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보는세상]여성 창업가 성공방정식

머니투데이 강미선 기자 2015.09.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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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 아이들 커뮤니티를 만들어 체험 프로그램도 함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생각 중이에요.”, “육아서적 공유 앱은 어떨까요?”, “옷장 속 철 지난 옷의 가치를 재발견해 판매하는 소셜 플랫폼이죠.”

최근 한 글로벌 IT 기업이 개최한 창업 강의실. 30여명의 엄마 창업가들이 빼곡히 자리를 메웠다. 성공을 꿈꾸는 예비 창업가들 대부분은 출산과 육아로 스타트업 커뮤니티에 참여하기 힘든 20~40대 여성. 5대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첫 교육생이 된 이들은 제품·사업개발, 마케팅, 투자유치, 데모 데이(투자자 평가) 등 창업교육을 받는다.



이날 기자가 가장 놀랐던 건 소위 이들의 ‘스펙’. 국내 IT 대기업 해외 법인에서 10여 년 근무한 마케팅 전문가부터 경영학 박사로 국책연구소에서 10년 넘게 일했던 연구원, 약사, 8년 경력의 소프트웨어(SW) 개발자, 의류 디자이너. 이른바 '대한민국 여성 엘리트'다. 대부분은 육아 문제로 직장을 그만뒀거나 육아휴직을 선택한 이들이었다.

발표 능력도 놀라웠다. 초안 수준인 사업 아이디어를 보기 좋게 슬라이드로 만들어 보여주면서 종이 한 장 손에 들지 않고 당당하게 소개했다. 강한 어조로, 때론 여성 특유의 조근조근한 말투로 청중을 몰입시켰다. 엄마를 위한 교육장인 만큼 같은 공간에는 매트 위에서 아기들이 돌아다니며 옹알댔지만, 전혀 방해받지 않는 모습이었다.



‘육아와 창업’. 관심사가 같아서였을까. 함께 한 엄마 예비 창업가들은 첫 만남이었는데도 스스럼없이 얘기하며 경험을 나누고 창업에 높은 열정을 보였다.

하지만 2시간 남짓 이들의 사업 얘기를 듣다 보니 뭔가 허전하고 아쉬운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사회적 꿈과 육아 사이에서 투쟁적으로 살다가 다시 꿈을 찾아 나섰지만, 그 힘든 결정이 결실을 맺으려면 한 단계 더 변화가 필요해 보였다.

이날 발표된 창업 아이디어는 아이, 육아, 가정, 취미, 교육 등과 관련된 것들이 대부분. 여성, 엄마로서의 경험에 기반한 서비스들이다. “저건 뭐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선하기보다는 이미 있는 서비스나 앱도 많았다. 기술보다는 아이디어 기반이었다. 냉혹한 비즈니스 현실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가, 돈을 벌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답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던 이유다.


스타트업을 교육하는 외국계 IT 기업의 한 임원은 “여성들은 대부분 관심분야가 한정돼 있어 창업 시 가정이나 육아 등 접근이 쉬운 분야에서 소재를 찾곤 한다”며 “유사한 서비스들도 많고 사업 확장성도 크지 않아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세상의 반, 소비자의 반은 여성이다. 나머지 반은 남성이라는 얘기다. 그 반까지 끌어들여야 ‘여성’ 창업가로는 물론 ‘세계적’ 창업가로 성공할 수 있다. 아이디어가 아닌 실행, 번뜩이는 비즈니스 모델, 뒷받침할 기술 등에 대해 더 과감하고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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