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위험한 가계대출 고정금리 유도…정책실패 책임은?

머니투데이 이병찬 이코노미스트 2015.09.0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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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고르기]변동·고정금리 여부는 금융당국의 정책적 선택 아닌 이해당사자들간의 선택의 문제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2분기 가계부채가 1분기 대비 30조원 늘어난 1천130조 원에 이르자 금융당국은 지난달 19일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주신보) 출연료율를 개편하는 등 가계부채관리에 한껏 고삐를 죄고 있다.

이번 주신보의 출연료율 개편은 금융당국의 ‘분할상환 및 고정금리 유도’ 정책의 하나로서 분할상환·고정금리 대출에는 0.05%의 낮은 출연료율을, 기타대출에는 0.30%의 높은 출연료율을 차등 적용하여 기존의 ‘일시상환·변동금리’ 구조를 ‘분할상환·고정금리’ 구조로 전환하도록 유도한다는 게 골자다.



그런데 분할상환 정책과 고정금리 정책은 목적의 상호 연관성이 낮아서 잘못하면 상반된 효과를 보일 수 있으므로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우선, 분할상환 유도정책은 이자만 갚으면서 원금을 연장해오던 서민에게는 수용하기 어려운 면이 많다. 어떻게 보면 반서민적인 정책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전체적인 대출수요를 억제하고 동시에 분할상환구조를 관행화함으로써 거시적 차원에서 가계부채의 총량 축소와 현금흐름의 기간구조를 건전하게 할 수 있으므로 중장기적 정책효과가 확실한 조치로 판단된다.



반면에 고정금리 유도정책은 가채부채의 총량 관리 보다는 서민금융지원차원의 목적이 크다. 금리상승기를 대비하여 변동금리 대출자의 장래 이자부담을 선제적으로 줄여주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시장 금리변수를 추정하고 예단하여 정책을 펼치는 것이므로 시장이 예측과 달리 움직이는 경우는 기대 효과와 반대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정책당국이 고정금리를 유도하는 배경에는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연 1.5%로 역사적인 최저수준이고 설사 더 낮아지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고정금리가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더불어 금년중 예상되는 미국 금리인상을 계기로 장기적인 금리상승기에 접어든다고 보는 것 같다.

대체로 금리는 대략 3~5년을 주기로 경기변동과 연계되어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게 통상적이다. 그러므로 금리상승기라고 고정금리를 유도하거나 금리하락기라고 변동금리를 유도하여 서민들의 이자부담을 줄여주려는 정책은 위험해 보일 수 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경우를 보면, 2004년 6월부터 2006년 5월까지 17차례 연속적인 금리인상을 통하여 연 1%에서 연 5.25%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뒤, 2007년 9월부터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해 2009년 3월 연 0.25%까지 낮춘 바 있다. 올리는데 2년, 내리는데 1년 6개월이 소요된 것이다.

금리변동상황이 이 정도로 짧은 점을 감안할 때, 길게는 30년인 가계대출의 금리를 고정금리로 유도하는 정책은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요즘과 같이 글로벌 경제가 하나로 연결되어 금융경제 변동주기가 짧아지는 상황에서는 단기적인 금리전망을 기초로 중장기적인 가계대출의 금리정책을 수립하는 것은 임시방편적인 정책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중도에 고정금리대출과 변동금리대출을 변경할 수는 있다. 그러나 현행 제도상 대출변경에 따르는 수수료와 제반 비용이 대출변경에 따른 이자비용 절감액을 초과하기 일쑤여서 일단 결정한 대출형태를 울며 겨자먹기로 유지할 수 밖에 없는 게 일반적인 실정다. 결국 정책 실패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가계가 짊어질 수 밖에 없다.

정부당국의 정책적 선택이 결과적으로 실패로 돌아간 사례는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농림축산식품부는 2011년 쌀재고 누적으로 인한 쌀 값 하락을 막기 위해 논에 대체작물을 재배하면 보조금을 지불하는 ‘논소득기반 다양화사업’을 추진했다가 2년 만에 폐지한 사례가 있다. 정책시행으로 쌀 재배 면적이 감소하면서 쌀 값이 급등하는 바람에 정책을 따르지 않았던 농민은 짭짤한 수입을 얻은 반면, 대체작물 재배 농가는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폭락하여 피해를 입고 말았다. 농가를 위한 정책이 시장예측 실패로 인해 결과적으로 농가에 피해만 입히는 꼴이 된 것이다.

가계대출의 고정금리 유도정책도 유사한 경로를 밟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므로 대출금리의 변동, 고정 여부는 금융기관과 가계의 자금기간, 조달방법, 자금용도, 상환재원 등 개별적 요인과 다양한 시장 여건을 바탕으로 이해당사자들간에 결정하는 선택의 문제이지 금융당국의 정책적 선택이 돼서는 곤란하다. 따라서 금리와 관련하여 특정 방향으로의 정책적인 유도는 그 의도에 불구하고 효과를 확신할 수 없으므로 가계와 금융기관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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