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바꿔 "내 땅이오"…수십억 토지담보대출 사기 '덜미'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2015.09.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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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경찰서는 이름을 바꾼 뒤 땅주인 노릇을 하며 금융권으로부터 수십억원의 토지담보대출을 받으려 한 혐의(사기 미수)로 토지사기 조직원 박모씨(58) 등 2명을 구속하고 범행에 가담한 혐의로 간암 말기환자 박모씨(60)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일당은 지난 5월 경기 화성시 동탄면에 위치한 시가 100억원 상당의 토지 4만5000평에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위조된 문서를 이용해 금융권에서 40억원을 불법 대출받으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일당은 실제 토지의 소유주와 같은 성씨인 간암 말기 환자 박씨에게 개명을 통해 이름까지 똑같이 바꾼 후 땅 주인 노릇을 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당은 금융권과 대출계약을 맺고 환자 박씨가 땅주인인 것처럼 위조된 주민등록초본으로 근저당권 설정을 하려 했지만, 첩보를 입수한 경찰의 수사 끝에 미수에 그쳤다.



경찰조사결과 박씨 일당은 시한부 판정을 받은 환자 박씨가 곧 사망할 것으로 보고, 혐의를 박씨에게 뒤집어 씌우려는 치밀함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알콜 중독으로 간암 말기 진단을 받은 환자 박씨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당은 1984년 이전에 신청된 부동산 등기는 주민등록번호가 입력돼 있지 않다는 점을 악용해 생년월일 등의 개인정보가 기재돼 있지 않은 땅을 물색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들은 지난달 경기 파주시 탄현면에 위치한 토지를 표적으로 박모씨(75)를 섭외해 같은 수법으로 범행을 시도했으나, 박씨가 처음 약속보다 많은 돈을 요구하면서 포기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당 외에도 3명의 조직원이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행적을 쫓고 있다"며 "최근 천안시에서도 같은 수법의 범행이 발생해 연관성을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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