제가 불거질 경우 특별 재평가를 실시하겠다는 것이 식약처의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제도가 도입되면, 건강기능식품 기술개발이 더 위축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본 기사는 테크엠(테크M) 2015년 10월호 기사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매거진과 테크M 웹사이트(www.techm.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맛있는 기술, 푸드테크] 맛있는 기술, 최고의 맛을 만들어라
▶[맛있는 기술, 푸드테크] 인터뷰/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
▶[맛있는 기술, 푸드테크] 기능성 GMO, 게임 체인저 될까?
▶[맛있는 기술, 푸드테크]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식품상식

▶미래를 여는 테크 플랫폼 '테크엠(테크M)' 바로가기◀
▶신서유기, 포스트TV 신호탄 될까
▶스마트폰 떠난 자리 누가 차지할까
▶인공지능 비서 시대 언제 열릴까
▶과거와 미래가 손잡고 빚어낸 40일 프로젝트
▶[MIT리뷰] 교사를 위한 흥미로운 온라인 학습 상품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