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무학(無學)으로 내모는 유학원

머니투데이 박광범 , 그래픽=이승현디자이너 기자 2015.09.18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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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

'코리안 메시' 이승우도…상처받는 학생들, 정부는 수수방관
이승우/사진=뉴스12ㅔ공이승우/사진=뉴스12ㅔ공


#1. '코리안 메시'로 주목을 받고 있는 축구선수 이승우(FC바르셀로나). 이승우는 현재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로부터 '1년간 출전 금지' 처분을 받아 2016년 1월6일까지 공식경기는 물론, FC바르셀로나 소속으로 훈련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FIFA규정 19조를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18세 미만 선수의 부모가 축구와 관련 없는 일에 종사할 경우, 그 부모는 현지에 체류해야한다. 이승우는 해외축구유학 전문 알선업체 대행으로 스페인에 진출했는데, 해당 대행업체가 FIFA규정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선수의 해외 진출에만 급급해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2. 전역 장교들로 구성된 '유학장군'이란 업체는 지난 2011년부터 '반값 어학연수'를 내걸고 마케팅에 나섰다. 이들은 '장교 후배들과 군 가족들을 위한 저비용 어학연수 프로그램'이라며 인터넷 등에 가짜상품을 광고했고, 피해자들은 이들이 장교 출신이라 믿을 수 있다는 홈페이지 설명을 보고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이들은 학생들에게 위조 입학허가서 등을 전해준 뒤 잠적했다.

[런치리포트]무학(無學)으로 내모는 유학원


매년 약 40만명의 학생들이 해외 유학을 떠나고 있는 가운데 유학원에 대한 피해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유학원업에 대한 법적 규정이 전무해 정부가 피해 대책 마련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윤관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유학원 관련 피해사례 접수현황 및 처리결과'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유학원 관련 소비자상담 건수는 총 2911건에 달한다. 연도별로 △2008년 275건 △2009년 347건 △2010년 721건 △2011년 783건 △2012년 785건 등 매년 상담 건수는 증가하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피해구제 건수는 △2008년 67건 △2009년 98건 △2010년 49건 △2011년 66건 △2012년 52건 등으로 상담 건수에 비해 초라하다.


국회에 따르면 한 해 평균 해외유학자(대학생 이상)는 △2010년 40만4739명 △2011년 42만6634명 △2012년 39망3391명 △2013년 37만1213명 등 대략 40만명 선이다. 이들은 대부분 유학원을 통해 현지 어학원 및 학교에서 공부를 한다. 유학원은 항공권 예약부터 외국학교 및 교육기관 등록금 납부, 비자발급, 외국 숙박시설 예약 등의 대행업무를 하고 있다.

문제는 현행법에 유학원과 관련한 별도의 규정이 없어 누구나 사업자등록증만 발급받으면 유학원을 설립·운영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유학원업이 없기 때문에 이들은 '자유업종'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현재 약 1000여개의 유학원이 운영 중인 것으로만 알려져 있을 뿐 유학원이 정확히 얼마나 존재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 정부 차원의 관리가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유학원에 대한 관리감독 소홀은 물론, 불량 유학원에 따른 피해 실태 및 조치 결과에 대한 통계 관리도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피해자들도 소비자원을 통해 피해사례를 접수하는 등 교육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게 윤 의원이 지적이다.

유학원업을 법으로 규정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우상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2013년 12월 유학원업에 대한 법적 근거를 담은 '유학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 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그러나 이 제정안은 1년9개월째 소관 상임위인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정부도 법제화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교문위 관계자는 "정부는 유학원업을 법으로 규정해 정부가 직접 유학업을 관리·감독하는데 미온적이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유학원업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에는 유학조장이란 비판을 받을 수 있고, 그렇다고 유학원을 규제하기에는 현실에는 맞지 않아 사실상 현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법안은 나와있는데…국회는 정쟁속 '뒷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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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을 법으로 규정하려는 시도가 불발된 데는 국회 책임도 크다. 소관 상임위인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다른 쟁점이슈들로 여야간 대립하면서 해당 법안 처리도 자연스레 밀렸다는 지적이다.



17일 교문위에 따르면 우상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2013년 12월 유학원업에 대한 법적 근거를 담은 '유학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이하 유학원법)' 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유학원법 제정 필요성에는 여야간 이견이 없다. 그러나 제정안은 지난해 4월 교문위 전체회의에 상정된 이후 1년5개월여가 지나도록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되지 못했다. 제정안 법안심사를 위해선 공청회 개최가 필수적이지만 아직까지 법안 공청회를 열지 못했기 때문이다.

