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택일형' 기아차 자소서 항목, 양다리는 안된다

머니투데이 이시한 전주대학교 객원교수 2015.09.09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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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하반기 공채 자소서 불패노트] ③기아차

편집자주 2015년 하반기 대기업 공채가 시작됐다. 너도나도 스펙보다는 능력 중심의 인재채용 원칙을 내놓지만 정작 취업준비생들로서는 입사지원서에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길이 별로 없다. 그나마 남과 다른 자신만의 차별화 요소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자기소개서이다. 자소서 문항의 출제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작성해나간다면 취업확률은 훨씬 높아질 것이다. 매주 [NCS불패노트]를 기고해온 이시한 강사와 함께 9월 한달간 자소서 문항이 공개되는 기업순으로 합격을 부르는 자소서 쓰기 코칭을 연재한다.

도대체 자소서 항목을 바꾸지 않은 기업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올 하반기 공채를 실시하는 많은 기업들이 자소서 항목에 변화를 꾀하고 있는데 기아차 역시 예외는 아니다. 2번 항목을 제외하고 1번과 3번 항목은 내용이 조금 바뀌었는데 1번 항목은 좀 의외다. 제네럴한 항목에서 스페셜한 항목으로 바뀌었다. 그 부분에 기아차가 원하는 인재상이 어느 정도 들어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1번 항목 : '대학생활 중 가장 도전적으로 임했던 일을 쓰라'는 어떻게 보면 다른 기업 자소서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는 아주 평범한 항목이다. 그런데 원래 이 항목에 나왔던 지난해 질문은 ‘기아차가 (스펙을 제외하고) 당신을 채용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였다는 점에서 이 항목에 특히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이 질문은 본인의 차별화 포인트를 어필할 수 있는 부분으로 상당히 다양한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

‘남들에 비해 도전정신이 뛰어나다’는 것도 하나겠고, ‘리더십이 있다’거나 ‘소통능력이 뛰어나다’ 등 여러 장점들을 어필할 수 있는 문항인데, ‘도전정신’ 한 주제로 답변 범위를 축소해 버린 것이다. 이것은 결국 기아차가 가장 중시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포인트가 됐다. 적어도 이번 하반기 공채 지원자들에게는 도전정신이라는 부분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메시지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성실하고 꼼꼼한 이미지보다는 도전하고 부딪히는 이미지가 더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자신의 정체성 가운데 없는 것을 억지로 만들어내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여러 가지 장점 중에서 패기있는 도전자의 정체성에 가까운 것을 강조하자는 말이다.

이 항목에서 중요한 것은 '도전적으로 임했던 일'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과정과 그 안에서 느낀 감정까지도 함께 기술하라는 것이다. 도전을 통해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결과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따라서 반드시 성공한 경험 중에서만 찾으려 하지 않아도 된다. 그 과정과 느낌이 바람직하고 조금 더 기아차의 인재상에 맞는 것이 있다면 적절한 소재가 될 것이다.



기아차의 인재상은 Kreative, Interactive, Adventurous라고 강조된다. 창의, 소통, 도전이다. 그러니까 1번 항목의 소재를 찾을 때는 도전적 과제를 창의적인 과정을 통해 소통으로 문제를 해결해가며 수행했던 경험에 대해서 쓰면 된다. 도전의 과제를 쓰라고 했지만 단순히 이것만 쓰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수행능력 그리고 목표했던 것을 끝까지 밀고 나갔던 실천력, 그 가운데 사람들과 발생했던 갈등을 해결했던 소통, 협상, 설득 능력, 그리고 이런 모든 것들을 지난 다음에 교훈을 얻어내는 통찰력까지 강조하고자 하는 포인트가 도처에서 튀어나올 수 있다.

그러므로 이 항목을 기술할 때는 '도전의 결과가 어떻다' 보다는 바람직한 소재를 찾아서 자신의 수행과정과 그 속에서 강조해야 할 부분이 어떤 것인가 명확하게 인지하고 쓰도록 한다.

▶2번 문항 : 지원동기는 어느 회사에나 다 나오는 질문이기 때문에 익숙할 것 같지만, 사실 지원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이 질문이야말로 모든 회사에 맞춰 다 개별적으로 작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함정에 빠지는 것이 회사에 대한 쓸데없는 정보나열이다.


