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양평○○…동네 이름 특허 내주고 14억 '봉이 김선달'

머니투데이 이현수 기자 2015.09.15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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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2015 국감] 특허청에 '지역특산물' 신청 대행 뒤 수임료

#'언양불고기'는 최근 특허청으로부터 '지리적표시 단체표장' 등록 거절 통지를 받았다. 지역보다는 조리방법에 비중을 둔 요리라는 게 이유였다. 반면 '광양불고기'는 등록이 완료됐다. '광양에서 나는 한우로 제작한다'는 내용의 서류 덕분이었다.

지역이름을 넣은 식품을 특허청에 서류 신청해준 뒤 수임료를 챙기는 특허법인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한 특허법인은 전국을 돌며 55건을 수임, 14억여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이진복 새누리당 의원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특허청 지리적표시 단체표장 등록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변리사나 특허법인들의 수임료 잔치를 벌이는 제도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지리적표시단체표장은 특정 지역 이름을 넣은 상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특허청장이 상표법에 따라 등록해주는 제도다. 언양불고기 외에도 부산어묵, 춘천닭갈비 등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등록을 거부당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해당 제도가 시작된 이후인 2005년7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수임 중 424건 중 절반이 넘는 271건이 특정 9개 대리인에 의해 이뤄졌다. 이 중 변리사 등 개인이 아닌 특허법인은 신태양(43건), 인맥(46건), 아주양현(16건), 주원(55건), 태동(11건)이다.
광양○○○, 양평○○…동네 이름 특허 내주고 14억 '봉이 김선달'


특히 55건의 실적을 올린 주원은 전국 시도는 물론 도서지역까지 진출했다. 지리적표시 단체표장제 관련 수임료가 건당 2500만원임을 감안하면, 주원 혼자 약 14억원의 수임을 챙겼다는 게 이 의원의 주장이다.

주원의 수임지역은 횡성, 언양, 원주, 공주, 포항, 강화, 완도, 의성, 봉화, 무주, 기장, 장성, 의정부, 양구, 일산, 통영, 양평, 담양, 구미, 군산, 해남, 경기 광주, 연천, 울릉도, 거제, 여주 등이다.

이 의원은 "지리적 표시 단체 표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서류만 잘 작성되면 품질과 상관없이 등록 시켜주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등록신청 서류에 '국수 건조과정에서 해풍으로 인해 국수면발이 쫄깃하다'는 이유로 등록된 건의 경우, 해당지역은 바다와 10km 이상 떨어져 있어 해풍과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등록 대행업체들이 순진한 시골 분들을 꼬드겨 장사를 하고 있다는 얘기가 현장에서 나온다"며 "제대로 된 등록 기준이 없어 특허청이 평판이나 명성은 무시한 채 서류 심사로만 등록시켜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최동규 특허청장은 "저희가 권리를 부여만 했지 실제로 해당지역과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못했다는 점에 반성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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