법안 공청회가 아직까지 열리지 않은 이유는 교문위가 대표적인 '쟁점 상임위'이기 때문이다. 교문위는 교학사 교과서 논란, 누리과정 예산 등으로 여야가 치열하게 맞붙어 파행이 잦았다. 지난 6월 임시국회에서는 상정 법안을 둘러싼 여야 대립으로 법안소위 자체가 파행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비쟁점법안인 유학원법은 우선순위에 밀렸다. 우상호 의원실 관계자는 "이 법안은 여야가 의견이 다르지 않고, 입법조사처도 법제화 필요성을 인정했다"며 "교문위에 공청회 일정을 잡아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아직까지도 일정을 잡아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문위에 산적한 쟁점법안들에 밀려 처리가 안 되고 있는 것 같다"며 "유학원법처럼 비쟁점법안들은 쟁정법안들과 별개로 처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제정안은 유학원 설립을 위해선 교육부 장관에게 등록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계약서 작성 및 교부 의무화 △대행료 영수증 발급 △대행업무 불가시 대행료 반환 등을 법에 명시했다.



처벌규정도 담았다. △허위등록 △속임수 등으로 의뢰인 모집 및 알선 △대행료 미신고 △대행료 초과 징수 등을 했을 경우 등록말소 또는 영업정지토록 했다. 또 △영수증 미발급 △지도·감독에 따른 보고 불이행 또는 거짓 보고 △대행료 등 반환 불이행 △지도·감독 공무원 출입·검사 거부 및 방해, 기피시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토록 했다.

국회 관계자는 "유학원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함으로써 부실 유학원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고 유학원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유학원의 등록·감독관청을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교육부장관으로 할 경우, 전국 유학원에 대해 교육부에서 직접 지도 감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민원인에게도 불편할 것"이라며 "교육감이나 시도지사에게 사무 처리를 위임할 수 있도록 위임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학생 수출대국 中, 유학원 개업 절차·조건 엄격

제23회 주한영국문화원 영국유학박람회를 찾은 참가자들이 현지 대학 및 유학원 관계자들이 마련한 부스에서 상담받고 있다./사진=뉴스1제공제23회 주한영국문화원 영국유학박람회를 찾은 참가자들이 현지 대학 및 유학원 관계자들이 마련한 부스에서 상담받고 있다./사진=뉴스1제공
인구 규모만큼 해외 유학생들도 많은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유학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17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윤관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회도서관에 의뢰해 제출받아 공개한 '중국의 유학원 설립' 자료에 따르면 '유학 중개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는 중국의 유학원은 '특허서비스' 업종에 속한다.

중국에서 유학원업을 하려면 소재지의 성(省), 자치구, 직할시 교육을 주관하는 기관에 신청서를 제출한 뒤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신청서를 접수한 교육 주관 기관은 15일 내에 심사를 완료하고, 동급 공안기관의 동의를 얻은 뒤 교육부와 공안부에 자격심사표 및 증빙 문건을 제출해 자격심사를 요청한다.

자격승인 심사를 통과한 유학원은 현지의 공상행정 관리기관에 기업 등기등록과 관련된 수속을 해 영업허가증을 받아야 한다. 동시에 유학원을 개업하려는 자는 소재지의 성, 자치구, 직할시 교육기관과 공안기관 출입국관리 기관에 등록해야 한다.



중국에서는 유학원을 개업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조건도 갖춰야 한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개업이 가능한 우리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유학원 개업 조건이 까다로운 것이다.

우선 법인자격을 갖춘 교육기구 혹은 교육서비스 기구만 유학원을 차릴 수 있다. 또 중국 및 관련 국가 자비유학정책에 숙달되고 교육서비스 업무에 종사한 경험을 지닌 근무 직원을 갖춰야 하고, 국외 교육기구와 안정된 협력 및 교류 관계를 수립해야 한다.

유학원 소속 학생이 경제적으로 손해를 입었을 경우, 상호간 협의에 따라 배상을 할 수 있는 필요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지도 중요한 요건이다.



아울러 중국은 일반 국민들에게도 중국 교육부의 '국외 관련 교육관리 감독 정보사이트'를 통해 정부의 자격승인서를 갖춘 유학원 리스트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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