전공을 했기 때문에 당연하게 지원했을 뿐 딱히 큰 계기가 없는데 지원동기를 쓰려니까 1000자를 채우는 것이 부담이 된 나머지, 회사에 대한 정보를 자세하게 쓰고 ‘이런 좋은 기업의 일원이 되고자’ 지원하게 되었다는 식으로 쓰는 경우가 가끔 있다. 하지만 회사에 대한 정보는 그 회사에 다니는 직원들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이런 식의 칸채우기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 하나의 함정은 자동차 관련 경진대회에서 상을 탔다는 자랑이다. 상을 탄 것을 기재하는 것이 잘못이 아니라 상을 탄 것 자체가 자신이 그 직무에 적합한 이유는 아니라는 것이다. 자신이 참가팀에서 맡은 역할과 그 역할의 적합도 등의 결과로 상을 탔다면 자신이 직무에 적합한 이유는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자신의 직무 적합도가 드러났기 때문이지 상을 탔기 때문이 아니다. 비슷한 것 같지만 이 차이는 크다. 서술과정에서 자신의 역할과 수행능력 이런 것들이 사라지면 단순히 이러저러한 대회에서 상을 탔다는 자랑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결국 이 문항에서 강조될 것은 직무적합도다. 기아차에 지원을 한 동기도, 자신이 오래오래 기아차에서 근무해야 할 이유도 모두 ‘직무에 대한 적합도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전공적인 지식이나 행적뿐만 아니라 자신의 가치관, 인성에도 모두 적합하다는 진술을 하려고 하면 1000자가 모자랄 지경일 것이다.

▶3번 문항 : 이 항목은 다른 기업 자소서에서는 유사한 문항을 찾아보기 힘든 아주 독특한 항목이다. 기아차는 이런 식의 항목을 상반기에도 출제했었다. 그런데 꼭 양자택일을 하게 한다. 이번 문제도 양자택일형인데, 이런 질문은 반드시 각 선택이 함유하는 가치가 있다. 이 경우 팀에 남겠다는 선택을 하게 되면 책임감이나 신뢰, 타인과의 관계성 면에서 자신의 장점을 강조할 수 있겠지만 반대로 안정을 추구해 도전정신이 부족하다는 인상, 관계에 치중해 새로운 일을 진척시키지 못한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반대로 신규 TFT로 가겠다고 하면 도전정신, 패기, 성취욕구 등을 강조할 수 있지만 이번에는 팀웍, 책임감 등에서 마이너스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얻는 게 있다면 잃는 것도 있다. 양자택일형 질문에서는 꼭 가운데 길로 가려는 사람들이 있다. 둘 다 포기할 수 없다는 주의인데 양자택일형 질문의 의도는 ‘당신이 지향하는 가치는?’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단순히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의 문제다. 양자택일이라고 했을 때는 반드시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1,2번 문항에서 끊임없이 도전정신을 강조해왔고 새로운 도전에 주저하지 않는 성격이라고 했다면, 힘들지만 하고 싶었던 TFT에 가는 것이 일관성이 있고, 책임감, 협업 등을 강조해 온 상황이라면 지금의 팀에 남는 것이 맞다. 자신의 정체성에 맞는 선택을 하고 그것을 설득력 있게 주장하는 것이다.

다만 1번 문항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도전정신을 강조하는 듯한 인상이니 어떻게 택해도 상관없다는 지원자가 있다면, 도전정신으로 기우는 듯한 선택을 해도 좋을 것이다. 어차피 300자 밖에 안 되니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도 아니다. 전반적인 지원자의 유형을 보는 질문이다. 그러니 전체적인 자신의 캐릭터에 맞게 대답하면 된다.

▶총정리 : 기아차의 인재상 Kreative, Interactive, Adventurous를 다시 한 번 분석해보겠다. Kreative는 창의력을 바탕으로 기아만의 새로움을 실천할 수 있는 인재, Interactive는 원활한 소통을 통해 고객 및 직원을 배려하고 상호간 협력할 수 있는 인재, Adventurous는 도전 정신이 강해 어려움을 피하지 않고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인재를 말한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에 주의해야 할 것이 하나 있는데, Adventurous는 말 자체로는 도전정신 같지만 자세히 보면 어려움을 해결하는 의지나 실천력을 의미하는 말이기도 하다. 관련직무도 경영지원이나 재무 등 실행력이 더 강조되어야 하는 직무다. Kreative가 도전에 더 가깝다. 그러니까 도전적인 과제를 소통이라는 과정을 통해 어려움에 굴복하지 않고 실천해내는 인재가 K.I.A.인재라는 말이 된다. 실천이라는 부분을 빼놓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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